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마리가 조니와 윌셔를 떠난 이유

Shain 2011. 4. 1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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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던 드라마 '로열패밀리'가 연장분량까지 포함해 5회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믿기지 않습니다. 흥미진진한 내용 때문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시청한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마지막 정리를 앞두고 있네요. 이번주를 포함해 길어야 3주, 한지훈(지성)의 비밀과 K라 불리던 김인숙(염정아)의 비밀은 이제 하나하나 그 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김인숙이 김마리로서 저질렀던 살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추악한 살인이 아니었습니다.

강미자(김민정)에 의해 케세라세라 클럽 '처녀 경매'에 끌려 나가야했던 김마리의 과거도 안쓰럽지만 그녀를 도와주고 싶어했던 윌셔 헤이워드와 엄기도(전노민), 지훈의 아버지였던 한우석의 마음도 안타깝기만 합니다. 미군이라는 힘을 이용해 한국 여자를 살인하고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스티브, 그런 힘에 동조하며 어린 소녀를 파는 강미자는 김마리와 착한 사람들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이었습니다.

스티븐과 윌셔는 김마리를 두고 경매를 한다


지훈이 알아낸 미군 스티브 살인 사건의 진실은 마리의 책임이라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고편 지훈의 말대로 '법적 정당방위'가 될 수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모든 일은 김마리라는 어린 고아 소녀에겐 세상이 온정적이지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서순애(김혜옥)의 정신이 망가지고 한지훈이 고아원에 버려지도록 마리는 도망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마리는 자신의 아들인 조니가 죽기전이었다면 어떻게든 지훈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자신의 엄마를 찾아와 애처롭게 죽어간 김마리의 아들 조니 헤이워드, 금시계를 털어 '경매'에서 김마리를 구해주려했던 아버지 윌셔 만큼이나 착한 조니는 자신을 외면하는 엄마를 보면서도 '엄마만 행복하면 된다'며 자신을 위로하던 가여운 아이였습니다. 조니의 죽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인숙은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기에 몇배의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요.

 

끊임없이 저항해온 김인숙의 삶과 조니

듣기만 해도 고단한 어린 여자아이의 삶, 왜 그런 환경에서 키워졌는지 원망도 하지 않았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건만 '힘을 가진' 존재들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채 뺏어버렸습니다. 살인자라는 누명이 무서워 '김인숙'이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 한 여자는 자신의 죄를 뒤돌아보며 서순애를 돌보고 한지훈을 거두려고 노력했습니다. 냉정하고 이기적인 것같은 엄집사는 그녀의 옆에서 '김마리'의 죄를 함께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불면증에 걸려 잠도 자지 못하고 물기없이 말라비틀어진 화분처럼 허전해 보이던 김마리는 단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저항했습니다. 결국엔 18년 동안 자신을 짓눌러온 공순호(김영애) 회장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대는 그녀는 또다시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살인자로 주저앉을 수도 있었고, 계약직 컨시어지 직원으로 눌러 앉을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운명을 개척해 기회를 얻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룹의 미래를 둘러싼 JK 여자들의 치열한 다툼


JK그룹의 지주사를 몰래 'JK 클럽'에서 'JK 메디컬'로 바꾸고 김인숙에게 주식이나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으려 하는 공순호. 김인숙의 복수는 그런 공순호 회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직원을 둘 때 '약점'을 잡아두길 좋아하는 공순호 회장은 여차하면 한지훈을 시켜 김인숙을 '제거'한다고 합의한 상태입니다. 김인숙이 아무리 공순호에게 서슬이 퍼래도 한지훈에게는 약할 것이란 짐작은 정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복수가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신을 추궁하는 지훈 앞에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김인숙, 그녀는 지훈에겐 보여주지 않았지만 소름끼치도록 꼼꼼하고 독하게 임윤서(전미선)와 공순호, 조동진(안내상) 등을 상대하는 김인숙의 캐릭터는 원작 '인간의 증명'의 캐릭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발전시킨 케이스로 원작에선 쉽사리 동정하기 힘들었던 여주인공 야스기 쿄코의 독함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쿄고는 점점 더 죄를 짓는데 능숙해졌지만 인숙은 죄가 무거워질수록 돌파구를 마련해왔기 때문입니다.

인숙의 아들인 조니는 대체 어떻게 죽어버린 것일까. 그 의문을 해결해야 지훈이 인숙에 대한 '심판'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인숙은 조니의 일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강검사(기태영)은 조니의 여권 등을 발견해 점점 더 의문에 접근해가고 있고 현장에 있었던 엄기도 등이 모든 걸 보았으니 홀로 복도를 달려나가던 조니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인숙과 관련된 두 건의 살인사건


인숙은 사장 취임식날 밤 사장실에서 조니를 만났고 전화기에는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분명 흉기 비슷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조회장의 방이었던 그 곳에서 인숙을 만나던 조니는 격앙된 상태로 상처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상처를 당연히 치료할 수 있도록 해줬어야 했지만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어 엄집사를 찾았을 것입니다. 계단에서 마주친 엄집사는 취임식에 가야한다고 재촉합니다.

조니를 얼른 치료해야하는데 조니는 자신이 다친 걸 보면 엄마가 곤란해진다는 걸 알고 일단 호텔 밖으로 도망을 치고 밖에서 '퍽치기'를 당하든 과다 출혈로 죽어갔든 사망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사장 취임식에 가기 위해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견뎌도 오지 않아. 기쁨의 날 같은건 없어'  아들이 살았을거라 믿던 인숙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당연하겠죠. 엄집사와 인숙 둘 중 누가 범인이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권음미 작가가 이를 인숙의 살인로 처리할 지 우발적인 사고로 처리할 지 궁금합니다.



인숙은 왜 조니를 떠났을까

한지훈이 모든 걸 알고 김인숙을 추궁하고 공순호가 이빨을 드러낸 김인숙의 실체를 깨닫는게 어제 방영분의 하이라이트이긴 하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 내용은 첫째 며느리 임윤서가 이혼을 각오하고 공순호를 공격할 것이란 점입니다. 남편 조동호의 소유분이었던 'JK 메디컬' 지분을 합법적으로 김인숙이 차지하면 지주사의 경영권은 인숙이 가져올 수 있습니다. 큰며느리와 몇가지 JK의 비리들은 중요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K를 발바닥의 때 보다 못하게 취급하던 임윤서가 배신을 당하지 않을 것이냐 하는 부분인 것같습니다. 공순호도 인숙의 적이지만 임윤서와 양기정(서유정), 조동진 등 모두가 그녀에게는 한통속이었습니다. '한지훈'의 말대로 분노를 드러냈어야 정상이지만 그녀는 그냥 숨죽이고 살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엄집사와 지훈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하는 인숙이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인숙이 과거를 숨겼기에 지훈은 어머니없이 고아로 살았다


미군범죄수사대 CID는 끊임없이 김마리를 추적했고 윌셔와 조니는 미국으로 소환되었지만 사건에 연루된 마리는 미국으로 가기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엄집사가 사건을 컨피덴셜로 처리하게 도와주고 신분을 세탁해줘도 외국으로 나가기는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신분을 숨기고 살기 위해 철저히 '김인숙'이 되어 로열패밀리 안에 숨어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남편이 죽기전까지 김인숙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그녀의 뜻대로 흘러왔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왜 신고하지 않았냐'는 지훈의 질문. 김마리가 자수했더라면 지금의 인생이 조금 더 편안해졌을까요. 추악하고 섬뜩하고 무서운게 아니라 점점 더 가여운 김인숙의 과거. 조현진(차예련)처럼 노력하는대로 자기것을 얻을 수 있는 인생은 평가하기 힘든 그녀의 삶, 한지훈이 인숙과 함께 복수를 돕길 바라는 건 부질없는 희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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