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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27

아이언맨, 갑작스런 태희의 재등장과 분노의 연쇄작용

중학교 때 사회선생님이 '화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습니다. 아마 사고친 학생 문제로 교무실에서 교장선생님에게 한소리 듣고 벌개진 얼굴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으니 마음을 다스리려 하신 말씀같은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부인과 크게 싸우고 회사로 와서 회의 석상에 앉은 이사와 전무들에게 무섭게 화를 냅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상태라 이것저것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장은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이사와 전무들은 부장을 불러 보고서가 이게 뭐냐며 트집을 잡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부장은 각 부서별 과장을 불러 좀 잘 하라며 야단을 치고 과장은 근무처로 돌아와 점심 먹자는 대리들에게 '지금 밥이 넘어가냐'며 닥달합니다. 점심 때부터 기분이 잡친 대리들은 하루 ..

유나의 거리,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남자가 된 김창만

가끔씩 방송작가의 삶이 어떨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방송작가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보조작가들이 모아온 자료로 시나리오를 쓰고 퀭해진 얼굴로 예민한 행동을 하곤 하지만 그것 역시 작가에 의해 창작된 판타지 중에 하나겠지요. 방송작가들은 평소에 어떤 삶을 살까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라면 아마도 평범한 아저씨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 사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운경 작가의 시나리오는 인기 드라마 대본처럼 충격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납니다.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1994)' 주인공들은 지금 억대 출연료를..

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원작 만화 한국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기

아주 예전에 제 입장에서는 다소 경악스러운 드라마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일러문'을 실사화(일명 특촬물)한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실 수 있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화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보았던 저로서는 굳이 저 만화를 현실 속의 인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둘 수는 없는 건지 애니메이션 만으로 충분히 상상력이 극대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걸 배우들로 꼭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냥 참 놀랍더군요. 우리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기 만화 한편으로 캐릭터 상품부터 영화, 애니는 물론 오디오 시디까지 제작하는 나라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

미생, 장그래에게 자신감을 준 한마디 '우리 애'

올 여름에 나온 신문기사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49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그 주요 원인은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163시간으로 세계 2위이며 그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굉장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하죠. 한마디로 많은 시간을 직장에 투자한 만큼 피곤하게 살고 바쁘지만 효율은 좋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 통계수치였습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오늘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하겠죠.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옮긴 tvN의 '미생'. '미생(未生)'이라는 제목은 '아..

아이언맨, 유치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복숭아씨 이야기

한정수가 맡은 고비서라는 배역은 드라마 '아이언맨'에서 가장 코믹한 캐릭터인 동시에 가장 안쓰러운 배역입니다. 주홍빈(이동욱)에게 얻어맞다 낙법으로 안전하게(?) 착지하며 씨익 웃을 때나 주홍빈이 휙 집어던져서 마당으로 날라갈 땐 한없이 웃기다가도 얻어맞는 장면에선 정말 아팠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주홍빈이 여동생에게 골수를 주었다는 이유 만으로 칼에 배이고 멍이 들면서도 주홍빈 곁을 지키며 목숨을 내놓겠다고 다짐하는 고비서의 의리는 뭉클합니다. 고비서는 단순하지만 손세동(신세경)과 더불어 '아이언맨'에서 가장 정상적인 감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홍빈이 분노해 마구 폭주할 때 세동과 창(정유근)이 다칠 수 있다며 걱정해준 사람도 고비서입니다. 사실 고비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이같은 면이 있죠..

유나의 거리, 외로운 소매치기를 위한 창만의 사랑법

지평권 음악감독은 2011년 발표된 김연아의 '오마쥬 투 코리아' 즉 '아리랑'으로도 유명하지만 드라마 '짝패(2011)'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 OST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작곡을 담당한 음악감독이 남달라서 그런지 '함정'이나 '유나의 왈츠', '사랑따위로', '긴 밤이 지나면'같은 '유나의 거리' OST가 드라마와 함께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특히 '유나의 왈츠'같은 노래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드라마를 잘 살린 노래 가사에 드라마 시청이 끝나도 여운이 남곤 합니다. 혼자 외로워하는 유나의 모습이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껄끄러움이 저절로 연상되는 노래에 저절로 차분한 기분이 됩니다.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소매치기 전과 3범 강유나(김옥빈). 전설의 소..

아이언맨, 마음 속에 칼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제 '아이언맨' 8회가 결방되었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왜 다운로드 사이트에 파일이 안 올라오나 기다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인천 아시안 게임 한국, 북한 축구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채 '아이언맨'을 기다린 것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만화적인 상징으로 보여주는 방식 - 도 마음에 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태희(한은정)의 죽음을 인정한 주홍빈(이동욱)이 손세동(신세경)에게 애정표현을 한 다음 이야기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들었을 땐 '분노'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점점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더군요. 사실 그랬습니다. 한동안 집안의 슬픈 일로 글쓰기는 커녕 드라마 보는 일 조차 손에 잡히지 않던 제게 '아이언맨..

'세월호 특별법' 루머 보궐선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일본은 우리 나라 사람들과 언론이 어떻게 하면 분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독도 문제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집권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됩니다. 한일 간 외교 현안과 일본의 극우적 태도가 직접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동은 한일 관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수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많은 걸 참고 견딥니다. 직장상사가 치사하게 굴고 사회의 부당한 압력을 받고 삶의 무게에 지쳐 힘들어하면서도 내 아이가 행복하다면, 안전하다면 인내할 수 있는게 부모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가는 최우선으로 지켜야할..

유나의 거리, 바른 생활 사나이 창만 유나의 세계를 보다

사극이나 영화를 보면 정말 쉽게 사람을 베고 죽이지만 사람을 피나도록 때리고 상처주는 일은 생각 만큼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선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능숙하게 주먹을 주고 받지만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해 상대방을 폭행했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하물며 칼로 찌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사람들이 주먹이나 흉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독한 마음 먹고 민규(김민기)를 두들겨 팬 창만(이희준)은 주차장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맙니다. 미선(서유정)의 돈을 뺐고도 모자라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한 민규를 혼낼 이유야 많겠지만 모질게 민규를 때리는 순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의리가 넘치는 창만이 할 수 있..

끝없는 사랑, 참을 수 없는 80년대 정치의 가벼움

어린 시절에 '공포의 삼겹살' 혹은 '날으는 돈까스'라는 유행어를 한번쯤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별명이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곰, 멧돼지 등으로 불리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별명입니다. 가장 오래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한때 권력의 실세였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져 미국으로 망명했고 국외에서 박정희 정권의 비리를 폭로했습니다. 김형욱은 79년 프랑스에서 실종되어 생사가 묘연했는데 김재규의 명령으로 죽었고 시신이 산산조각나 찾을 수 없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지금 '끝없는 사랑'에서 빅베어(박요한)의 역할 모델이 바로 김형욱입니다. 79년에 죽은 사람인데 하고 생각해보니 김형욱의 공식 사망신고가 84년이었죠. 드라마 '끝없는 사랑'은 이렇게..

나 혼자 산다, 로이킴부터 육중완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혼자남들의 궁합

TV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입니다. 영화, 연극, 공연무대나 취미같은 조금 더 돈 들고 '고급'스런 오락거리도 많고 자기계발에 꼭 필요한 소일거리도 많지만 바쁜 일상과 힘든 직장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시간들고 돈드는 재미 보다는 보다는 가까이 있는 TV를 선택합니다. TV가 실현불가능한 판타지 만으로 채워지기 보다 평범한 사람들, 서민들과 가까운 시선에서 눈높이를 맞춰야하는 이유도 그것이죠. 먼 지방의 맛집 비싼 음식이나 쉽게 살 수 없는 초고가 아이템도 좋지만 TV는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나 혼자 산다'는 대한민국 혼자남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스타들의 일상도 함께 담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주 데프콘까지 '나 혼자 산..

대안언론과 손석희, 그들에게만 허락된 세월호 특종

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어제. 중부지방에 아주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고민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붓던데 안산에서 서울까지 행진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비를 맞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유가족 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네 눈물을 잊지 마라'는 추모음악회 생중계를 하는 팩트TV를 볼까 아니면 손석희 앵커의 '뉴스9'을 볼까 주저하다 손석희 앵커의 방송을 일단 켰습니다. 어제 예고했던대로 손석희 앵커는 바람을 맞으며 팽목항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100일. 결국 어느 방송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팽목항에는 여전히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 있었으니까요. 오랜 시간 도보행진으로..

세월호 100일,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100일째, 100이라는 숫자가 실감나지 않아 한참을 다시 세어보는데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가 오늘이면 100일째가 된다며 팽목항에서 특별방송을 하겠노라 예고하더군요. 여전히 10명의 실종자가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했고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특별법'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사람들을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끔찍한 안내방송은 4월 16일 그날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살리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종자 가족에게 사람들이 불쌍해 쉴새없이 눈물흘리던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의 ..

유나의 거리, 창만과 유나가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는 '의리'

어제 방송된 '유나의 거리'를 보다 보니 눈에 띄는 연기자가 두 명 보이더군요. 하나는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은주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조은형이고 또다른 한사람은 유나(김옥빈)가 훔친 보석들을 처리해 준 장물아비 고물상 사장 역의 배우 기정수씨입니다. 아역배우는 일찍부터 등장했지만 어제서야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거고 장물아비는 보석을 훔칠 일이 거의 없는 유나가 윤지(하은설), 화숙(류혜린)와 함께 도둑질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물입니다. 배우 기정수는 원래 성격파 배우라 예전부터 부모님이 악당 전문 배우라고 하시더군요. 드라마 '짝패(2011)'에서도 주인공 귀동(이상윤)의 아버지 역할을 했습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활동하던 배우라 작가와의 의리가 없으면 보기 힘든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어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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