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아이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품을 수 있는 감정은 보통 애증이라고 합니다. 평생 그리워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북받쳐오르면서도 자신을 버린 냉정한 모정에 분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들 하죠.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의 봉마루(남궁민)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없었던 어머니, 그 빈자리를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생모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순금 할머니(윤여정)와 봉영규(정보석)이 어머니가 죽었다고 했던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영규가 실수로 엄마라고 했던 김신애(강문영)가 도무지 엄마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한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친부모도 포기하고 봉영규를 버리면서까지 봉마루가 선택했던 태현숙(이혜영)이란 어머니. 청각 장애를 가진 차동주(김재원)의 교양있고 다정한 어머니로, 모든 걸 남편 최진철(송승환)에게 빼앗긴 불쌍한 여자로 보였던 그 '엄마'가 마루의 출생을 조작한 걸로도 모자라 마루가 노력해 얻은 인생까지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부모가 현숙에게 저지른 일을 알기에 모든 것을 자신이 뒤집어쓰려 했는데 그 어머니가 철저히 자신을 배신해버렸습니다.
준하와 동주는 처음부터 의붓형제 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형제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물과 기름이었습니다. 남을 밟고 일어서려 장인도 죽이고 의붓아들의 귀를 멀게 한 진철과 신애가 나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진철이 저지른 그대로 갚아주기 위해 준하의 출생을 속이고 친아버지가 스스로 아들의 앞길을 막도록 만든 태현숙이 나쁜 사람일까요. 그 무엇 보다 중요한 건 진짜 나쁜 사람이 누구냐를 떠나서 그들의 욕심에 준하가 희생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숙과 진철, 신애의 과오는 그들이 업고 가야 마땅합니다. 그들의 얽히고 섥힌 원한과 증오는 그들끼리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진철이 동주의 청력을 잃게 만들고 마땅히 동주가 가져야할 모든 재산을 차지하고 현숙이 마루가 아버지를 향해 칼을 갈도록 만든 이 상황은 뿌리깊은 증오 마저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서글픈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전쟁 속에서 미친듯이 분노하는 준하는 그들 모두를 활활 태워버릴 기세입니다. 현숙을 향한 증오의 눈빛이 더 먼곳을 향하는 듯하다는 건 착각일까요. 동주까지 위협하는 준하의 속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서야 원래부터 두 사람이 형제였다는 것, 즉 법적 부부인 진철과 현숙의 아이로 의붓형제라는 걸 알았지만 16년전 마루와 동주가 처음 만났을 땐 생판 모르는 남이었습니다. 티 하나 없이 뽀얀 피부와 한눈에 봐도 비싼 옷, 피아니스트 못지 않게 피아노를 치고 한점 그늘없는 얼굴로 처음 보는 마루에게도 형이라며 인사를 건내는 따뜻한 아이. 때로는 개구지고 장난스럽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 동주를 남몰래 마루는 질투했습니다. 동주가 가진 재산도 여유도 부러웠지만 무엇 보다 자신에겐 없는 '엄마'란 존재를 보며 부러움을 들키지 않으려 싸늘하게 동주를 대했습니다.
새엄마 미숙씨가 죽었을 때 도와달라고 찾아간 태현숙은 뜻박에도 자신의 아들이 되어달라 합니다. 자신을 누구 보다 사랑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자신도 동주와 같은 현숙의 아들이 될 수 있다니 마루는 처음부터 좋았던 태현숙을 따라 동주의 하나 밖에 없는 형이자 그림자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16년 동안 지옥같은 훈련을 견디게 하고 동주의 청각장애를 감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는 진짜 현숙의 아들, 장준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버리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 봉우리(황정음)에 대한 미안함만 아니면 현숙과의 생활은 행복했습니다. 현숙을 내치고 우경그룹을 장악한, 자신의 새엄마까지 화재로 죽여버린 최진철을 동주를 대신해 복수해주고도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가족 속에서 자신의 진짜 둥지를 가지나 했는데 그 모든 어머니의 애정이 복수를 위한 위선이었다니 악마같은 진철과 신애가 친부모란 사실 보다 더욱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미쳐버릴 거 같은 비극입니다.
동주를 멀리 보내고 주가 조작과 횡령의 모든 죄를 덮어쓰려 한 건 끝까지 현숙의 아들이길 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진철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준하도 눈치챘지만 그래도 믿어보려 했는데 준하가 체포되는 현장에 나타난 현숙은 너무도 냉정했습니다. 어머니의 배신을 보며 미친듯이 웃는 준하. 어릴 때에도 오로지 동주의 어머니였던 것처럼 16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주 만의 어머니였던 태현숙. 마음 속으로 친부모들을 버려야했던 것처럼 현숙까지 버려야하는 준하가 가엽습니다.
진철과 만나 복수의 의지를 다지는 장준하는 아버지 진철 만큼이나 냉정한 얼굴로 '네가 가진 전부를 빼앗아오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진철과 현숙의 아들은 동주 뿐이었는데 이제는 장준하도 진철의 아들로 우경의 재산을 차지하겠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동주의 어머니를 부러워했던 어린 시절처럼 동주를 사랑하는 봉우리를 빼앗아버리겠단 뜻인걸까요. 아마 양쪽 모두일 가능성이 높겠죠. 청력을 상실한 동주에게 준하의 분노는 최고의 타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 아무리 16년을 부대끼고 살며 누구 보다 완벽하게 가족처럼 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들 동주와 현숙에게 순식간에 등을 돌리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영규와 순금을 떠났던 봉마루가 영규의 사랑을 느끼며 눈물을 쏟았던 것처럼 악을 쓰며 대들고 악담을 퍼붓던 할머니의 치매에 우울해하는 것처럼 그의 모진 마음은 결국 마루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행동들입니다. 그의 분노는 결국 진철, 신애, 현숙, 동주를 활활 태우는게 아니라 준하 자신을 태우고 상처입히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그런 애처로운 불꽃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숙씨(김여진)과 자신의 얼굴이 똑같다는 걸 알게된 나미숙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합니다. 봉영규와 티격태격 자꾸 친해지는 그녀가 혹시 미숙씨의 가족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피붙이 하나 없는 봉우리에게도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 되거든요. 봉영규도 지능이 떨어져 친부모가 버렸댔으니 세상 어딘가엔 그의 혈연이 살아 있습니다. 순금 할머니에게도 친딸인 신애가 남처럼 지내긴 해도 살아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루 역시 그 부분에선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 아버지, 마루, 우리 이렇게 네 가족 모두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건 그들이 언제든 뿔뿔이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핏줄이 닿은 친 가족에게 찾아가면 그들은 금방이라도 해체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렇지만 그들 네 사람의 끈끈한 결속력은 보이지는 않아도 단단하게 그들을 묶어주고 있습니다. 마루가 아무리 집을 나가고 괴로워해도 이 네 사람의 집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마루의 집, '우리집'입니다.
새엄마가 처음 도시락을 챙겨줘 속으로 기뻐했던 어린 시절처럼 얼굴이 똑같은 미숙씨가 다시 우리 가족의 엄마가 되어준다면 그러면 마루는 다시 어릴 때처럼 행복하게 도시락을 먹고 웃으며 살 수 있는,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너무 멀리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지만 아직도 봉영규가 가꾸는 꽃밭은 넓디 넓은 식물원이 되어 마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드라마 '내마음이들리니', 슬프기만 한 봉마루의 행복을 한번쯤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친부모도 포기하고 봉영규를 버리면서까지 봉마루가 선택했던 태현숙(이혜영)이란 어머니. 청각 장애를 가진 차동주(김재원)의 교양있고 다정한 어머니로, 모든 걸 남편 최진철(송승환)에게 빼앗긴 불쌍한 여자로 보였던 그 '엄마'가 마루의 출생을 조작한 걸로도 모자라 마루가 노력해 얻은 인생까지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부모가 현숙에게 저지른 일을 알기에 모든 것을 자신이 뒤집어쓰려 했는데 그 어머니가 철저히 자신을 배신해버렸습니다.
세 사람의 부모에게 희생당한 장준하의 분노
현숙과 진철, 신애의 과오는 그들이 업고 가야 마땅합니다. 그들의 얽히고 섥힌 원한과 증오는 그들끼리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진철이 동주의 청력을 잃게 만들고 마땅히 동주가 가져야할 모든 재산을 차지하고 현숙이 마루가 아버지를 향해 칼을 갈도록 만든 이 상황은 뿌리깊은 증오 마저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서글픈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전쟁 속에서 미친듯이 분노하는 준하는 그들 모두를 활활 태워버릴 기세입니다. 현숙을 향한 증오의 눈빛이 더 먼곳을 향하는 듯하다는 건 착각일까요. 동주까지 위협하는 준하의 속을 모르겠습니다.
미워하고 화내도 늘 울고 마는 장준하
지금에서야 원래부터 두 사람이 형제였다는 것, 즉 법적 부부인 진철과 현숙의 아이로 의붓형제라는 걸 알았지만 16년전 마루와 동주가 처음 만났을 땐 생판 모르는 남이었습니다. 티 하나 없이 뽀얀 피부와 한눈에 봐도 비싼 옷, 피아니스트 못지 않게 피아노를 치고 한점 그늘없는 얼굴로 처음 보는 마루에게도 형이라며 인사를 건내는 따뜻한 아이. 때로는 개구지고 장난스럽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 동주를 남몰래 마루는 질투했습니다. 동주가 가진 재산도 여유도 부러웠지만 무엇 보다 자신에겐 없는 '엄마'란 존재를 보며 부러움을 들키지 않으려 싸늘하게 동주를 대했습니다.
새엄마 미숙씨가 죽었을 때 도와달라고 찾아간 태현숙은 뜻박에도 자신의 아들이 되어달라 합니다. 자신을 누구 보다 사랑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자신도 동주와 같은 현숙의 아들이 될 수 있다니 마루는 처음부터 좋았던 태현숙을 따라 동주의 하나 밖에 없는 형이자 그림자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16년 동안 지옥같은 훈련을 견디게 하고 동주의 청각장애를 감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는 진짜 현숙의 아들, 장준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버리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 봉우리(황정음)에 대한 미안함만 아니면 현숙과의 생활은 행복했습니다. 현숙을 내치고 우경그룹을 장악한, 자신의 새엄마까지 화재로 죽여버린 최진철을 동주를 대신해 복수해주고도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가족 속에서 자신의 진짜 둥지를 가지나 했는데 그 모든 어머니의 애정이 복수를 위한 위선이었다니 악마같은 진철과 신애가 친부모란 사실 보다 더욱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미쳐버릴 거 같은 비극입니다.
동주를 멀리 보내고 주가 조작과 횡령의 모든 죄를 덮어쓰려 한 건 끝까지 현숙의 아들이길 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진철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준하도 눈치챘지만 그래도 믿어보려 했는데 준하가 체포되는 현장에 나타난 현숙은 너무도 냉정했습니다. 어머니의 배신을 보며 미친듯이 웃는 준하. 어릴 때에도 오로지 동주의 어머니였던 것처럼 16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주 만의 어머니였던 태현숙. 마음 속으로 친부모들을 버려야했던 것처럼 현숙까지 버려야하는 준하가 가엽습니다.
진철과 만나 복수의 의지를 다지는 장준하는 아버지 진철 만큼이나 냉정한 얼굴로 '네가 가진 전부를 빼앗아오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진철과 현숙의 아들은 동주 뿐이었는데 이제는 장준하도 진철의 아들로 우경의 재산을 차지하겠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동주의 어머니를 부러워했던 어린 시절처럼 동주를 사랑하는 봉우리를 빼앗아버리겠단 뜻인걸까요. 아마 양쪽 모두일 가능성이 높겠죠. 청력을 상실한 동주에게 준하의 분노는 최고의 타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 아무리 16년을 부대끼고 살며 누구 보다 완벽하게 가족처럼 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들 동주와 현숙에게 순식간에 등을 돌리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영규와 순금을 떠났던 봉마루가 영규의 사랑을 느끼며 눈물을 쏟았던 것처럼 악을 쓰며 대들고 악담을 퍼붓던 할머니의 치매에 우울해하는 것처럼 그의 모진 마음은 결국 마루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행동들입니다. 그의 분노는 결국 진철, 신애, 현숙, 동주를 활활 태우는게 아니라 준하 자신을 태우고 상처입히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그런 애처로운 불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출생의 비밀, 결국 무슨 의미?
미숙씨(김여진)과 자신의 얼굴이 똑같다는 걸 알게된 나미숙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합니다. 봉영규와 티격태격 자꾸 친해지는 그녀가 혹시 미숙씨의 가족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피붙이 하나 없는 봉우리에게도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 되거든요. 봉영규도 지능이 떨어져 친부모가 버렸댔으니 세상 어딘가엔 그의 혈연이 살아 있습니다. 순금 할머니에게도 친딸인 신애가 남처럼 지내긴 해도 살아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마루 역시 그 부분에선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 아버지, 마루, 우리 이렇게 네 가족 모두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건 그들이 언제든 뿔뿔이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핏줄이 닿은 친 가족에게 찾아가면 그들은 금방이라도 해체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렇지만 그들 네 사람의 끈끈한 결속력은 보이지는 않아도 단단하게 그들을 묶어주고 있습니다. 마루가 아무리 집을 나가고 괴로워해도 이 네 사람의 집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마루의 집, '우리집'입니다.
새엄마가 처음 도시락을 챙겨줘 속으로 기뻐했던 어린 시절처럼 얼굴이 똑같은 미숙씨가 다시 우리 가족의 엄마가 되어준다면 그러면 마루는 다시 어릴 때처럼 행복하게 도시락을 먹고 웃으며 살 수 있는,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요. 너무 멀리 너무 멀리 떠나와 버렸지만 아직도 봉영규가 가꾸는 꽃밭은 넓디 넓은 식물원이 되어 마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드라마 '내마음이들리니', 슬프기만 한 봉마루의 행복을 한번쯤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한국 드라마 이야기 > 내 마음이 들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마들, 진짜 어둠 속에 사는 건 봉마루니까 (3) | 2011.06.19 |
---|---|
내마들, 동주와 준하의 아름다운 복수를 위해 (12) | 2011.06.13 |
내마들, 준하를 마루로 돌려놓은 봉영규의 오열 (8) | 2011.06.06 |
내마들, 가짜 아빠가 둘 가짜 엄마가 둘 (2) | 2011.06.05 |
내마들, 상처투성이 장준하 이대로 폭주할까 (9) | 201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