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들, 준하를 마루로 돌려놓은 봉영규의 오열

Shain 2011. 6. 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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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평생 동안 출생의 비밀을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 친부모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가짜 아버지가 둘, 가짜 어머니가 둘인 봉마루(남궁민)의 마음에는 아직까지 어머니를 갈구하는 여린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친혈육을 갈구하는 마음과도 달랐고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남보기 그럴듯한 가족을 원하는 마음과도 달랐습니다. 친부모를 찾길 원했다면 김신애(강문영)과 최진철(송승환)의 존재를 반가워했겠지만 마루는 외려 그들을 부끄러워하고 경멸했습니다.

봉마루의 마음은 늘 봉영규(정보석)의 가족에게 가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출생을 속이고 바꿔버린 당사자이지만 미워할 수 만은 없는 순금할머니(윤여정)나 늘 자신을 기다리며 찬밥을 먹는 바보 봉영규나 동생이라고 해야하지만 핏줄이 전혀 섞이지 않은 봉우리(황정음)에 대한 그리움은 늘 그의 가슴을 슬프고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봉마루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태현숙(이혜영)의 가족도 아니고 친부모도 아닙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모든 사람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던 비밀, 결국 병원에 들린 장준하는 자신의 몽타쥬를 보고 태현숙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거두었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신애와 진철의 불륜을 현숙도 알고 있었음에도 봉마루의 몽타주를 떼어버린 현숙. 차동주(김재원)의 약점이 장준하라 생각하고 공격하려는 진철이나 동주를 대신해 준하를 진철의 타겟으로 만들어버린 현숙이나 그 누구도 준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지 않습니다.

준하가 작정하고 진철을 도발할 때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이 남자가 자신을 공격하고 횡령죄로 잡아넣으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현숙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 순간에도 준하는 직감했을 겁니다. 복수에 눈이 먼 자신의 '양어머니'가 동주를 대신해 자신을 미끼로 쓰리란 사실을 말입니다. 동주와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데 준하의 앞날은 전혀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준하는 결국 봉마루일 수 밖에 없었다

준하가 자신의 의붓 여동생인 봉우리를 마음에 둘 수 있었던 건 둘의 불완전한 오누이 관계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미숙씨(김여진)의 죽음으로 붕괴된 봉영규 가족은 봉마루에게 많은 걸 빼앗아 갔습니다. 조금 더 오래 부대끼며 살았더라면 조금만 더 오래 미숙씨가 죽지 않고 그들을 묶어주었더라면 봉마루에겐 조금 더 든든하고 안정적인 가족이라는 지지기반이 생겼을 지도 모릅니다. 준하가 스스로 선택한 동주 가족은 그에게 슬픔을 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준하에게는 알다시피 세 가족이 있습니다. 불륜으로 맺어진 진철과 신애, 돈과 욕심으로 점철된 그들의 수상한 인연은 준하가 아무리 거부할래도 거부할 수 없는 혈연입니다. 자식의 얼굴이 그려진 몽타주와 자식을 눈앞에 놓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신애는 '왜 그렇게 사냐'는 아들의 비웃음에도 눈하나 까닥하지 않는 철면피인데 준하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의 혈연이란 진실 만은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 가족인 의붓 동생 동주와 현숙의 관계는 준하가 꿈꾸던 가장 이상적이던 가족이었습니다. 지적이고 따사롭고 자신을 잘 돌봐주는 어머니 현숙과 늘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다정한 동주. 만약 신이 가족을 선택할 권리를 준하에게 준다면 제일 먼저 선택할만한 사람들이었지만 준하는 필연적으로 그들과 등질 수 밖에 없는 핏줄을 타고났습니다. 아무리 어머니로서 사랑한다고 해도 현숙은 언젠가 준하를 배신할 것이고 동주는 언젠가 준하가 자신의 '의붓형'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있습니다.

김신애가 '봉마루'를 버렸을 때 순금할머니의 손으로 만들어진 가족, 꽃바보 봉영규와 청각장애인 미숙씨, 작은 미숙씨가 함께 꾸린 작은 꽃밭같은 가족이야 말로 준하가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이지만 그는 자신이 그들을 버렸다는 미안함 때문에 차마 돌아가지 못합니다. 봉영규가 부자인 자신의 혈연에게 버림받았을 때 거두어준 것도 순금 할머니였고 신애가 버린 마루를 거두어 영규의 아들로 만든 것도 할머니였습니다. 미숙씨가 죽자 봉우리를 영규의 딸로 입적시킨 것도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세상의 욕심과 이익 관계 때문에 버려진 모든 사람들을 거둔 순금 할머니야 말로 봉영규가 꽃밭을 가꾸고 다듬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진정한 어머니이자 대지입니다. 영규 도련님에게 줄 치킨을 주섬주섬 손수건에 싸넣는 할머니, 그 치킨을 봉마루에게 건내주는 할머니, 자신을 원망하는 마루를 보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그 할머니야 말로 그들 가족이 사랑하고 살 수 있게 만드는 진정한 어머니입니다. 그런 할머니와 마루가 창피하지 않도록 집에 데려가달라 오열하는 봉영규, 어떻게 준하가 봉마루가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마루의 운명

자신의 아들 동주를 친형제처럼 거두며 최진철을 위협하는 후계자로 자랄 수 있게 만들어준 장준하. 현숙이 복수해야할 대상은 신애와 진철이지 절대 봉마루, 장준하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준하에게 지은 죄는 자신이 다 업고 가겠다며 괴로워했습니다. 아무리 원수같은 남편과 불륜녀의 아이라지만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 세월이 16년, 동주의 상처를 낫게 해준 그 아이를 어떻게 쉽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준하를 위기에 몰아넣은 현숙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두었으리라 짐작 가능합니다.

준하가 동주를 위해 저지른 각종 범죄를 동주가 뒷처리하기 시작했지만 진철 역시 반도체 사업 때문에 우경 그룹에서 독단적으로 횡령한 책임이 있고, 우경 그룹의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강이사의 딸이 강민수(고준희)인 이상 진철 역시 한순간에 위험해질 수 있는 위치입니다. 결정적으로 태현숙이 장준하가 봉마루란 사실을 두고 진철이 대신 죄를 뒤집어 쓸 것이냐 종용한다면 유일한 피붙이인 준하는 진철의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6년을 기다려온 태현숙의 지독한 복수가 완성이 되는 것과 별개로 봉영규의 소중한 꽃, 세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나머지 10회 동안 마무리해야할 터인데 어떤식으로 실마리가 풀릴 지 모르겠습니다. 순금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털어놓는 봉영규 출생의 비밀이 큰 역할을 하게 될까요? 마음의 안식처인 '바보 아버지'에게서 준하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요. 마루와 영규가 만나고 나니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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