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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은 처음부터 충성을 강조한 조직이었을까?

알천랑과 유신랑의 충성과 의리가 TV 화면을 탔습니다. 신라의 화랑들은 화랑에 쓰인 꽃(花郞)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무술도 뛰어나고 용감합니다. 씩씩하고 거친 알천랑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지만 우리가 책에서 읽었던, 스스로 계백 장군에게 목이 잘린, 신라군의 사기를 올린 화랑 관창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통일신라시대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김유신은 자신의 둘째 아들이 죽을 자리에서 죽지 못했다며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습니다. 유치진의 희곡 속 원술랑은 화랑의 도와 신라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아버지로 인해 삼종지의(三從之義)를 내세우는 어머니 조차 평생 만나지 못하고, 문무왕 시절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숨어 살았다 합니다. 김유신이 치른 전쟁에서..

리얼 다이나믹 코리아,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최근 미국에 다녀오고 국민에게 담화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모 대통령은 '하겠다고 한 적 없다'로 입장을 바꿨다 한다. 그건 너무 심한 반응이었는지 '시기를 정한 적 없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다. 대국민 담화를 지나치게 자주 한 감이 있고, 대외 방송도 일주일에 한번씩 내보내고 있으니 물릴 때도 됐다. 이 정부의 지난 1년 행보는 최근 방영되는 S모 방송사의 드라마 시티홀을 연상하게 한다. 로맨스 드라마인 시티홀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복수전 덕에 주인공 신미래 시장은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다. 현정부와 어느 부분이 닮았냐고 하면 딱히 설명할 기운도 없지만 그 드라마에 나오는 부정한, 고고해, 빅브라더, 소유한, 고부실, 망해라 들의 이름은 쓴웃음이 난다...

미실의 아들 보종은 동성애자였을까?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설원랑의 아들로 등장하는 화랑 보종. 드라마에서 미실의 남편인 세종전군과 애인인 설원랑은 서로 갈등하고 하종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 때문에 설원부자를 무시하기도 한다. 이는 약간 어긋난 설정으로 두 아들 모두 어미(미실)의 신분을 물려받은데다 왕의 마복자인 하종과 보종은 두 사람 모두 전군이고 사이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다(서로 나이차이가 제법 나고 설원랑이 하종의 장인이다). 미실이 세종과 설원의 아이를 마복자로 만든 것이니 서로 원망할 상황은 못 되었다. 세종, 설원, 하종, 보종은 모두 공통적으로 화랑 풍월주에 오른 적이 있는 미실의 측근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원화를 풍월주로 대신한다는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모두 '한 인물'하는 화랑들이다. 꽃이란 단어가 들어간 화랑..

미실과 선덕여왕 - 그녀들의 화려한 모계 사회

신라의 모계혈통집단, 대원신통(大元神統), 진골전통(眞骨正統)은 생각할수록 이야기거리가 많다. 지난번 포스트를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미실은 대원신통의 종으로 왕비가 되진 않았으나 모계 중 최고신분이었고 그 신분으로 왕들에게 색공을 바칠 의무, 아니 권리가 있었다. 즉 쟁쟁한 인물들의 아이를 낳을 권리가 있었던 것이고 이는 왕이 거부할 수 없었다. 사도황후와 함께 진지왕을 폐위할 때 그녀들은 절정기의 권력을 맛보고 있었다. 사도의 손자이자 진골정통인 진평왕이 즉위 후에도 왕의 자식들과 혼사를 성사시키며 제법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초기에 진평왕은 대원신통이자 자신의 사촌,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들처럼 키운 용수, 용춘에게 왕위를 물려줄까 했지만(사위왕이 된다는 이야기, 두 인통은 교대로 왕의 자..

미실(대원신통)을 끝장낸 건 진짜 김유신이다?

드디어 화랑 김유신은 낭도들을 이끌고 전쟁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남달리 끈기있고 독한 김유신과 각 정치 세력의 사병 역할을 하는 화랑의 갈등은 드라마 상에서 일개 잉첩의 세력인 '대원신통'과 '왕족' 간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가야계의 김유신은 이 다툼에서 왕족인 천명공주와 진평왕의 측으로 돌아섰다(같은 진골정통이라서 그렇다고는 표현하지 않는다). 김서현은 대원신통이긴 하지만 그의 처지를 고려할 때 진평왕과 가장 가까운 측근이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묘사하는 군사훈련 장면(6월 23일 방송분)은 어쩐지 로마의 훈련법과 비슷해보인다. 군장을 갖춰 팀을 이루고 함께 방어하고 구령에 맞춰 호위하는 연습은 백부장(센추리온)의 호루라기에 맞춰 진퇴를 반복하는 로마 병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랑도를 비롯한 여..

드라마와 문화 2009.06.23

김유신이 아내를 고르는 남다른 기준?

천명공주와 선덕여왕의 연인으로 김유신이 선정된 것을 보고 참 재미있는 설정이라 생각했다. 진흥왕이나 진평왕이 강조한 '성골'의 뿌리, 즉 직계 존속의 개념을 강요하던 신라 왕조는 골품제를 깨트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성골이나 진골 왕족이 같은 골품 안의 여러 연인을 두는 것 - 비록 남매거나 근친, 혹은 동성일지라도 - 은 허락했으나 골품을 어겨 결혼하거나 연인이 되는 건 '사통'이라 표현했다. 드라마에서 표현하는대로 아버지의 신분이 낮은 설원랑(금진궁주의 아들, 아버지는 설성 - 사다함과 아버지가 다른 형제)은 미실과 사통을 하고 색공지신을 할 지라도 그의 정식 파트너는 되지 못하고 세종의 아들 하종에게 면전에서 천시를 당하기도 한다(실제 하종이 그런 성격이었는지는 알 길 없으나 설원랑을 높이 샀을 것 ..

드라마와 문화 2009.06.21

저작권법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영역들

영화나 미드를 주제로 리뷰를 작성하는 사람을 몇 알고 있다. MBC PD수첩에서 '저작권의 덫에 걸린 아이들'이란 내용이 방영된 이후 저작권법에 대한 우려가 한참이다. 저작권법에서 안전하기 위해 대세는 블로그 폐쇄라며 한달 안에 모든 게시물을 삭제할 것이란 사람도 있고 해외 서버에 '망명'한 뒤 저작권법의 단속 범위가 아닌 곳에서 활동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다음 아고라에선 '불필요한 저작권법으로 인터넷을 억압하려 하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이 진행중이다. 법적 효력은 없는 인터넷 청원이지만 넷심을 전달하는데는 무리가 없는 내용같다. '형법의 소급효금지 원칙'에 따라 또는 '인용'의 허용 범위에 따라 이미지 한 두건을 사용해서는 저작권법에 단속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 아닌 위로도 있었지만 인..

영웅형 사극을 보며 '인물중심주의'를 운운하다

사극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사서를 집중 해석한 정통 사극을 꽤나 좋아한다. 장풍을 쏘고 사람이 날아다니는 판타지 사극도 싫을 건 없지만 그래도 실제 그랬을 법한 일들이 TV에서 그려지는 것, 그것을 더 선호한다. 고대나 현대나 사람사는 곳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교훈을 주는 일들도 많고, 과거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현대에 가져올 수 있는 이야기거리도 좋아한다. 판타지 사극이 늘어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인물' 중심의 사극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주몽, 선덕여왕, 천추태후, 세종대왕, 불멸의 이순신, 대장금, 허준, 상도(임상옥) 등 많은 역사 속 인물들이 사극의 주인공으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활약하였다. 정통 사극 속..

드라마와 문화 2009.06.18

목욕탕 몰래 카메라와 독재국가의 조건

내가 살던 지역은 어릴 때 물이 부족했다 한다. 수도공사가 덜 되서 물이 안 나오는 지역도 있었지만 수도에 공급할 물 역시 부족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여름이 되면 항상 급수차가 다녔다고 한다. 학교나 집에선 물을 아끼기 위해 세수한 물을 번갈아 쓰라 캠페인을 벌였고 물이 나오는 지하수나 약수터, 공공 수도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수도시설이 확충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시절에 목욕탕은 좋은 곳이었다. 어른들이 아끼는 물을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물장난할 수 있는 탕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어머니가 때를 밀겠다며 팔을 잡아챌 때는 싫었지만 목욕이 끝나고 느끼는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 때문에 참을만했다. 목욕이 끝나면 얻어먹는 단지우유도 꿀맛이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

1987년 그때도 사람들은 거리에 모였다

87년도 5월은 써머타임을 시작하는 기간이었다. TV와 학교에선 평소 보다 일찍 나오라 학생들을 다그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책상에 엎드려 잠든 학생들은 도대체 왜 한 시간 일찍 나오란 것인 지 알 수 없었다. 에어컨같은 건 바랄 수 없는 무더운 시내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다녔고,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TV에선 유난히 경제 성장을 강조하던 그때, 모두들 잠을 아껴가며 80년대를 살았다. 시내에 다녀온 아이들은 종종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우는 건 그럴 수 있다지만 그 아이의 부모들까지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몰랐다. 저 가족에게 슬픈 일이 있었나 보다 짐작할 찰라 아이 아빠가 한마디 한다. 최루탄 그거 참 지독하기도 하다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의 얼굴을 가렸지만 아이도 울고 있더..

선덕여왕엔 포석정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TV 드라마의 영향력은 놀랍다. 바쁜 현대인의 가벼운 오락거리이자 잘 몰랐던 사실을 한번쯤 일깨워주는 교양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 드라마. 고대 역사를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을 땐 미처 생각치도 못한 사실들이 드라마를 통해 방영된다. 퓨전 사극의 영향으로 창작된 내용이 반을 넘는 사극들이 넘치지만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다시 사료를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화랑세기 속 소재 중 드라마로 만들만한 가장 대표적 인물이 TV에서 만들어졌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미실이란 인물, 계림(鷄林)이라 불리던 신라의. 그 인물이 쓴 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화랑세기는 원래 화랑의 풍월주들을 기록한 글이다. 판타지 사극이 싫다하면서도 시청하게 되는 까닭은 사이코패스같은 모습으로 딸보다도 어린 공주..

드라마와 문화 2009.06.09

판타지 사극, 가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최근 방영되는 사극은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다. 채시라가 주연을 맡은 'KBS 천추태후(2008)', 정려원 주연의 'SBS 자명고(2009)', 이요원 주연의 'MBC 선덕여왕(2009)'이 그것이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역사 속 여자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들은 대하사극이란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 정치 일선에 나선 드라마를 내세움은 시대의 경향이라 이야기한다. 사료를 구하기 쉬운 조선시기에 집중되어 있던 역사 드라마들은 소재 빈곤에 시달려왔다. 같은 소재로 몇년 마다 다시 작업하기를 반복하기도 했었던 '장희빈' 경우는 '몇 대 장희빈'이란 타이틀을 배우에게 붙일 정도다. 남들이 다 아는 '역사'를 가지고 볼거리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대극'이라는 ..

드라마와 문화 2009.06.08

판타지 사극 '선덕여왕'의 미실이 악녀가 되어야하는 까닭?

신라 최초의 여왕이자 한반도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정치감각이 뛰어난 그녀가 왕의 자리에 올랐을 땐 중년이 훨씬 지난 나이였다 한다. 그녀가 드라마에 등장했다. 무수한 퓨전 사극 주인공들처럼 아직 어린시절을 중국에서 구르고(?) 있는 그녀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건 화랑세기 때문이다. 화랑세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10년이 넘었다. 위서 여부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며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단 이야기도 그때 읽었다. 그 속에 그려진 신라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알던 모습과 몹시 달랐다. 그때는 충격적인 역사서라 오래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역사 교과서 속의 내용을 모두 뒤집을 만한 이야기가 실린 '화랑세기'. 필사본이기에 박창화씨의 덧붙임이 있으리라는 추측(신라 비석은 왕의 이름을 마립간, ..

드라마와 문화 2009.06.05

노무현 前 대통령의 영결식 단상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었다는 사람들 조차 그를 향해 부채감을 느낀다 한다. 혹자는 한때 대통령자리에 있던 그 조차 힘없이 스러짐을 두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한다. 그의 지지자였던 사람들은 존경하는 정치인을 홀로 사지로 내몰았단죄책감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누군가 이 슬픔의 기운을 '광기'라 비약하더라도 비아냥대며 왕의 죽음 두고 슬퍼하는 백성의 눈물과 비교할지라도 개개인에게 이 슬픔은 충분히 이유 있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두고 많은 명명(命名)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자제하려 한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고민하고 평가하는사람은 앞으로도 충분히 많을 것이다. 한쪽은 그 파장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할 것이고 또다른 한쪽은 죽음의 의미를 두고할 일을 따져볼 것이다.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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