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원작을 넘어선 미스터리와 긴장감

Shain 2011. 3. 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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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로열패밀리'는 원작 '인간의 증명'에서 소재를 차용했지만 분위기나 전개 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원작은 다소 차분하고 침착하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쫓아감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주제가 강했지만 리메이크된 'MBC 로열패밀리'는 미스터리나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편입니다. 원작에 있던 인물이 사라지는가 하면 원작에 없던 인물이 반 이상 추가되어 멜로가 강조되었기 때문에 아예 다른 드라마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로열패밀리(이하 로패)'는 원래 16작으로 예정된 드라마였지만 뜨거운 인기를 고려해 2회 정도 방영을 연장할 것이란 소문이 지배적입니다. 2년전부터 사전계획하고 원래 구성했던 내용이 상당히 촘촘해 삭제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4회 정도는 넉넉히 연장해도 무리가 없다는게 제작진의 의견이라는군요. 크리에이터인 김영현, 박상연 그리고 작가 권음미가 처음부터 연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JK 클럽 사장으로 취임한 김인숙과 조니의 죽음

극중에서 살해된 조니 헤이워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어 조니 역을 맡았던 배우 '피터 홀맨'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영화 '방가방가' 등에도 출연했던 피터 홀맨은 실제로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혼혈으로 원래 매우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배역을 위해 까맣게 태닝을 했다는군요. '만세'의 의미를 묻는가 하면 '마리'라 부르며 김인숙(염정아)를 쫓던 조니는 곰인형을 안고 안쓰럽게 죽어버려 김인숙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한층 더 뜨거운 인기를 끌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로패, 어제 방영분에서 극중 김인숙은 K라 불리던 시절을 완전히 청산하고 JK클럽의 사장으로 취임해 최고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푸쉬킨의 시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말없이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올 것이라 생각해왔던 김인숙, 갑작스런 조니의 등장과 죽음으로 인숙은 기쁨의 그날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생존을 위한 날들이 시작된 것입니다.



조니의 죽음에 얽힌 몇가지 미스터리

극중에서 완전히 공개된 내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극중 조니의 어머니가 김인숙이란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과거 미군 부대 주변에서 우유배달을 하며 살던 김인숙이 '마리'라고 불리던 시절에 미8군의 병사와 아이를 낳았다고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뭔가 떠올리기 싫은 일이 있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김인숙'으로 신분세탁을 했습니다. 미국 출신이라고 했지만 누군가의 신분을 도용한 것이겠지요.

취임식을 앞두고 조니를 만난 인숙은 자신은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며 조니를 죽이지 않았노라 했습니다. 엄기도 집사(전노민) 역시 사장실에서 조니를 찾지 못했고 전화기에 묻은 혈흔 만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조니는 누군가에게 칼에 찔린채 밖으로 걸어나가 곰인형을 안고 공원에서 쓸쓸히 죽어갔습니다. 둘 중의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제 3자가 이 살인에 개입해 김인숙을 압박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조니가 안고 있는 인형은 한지훈(지성)이 어릴 때 안고 있던 곰인형과 똑같습니다. 지훈은 그 곰인형을 윌셔라 부르며 애지중지하고 있습니다. 한지훈에게 살인 누명을 쓰게 만들었던 그 곰인형이 이번 살인사건과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당시 살해된 아이는 깍치(류담)의 동생 현주였습니다. 지훈의 곰인형의 이름이 윌셔라는 걸 알고 있는 강충기(기태영) 검사는 조니 아버지의 이름이 윌셔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랍니다.

원작에서는 '조니 헤이워드'를 살해한 사람을 처음부터 짐작이 가능했지만 살해한 방법이나 과정이 미스터리였습니다. '로열패밀리' 쪽에서는 살해한 사람이 과연 누구냐, 그 호텔 취임식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느냐 등 훨씬 더 복잡한 미스터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인숙은 아들이 자기 손에 죽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아들을 보살펴주고 싶었는데 살해당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한 것일까요.

또 어린 시절 한지훈이 연루되었던 살인 사건은 극중에서 그닥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지훈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원장이 정말 그 아이를 죽였던 것일지 이번 살인사건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수제 곰인형은 보통 제작자와 제작년도 등을 조사해볼 수 있어 누가 주문했는지 파악이 가능한 물건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 곰인형의 비밀을 풀면 조니의 죽음까지 일사천리로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인숙도 엄집사도 범인이 아니라면 제 3자가 범인이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서 가장 유력한 제 3자는 마리를 어린 시절 길러주었다는 강마담(김민정)일 지도 모릅니다. 마리의 얼굴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그 여자는 어린 마리를 통해 한몫 벌어보려다 실패하고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갑자기 나타나 김인숙의 과거를 폭로하겠다 협박할 이 인물, 어쩐지 사악하고 수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인숙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지훈

큰 며느리 임윤서(전미선)의 횡포로 깜짝 놀란 인숙을 보고 위태위태한 취임식 연설 장면을 걱정했던 지훈은 인숙이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며 본인 보다 더 긴장한 마음으로 취임사를 지켜 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조현진(차예련)은 지훈에게 사귀자고 제안하며 둘째 올케를 질투하기 시작하죠. '사랑'이 대체 무엇이냐는 현진에게 사랑을 설명하던 지훈은 자신이 인숙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찾아온 것은 그녀의 수상한 행동에 대한 의혹입니다. 18년간 자신을 감시해왔기에 불편해하는 것이 당연한 엄집사와 긴밀한 관계인 듯 보이는가 하면 취임식 이후 이해못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지훈의 곰인형은 인숙과 무관하지 않기에 조니가 사망한 현장에 남겨져 있던 곰인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깨닫자 마자 의심하게 되는 지훈의 마음이 그닥 편치 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숙을 걱정하는 엄집사의 눈물과 다시 피묻은채 발견된 곰인형

저는 김인숙이 '마리'였을 때부터 잘 알고 있는 엄집사, 그녀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는 그 남자의 정체가 미8군 시절 알고 지낸 카투사(KATUSA)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속칭 '양공주'들의 거리에서 자란 마리가 그곳에서 엄집사와 마주치고 그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엄집사가 JK 클럽의 컨시어지로 그녀를 거둬준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적당한 연령 차이가 있음에도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은 어쩐지 '군인 아저씨'를 연상케 합니다.

그렇다면 김인숙의 고통도 사랑도 또 JK의 K로 고통받고 있는 내력도 모두 알고 있는게 당연합니다. 몰래 인숙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인숙을 자신의 후원자이자 천사라고 믿고 있었던 지훈의 신뢰 보다 이십년 이상 인숙을 지켜봐주던 엄집사의 사랑이 대단해 보입니다. 원작 보다 훨씬 미스터리하고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로 재탄생한 로열 패밀리, 이 엄집사의 캐릭터로 인해 더욱 매력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재벌가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갈등, 임윤서와 큰아들 조동진(안내상)은 다시 전의를 다지고 조현진을 차기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공순호는 김인숙이 지주사로 있는 JK클럽의 지분을 다른 회사로 빼돌려 지주사를 몰래 변경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훈의 격려로 다시 기운차린 인숙, 불안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우지만 힘차게 그들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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