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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공중파와 약진하는 케이블, 종편 - 2014년 드라마 결산[1]

얼마전 KBS가 2015년 프로그램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KBS는 다른 공중파나 종편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인 만큼 각종 공익성 프로그램 편성으로 종종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방송사라는 선입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대개편'에 대한 평가는 일단 그리 좋지 않다. 힐링, 소통, 지적 호기심을 내세운 KBS의 개편 방향이 종편이나 케이블을 의식한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물론 KBS 측은 종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단막극 이외의 연속극을 편성하지 않던 금요일에 '스파이'를 편성한 것이나 낮 시간대에 시사 토크쇼를 편성한 것 등으로 보아 그리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케이블이 금요일에 '갑동이'나 '미생'같은 드라마를 ..

미생, '우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 직장인의 판타지

어릴 때 어른들은 직장생활을 위한 몇가지 충고를 말해주곤 했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고 하기싫은 일도 참고 원만하게 나쁜 사람과도 잘 어울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떤 남자 선배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시키는 커피 접대나 가벼운 성적 농담 정도는 받아넘길 줄 알아야한다는 다소 희한한 조언을 큰소리로 떠들기도 했다. 직장이 학교와는 다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때로 불합리한 관습을 참고 넘겨야하는데 직장이라고 다를까. 나는 뭔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 한편에선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 막연히 그런 기대를 품곤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 2년차에 그 '인생 선배'들의 말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

미생, 오상식을 떠나보낸 장그래가 아직 모르는 것

서른살이 되기전에는 서른살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널리고 경험쌓기가 쉬워진 세상에도 '연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재벌3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이제 겨우 회사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서 최전무(이경영)와 오상식(이성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차장이 단순히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 만을 위해 최전무의 중국 사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듯 최전무 역시 오차장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장그래는 한참 어린 '미생'이라서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오차장이나 최전무나 모두 완생 아닌 ..

김혜자 앞에서는 천하의 손석희도 깍쟁이가 된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JTBC '뉴스룸'에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호세 카레라스, 제이슨 므라즈같은 외국 뮤지션들부터 서태지, 한석규, 염정아같은 한국 연예인들까지 -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출연하는 멤버도 의외지만 기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제 출연한 배우 김혜자도 그랬다. 배우 한석규도 '선배님'이라 깍듯하게 부르는 손석희를 김혜자는 '깍쟁이'로 만들었다. 김혜자와 손석희야 말로 '국민'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알맞는 사람들이지만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좋지 않다는 김혜자는 '국민 앵커'를 손아래 막내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가 어제는 장난꾸러기처럼 보..

펀치, 법조계의 권력을 선택한 박정환의 쓸쓸한 뒷모습

박경수 작가의 '황금의 제국(2013)'은 뻔한 멜로나 화려한 연출없이 최고의 긴장감을 끌어낸 드라마였다. 특히 재벌 가족 간의 암투를 묘사한 끝부분에서는 모든 사건이 등장인물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그 흔한 야외촬영도 몇번 없었는데 극단적으로 이그러지는 캐릭터 간의 갈등 만으로 볼거리가 충분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죽고 재벌의 아내였던 여자는 목숨 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고 치매에 걸렸으며 재벌총수의 동생과 장남, 조카는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재벌의 딸로 태어나 남편도 가족도 모두 버린 여주인공은 홀로 남아 재산을 지키게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들에 재벌가의 재산싸움이 엮여 ..

'하녀들' 스태프 사망, 인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드라마 촬영장

지난 13일 JTBC '하녀들' 연천 촬영장에서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해 '하녀들' 제작 스태프 중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JTBC로서는 이번 스태프 사망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꽃들의 전쟁', '달래 된, 장국' 2013년 촬영중에도 스태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다. '꽃들의 전쟁'은 조연출이 촬영장으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달래 된, 장국'은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의상팀 스태프 2명이 추돌사고로 사망했다. 이번 '하녀들' 화재 사망사고는 2층에서 일을 하던 스크립터가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세 드라마의 외주 제작사는 모두 '드라마하우스'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제작사로 JTBC의 드라마 대부분을 이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다. ..

미생, 오상식의 판타지와 마부장, 성대리, 최전무의 현실

얼마전 다음 포털에서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과 성대리(태인호) 중 누가 더 싫으냐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부하직원을 때리며 미친 사람처럼 팔팔 뛰는 마부장 보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고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성대리 쪽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투표 결과 보기). 마부장이야 어차피 부장급이라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성질내고 폭발하는 만큼 그냥 좀 무서울 뿐이지만 성대리의 앞뒤다른 간사함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성대리같은 인간형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뭔가 주변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날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성대리같은 직장동료의 작당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 마부장처럼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 일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연륜이 느껴지는 손석희와 한석규의 인터뷰

어릴 때 인상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다른 외골수들은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음악이면 음악 공학이면 공학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집요하게 그 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주제로도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런 태도가 조금 달라진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그 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 젊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던 그들도 마치 오랜 시간 사귄 친구처럼 깊이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 마다 그 출발점은 달라도 끝에는 결국 한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 - 그것이야 말로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독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배우 한석규가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그 자체로..

피노키오, 기재명의 '사실'과 기재명의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폐기물처리장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소방대원 9명을 순직하게 했으면서도 소방대장 기호상(정인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살아온 세 사람. '피노키오'의 기재명(윤균상)은 그 셋 중 한명인 문덕수(염동헌)를 유인해 함정에 빠트리고 문덕수가 떨어진 곳을 벽돌로 막아버린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나머지 두 사람의 시신에선 부검결과 독극물이 발견되었고 두 사람과 채무관계가 있던 문덕수는 두 명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친 용의자가 된다. 기재명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여버린 거짓말쟁이들과 언론에 증오를 품고 있고 드라마의 흐름상 기재명이 셋을 모두 죽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청자들 중에는 기재명이 둘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문덕수는 구덩이에 빠졌을 뿐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재명은 가..

힐러, '힐러'의 이름으로 이어진 해적방송과 심부름꾼

77년 발표되어 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군부정권 아래에서 방황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도망치는 해적방송에서 '나 어떡해'를 방송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나 어떡해' 보다 샌드페블즈 2기 멤버 중 하나가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젊은이가 더 많을 지 모른다. 영화 '박하사탕(1999)'에서 왜 그렇게 설경구가 '나 어떡해'를 불러제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이 시대의 중년층일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지만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역사와 경험없이 재미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응답하라 199..

'미생' 최고 시청률이 고작 7퍼센트라고?

10월 17일부터 방송된 tvN '미생'의 인기가 심상치 않더니 12월 6일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AGB닐슨 기준). 1회 시청률이 1.4%였으니 엄청난 기록이다. 시청률 상승폭도 그렇지만 종편이나 케이블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2%를 넘기 쉽지 않고 좀 잘 나가는 프로그램도 5% 대인 걸 생각하면 '미생'은 과연 2014년 최고 화제작이 될 만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공중파 월화 드라마도 시청률 10% 넘기 쉽지 않으니 더욱 '미생'의 도약이 주목받는 듯하다. '미생'이 방송되는 날이든 아니든 포털, 게시판이 '미생' 이야기로 도배되고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KBS '가족끼리 왜 이래'가 30%대..

미생, 마부장같은 부당함을 이겨내는 힘 - '우리'라는 이름의 동질감

모든 조직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익과 효율 만이 조직의 목표가 되면 가끔 괴물이 태어나기 마련이다. '미생'의 마부장(송종학)처럼 성희롱을 저지르고 인간성이 최악임에도 '끝발'을 무시할 수 없는 중견간부가 있는가 하면 겉과 속이 다르지만 어쨌든 일은 해내니까 뒷탈없이 직장을 다니는 성대리(태인호)같은 인물도 있다. 물론 '회사'가 한 사람의 인성까지 평가하는 곳은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박과장(김희원)처럼 끝내는 곪아터지기 마련이다. 부하직원에게 '갑' 노릇하고 '을' 업체에서 '와이로' 받아먹고 여직원을 성희롱하는 마부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마부장은 고발한 여직원을 자르면 잘랐지 실적 좋은 자신을 회사가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최전무(이경영)는 사람 ..

미생, 아무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단한 안영이의 삶

우리 이전 세대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냐 결혼 못한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죠. 제가 살던 고향에도 그런 가족이 많았습니다. 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무작정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논을 사고 밭을 사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에 동생학비까지 대주며 힘들게 살던 동네 언니들이 결혼하고도 친정의 돈요구를 끊지 못해 친정을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그 언니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또래 중에서는 중학교 마치자 마자 공장에 취직하고 월급을 아버지 통장에 입금하는 딸들도 많았죠. 대졸 여성들 중에도 이렇게 가족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기업에 취직해도 그녀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생'의 안..

'에네스 카야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JTBC '비정상회담'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참 의아했던게 한가지 있습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은 인기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G11 패널들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에 가깝습니다. 물론 타쿠야는 원래 아이돌 멤버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에네스 카야는 '초능력자(2010)'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줄리안은 클럽 DJ에 2006년 '봉주르'란 그룹으로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외국인으로서 활약한 것에 봐야할 것같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패널들이 직장인, 모델 아니면 학생이라서 연예인도 아닌 그들을 TV 속에 끌어들인 제작진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었던거죠. 방송에 자주 출연하기는 해도 그들은 원래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이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 봐야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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