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의자의 비열한 계책으로 은고는 망국의 요부가 되나?

Shain 2011. 10.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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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게 본래 목숨을건 다툼이고 보면 처음부터 필부의 삶을 살지 않고 정치판으로 뛰어들었을 때 비극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실권을 잡는데 실패하면 목숨과 재산을 잃을 뿐만 아니라 삼족을 멸하는 처벌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 마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수치스런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 극중 은고(송지효)가 원수 사택적덕(김병기)을 아버지라 부르며 복수를 결심한 것은 아버지 목한벽이 그런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문 사람들은 멀리 도망가 숨어 살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은고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여성입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도 있고 자신의 한몸이 부서진다 해도 가족과 연인을 살리고야 마는 은고는 사택황후(오연수)의 충신으로 위장해 남몰래 의자(조재현)를 돕고 차기 황제로 올려놓은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무왕(최종환)의 미움을 받은 계백(이서진)을 살리기 위해 또 기미(김중기)에게 뇌물을 받은 숙부를 살리기 위해 기존 귀족 세력들을 중용한다 약속하고 부정한 세력들과 손잡았습니다


하루아침에 공신에서 역적이 된 은고

의자의 권력을 빌어 이상적 국가를 꿈꾸던 성충(전노민)과 흥수(김유석)은 그런 은고를 못마땅해 하지만 일단 귀족들을 싹 다 죽여없앨 수 없는 한 일정 부분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릅니다. 이판사판(理判寺判)이란 한자처럼 누군가는 속세에서 썩은 무리들을 다스려야 정치라는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은고에게는 그들을 능히 다스릴 재능과 포부가 있습니다. 문제는 은고가 그런 일을 저지르고 왕에게 죄를 짓도록 계략을 꾸민자가 태자 의자라는 것입니다.

계백에게 은고가 평생 놓칠 수 없는 운명의 연인이었다면 어린 시절부터 살기 위해 어머니의 위패까지 태운 의자에게도 은고는 정치적 동지이자 단 하나 뿐인 여자였습니다. 권력을 위한 정략혼으로 태자비 연태연(한지우)와 결혼해 부여태를 낳았지만 그에게도 은고는 포기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계백을 살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은고, 충성을 맹세했기에 은고의 부정함 마저 감시할 계백, 그 둘의 천성을 잘 아는 의자는 은고를 차지하기 위해 비열한 계책을 꾸몄습니다.



사택황후를 맞은 아버지 무왕의 과오를 반복하는 의자

사택황후는 무왕의 호위무사 무진(차인표)을 사랑했지만 무진은 잔인한 사택황후의 성격에 놀라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사택적덕의 외동딸로 자란 사택황후에게 권력은 모든 힘의 답이자 최종목표였지만 무진은 좀 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무사였습니다. 무진은 무왕이 사랑하던 선화황후(신은정)와 의자를 목숨걸고 지켜주었습니다. 애초에 무진과 무왕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택황후가 무왕의 황후로서 추구할 수 있는 길은 권력 한가지 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계백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은고와는 다른 정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성충, 흥수 등과 함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백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까막재 식구들처럼 모두 배곯지 않고 귀족이 아니라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백제가 되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의자 역시 왕자로서 자신의 백제가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자와 은고는 백제 정치에 깊숙히 발을 담근 인물들로 현실 정치와 이상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입니다.


성충과 흥수는 참수를 명받은 은고가 의자의 용종을 잉태했다는 핑계로 목숨을 구명하자 뭔가 일이 이상해졌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은고가 사택지적을 비롯한 과거 귀족세력을 끌어들인 잘못이 있다지만 목씨 일족이 밀려나고 은고까지 죄를 뒤집어쓰게 된 것은 무언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은고를 차지하고 싶었던 의자의 계략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은고와 계백은 아직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은고가 죽는다는 걸 알게 된 태자비 연태연은 기고만장하여 은고의 옥사로 찾아옵니다. 의자의 교묘한 계책도 있었지만 사택씨를 절대로 등용할 수 없다 무왕에게 고하여 목씨 일족을 처단하게 한 것은 질투에 눈이 먼 태자비 덕분이기도 합니다. 복수심에 불타 올라 끝내 모든 걸 이뤄낸 은고는 다시 한번 자신이 살아나야할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태자비는 이 모든 것이 은고를 비로 얻기 위한 남편 의자의 비열한 술수라는 것도 모른 채 은고를 자극한 것입니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계백을 배신하고 의자왕의 후비가 된 은고에겐 내심 억울한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누가 사택황후에게 멸문당한 내 일족을 다시 도륙하였는가. 누가 나를 사랑하던 계백과 헤어지게 하였는가. 의자는 은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열한 수단을 선택했고 무왕은 왕권의 걸림돌이 될 귀족 세력을 경계하기 위해 계책에 동의했지만 은고에게는 다시 삶의 목표가 될 복수심이 생긴 것입니다.

의자왕의 후비가 되었지만 독한 마음을 먹는 은고

의자의 정치적 동지로 함께 했던 과거에는 백제를 돌려놓고자 하는 정당한 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의자 조차 정치적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더우기 계백과 헤어지게 한 당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의자라는 걸 알게 되면 그녀의 정치적 야망은 어떤 방향으로 불타오를 지 알 길이 없습니다. 부여태의 어머니 연태연을 황후 자리에서 밀어내고 자신이 황후가 된 후 부여융을 태자가 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택황후가 두번째 왕자 교기(전태연)를 황제로 세우려 했듯 은고 역시 의자를 넘어서는 최고 권력자가 되려할 것입니다.

의자는 은고를 자신의 아내로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처뿐인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유일한 희망 은고. 그녀는 이제 사택황후를 능가하는 백제의 권력자로 안 그래도 불안한 백제의 미래를 휘저을 정적으로 등극할 듯합니다. 성충, 흥수의 운명도 백제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일본서기의 기록처럼 은고는 망국의 요부가 될 운명일까요. 예나 지금이나 여인의 한을 가볍게 생각하면 나라가 위험해지는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 이 글은 드라마 '계백' 홈페이지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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