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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딸과 아들의 인생을 망친 방영자의 승리

Shain 2013. 2. 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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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몇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 기회가 로또나 유산상속같은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일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도 기회라면 기회입니다. 한편으론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를 얻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회를 잃는 일이 될 수도 있죠. '백년의 유산'의 민채원(유진)은 이혼으로 어둡고 슬펐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은 반면 채원의 남편이던 김철규(최원영)는 철없는 마마보이인 자신의 삶을 바꿀 기회를 영영 잃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방영자(박원숙) 여사의 음모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방영자는 혼자서 오래 고생하며 사업을 일으킨 만큼 다른 어머니들 보다 유난히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방영자에게 김철규는 아들이라기 보다는 믿을 수 있는 남편이자 친구이고 늙어 의지할 수 있는 기둥입니다. 방영자는 평범한 집안 출신 며느리 채원를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런 채원을 아들 철규가 열렬히 사랑하고 위해주자 승부욕이 발동합니다. 어떻게든 얄미운 저것을 내 집에서 쫓아내리란 각오로 못된 말을 퍼붓고 심술을 부리고 채원이 아들과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합니다.

채원은 이혼을 받아들이며 새출발을 준비하지만 김철규는 괴로워하며 넋을 잃는다.

방영자가 민채원에게 띄운 승부수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본래 모진 성격이 아닌 채원은 아버지 민효동(정보석)을 처벌받게 하겠다는 방영자의 음모에 꼼짝없이 무릎꿇고 맙니다. 엄마에게 의존하는 마마보이 남편에게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어도 어떻게든 억울한 마음을 풀고 싶어 버텼던 채원입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정신병원에 갇히고 불륜으로 몰렸던 그 시간들을 보상받을 수 없어도 시어머니 방영자만은 롭히고 싶었던 채원이 아버지가 누명을 쓰자 정신을 차립니다. 복수를 위해 소중한 가족을 잃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방영자는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하던 그날 오랜만에 가벼운 기분으로 와인을 마시며 목욕까지 합니다. 앓던 이가 빠지는 것같은 속시원함에 앞으로는 고상하게 악다구니 쓰지 말고 살아보자며 노래까지 부릅니다. 위자료 한푼 받지 않고 방영자의 집을 떠난 채원은 국수공장 가족들 앞에서 어렵게 이혼했다고 고백합니다. 오지랍넓은 가족들이 위자료를 얼마받았냐며 속을 긁어놓지만 할아버지 엄팽달(신구)과 아버지 효동의 위로로 곧 기운을 차립니다. 방영자는 며느리에게 완벽한 '승리'를 했고 그 기쁨에 취해 있습니다.

방영자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김철규. 철없이 처가집을 찾아가 애원해보지만.

그러나 엄마에게 속은 것을 몰랐던 아들 김철규는 다릅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밝고 따뜻하던 채원이 자신과 이혼하고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술에 취해 일을 게을리합니다. 실어증에 어머니와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독하게 재촉하던 채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원을 챙겨주고 불륜 조작 사실도 밝혀준 이세윤(이정진)에게 화풀이를 할 정도로 격앙되어 있습니다. 채원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랑해왔는데 그런 채원이 말도 못하는 어머니를 두고 이민을 가자고 하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평생을 엄마 방영자의 꼭두각시처럼 살아온 김철규는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금룡푸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도 회장인 엄마의 작전 덕분이었으며 화재 피해자를 만나 협상하고 일마무리를 하는 것도 그에겐 버겁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김철규가 채원을 만나 엄마에게 무언가를 늘 받는 인생이 아니라 아내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남자다운 삶을 살 기회를 얻었는데 엄마의 욕심과 계략으로 인해 그 기회는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김철규는 이대로 실망한 채 엄마의 인형으로 평생 살아가야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행동이 자식들의 앞길을 망치는 일인지도 모르고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는 방영자.

방영자는 며느리를 이겼다는 생각에 행복에 겨워하지만 아들을 천하에 둘도 없는 마마보이에 찌질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미치도록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지 못하고 이혼한 후에도 사려깊지 못하게 아내의 친정에 찾아가 소란을 일으키는 이 남자는 한 가정을 책임질 능력이 없습니다. 결혼생활 동안 엄마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해하는 아내를 달래고 구해주지는 못할 망정 둘 사이에서 힘들다며 짜증내고 물건을 집어던졌습니다. 김철규는 큰 변화가 없는 한 엄마가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지 알면서 계속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다 방영자는 딸의 사랑을 짓밟고 말았습니다. 김주리(윤아정)는 3년동안 이세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그런 세윤이 방영자 때문에 채원을 만나게 됐고 방영자가 불륜으로 둘을 엮는 바람에 채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사랑을 잃어버린 세윤의 가슴에 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근심 잡아먹는 고양이'까지 쥐어주며 채원을 위하는 세윤은 그 누구 보다 따뜻한 사람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채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세윤이 주리의 짝이 될 수 있었는데 채원이 이혼도장을 찍는 순간 주리는 강력한 연적을 만나게 됐습니다.

다시 이어진 채원과 세윤의 인연. 방영자는 결국 민채원을 이기고 자식들의 인생을 망쳤다.

김철규도 김주리도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물려받을 부유한집 자식들이지만 세상에 단 하나, 자신들이 사랑하는 연인 만큼은 자기들 마음대로 어쩌지 못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머리가 좋아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정떨어진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수도 없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남자를 낚아챌 수도 없습니다. 방영자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식들의 인생을 망쳐버린 셈입니다. 채원이 굳이 방영자의 사업을 방해하지 않더라도 또 국수 사업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해도 방영자에 대한 민채원의 복수는 이런식으로 이뤄질 것 같군요.

여린 남자 김철규에게는 좀 안됐습니다만 채원의 이혼은 속시원했습니다. 그렇게 밝고 명랑했던 채원이 우울증 때문에 늘 찌푸린 얼굴로 살아야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망가져야했을지도 모릅니다. 방영자 식구들과 함께 말라죽느니 혼자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게 낫겠지요. 그리고 비록 드라마 속 일이긴 하지만 민채원에게는 이세윤이라는 또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일하게 살았던 누군가는 기회를 잃었지만 노력하며 살았던 누군가에겐 희망찬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으니 잘된 일 아닐까요. 일도 사랑도 성공하는 새 출발이 묘사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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