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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국수집 자녀들이 엮은 발칙한 불륜 드라마

Shain 2013. 2. 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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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른들은 못된 짓을 하면 자식들이 그 죄를 받는다고 그랬습니다. 나쁜 짓을 해도 천벌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그런 권선징악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잘 맞는지 몰라도 최소한 드라마에서는 못된 엄마의 못난 아이들은 사랑에 상처를 입거나 사업에 실패하게 됩니다.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는 마음에 안드는 며느리 민채원(유진)을 쫓아내기 위해 일억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재를 일으켰고 방영자에게 복수하려 이혼을 미루던 채원은 아버지 민효동(정보석)을 구하기 위해 이혼을 선택합니다. 채원을 사랑하던 김철규(최원영)는 폐인이 되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태죠.

거기다 세윤(이정진)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주리(윤아정)는 다시 한번 단단한 마음의 장벽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채원에게 마음을 주던 세윤이 이혼하고 잘 살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채원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반쯤 미친 철규는 채원을 끌고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방영자는 세윤이 자신의 딸이 몇년간 사랑했던 당사자란 것도 모른체 다친 채원을 던져놓고 갈 셈인듯 합니다. 돈이 제일의 가치인 방영자는 남을 슬프게 하는 일 따윈 안중에도 없습니다.

맞선 보라는 방영자에게 반항하는 김철규는 방영자를 고의로 골탕먹인다.

물론 단란한 국수집 가족들이 돈에 초연한 것은 아닙니다. 큰 아들, 작은 아들, 막내딸 모두가 백억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엄팽달(신구)의 집에 모여 사는 중이고 종업원 하나 없던 국수집은 자식들 덕분에 북적북적댑니다. 작은 며느리 공강숙(김희정)은 조금이라도 시부모에게 점수를 따려 아들 보름(이태우)을 내세우고 큰며느리 도도희(박준금)는 백억 상속의 최고 라이벌인 둘째네를 경계하느냐 눈을 가늘게 뜨고 집안을 살펴봅니다. 두 오빠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막내딸 엄기옥(선우선)은 백억을 상속받아 시집갈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세 자식들에게 30년전에 죽은 큰딸네 가족인 효동과 채원은 경쟁자가 아닙니다. 채원은 위자료 한푼없이 이혼했으나 다른 직업을 갖겠다고 선언했고 효동은 오랫동안 해온 일이 있는데 어떻게 직업을 바꾸냐고 합니다. 둘째 며느리 공강숙은 오페라 마담 양춘희(전인화)와 친하게 지내는 효동을 보며 효동이 그대로 결혼해서 분가하면 유산상속 다툼에서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하나같이 자기 속셈에 빠져 엄팽달이 진짜 백억짜리 밀밭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가업 물려주기 때문에 허튼 말을 한건지 관심도 없습니다.

시어머니의 진심엔 관심없고 백억 재산이 쪼개질까봐 신경이 곤두선 큰 며느리. 시어머니가 수상하게 보인다.

자식들은 혹시나 백억 재산에 흠집이라도 날까 촉을 날카롭게 세웁니다. 오죽하면 큰며느리는 시어머니 김끝순(정혜선)과 가까이 지내는 육십세 노총각 강진(박영규) 조차 예사롭게 않게 보입니다. 끝순 할머니가 강진을 이뻐하는 건 능청스럽고 붙임성있는 강진이 엄마 엄마 하며 잘 따라붙는 탓이기도 하지만 첫째 사위 효동의 짝으로 춘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강진에게 친하게 구는 것입니다. 강진과 춘희가 짝이 되면 효동도 저절로 떨어져나갈 거란 속셈이 있는 것이죠. 초콜렛이나 꽃다발은 받으면 기분 좋은 작은 선물일 뿐입니다.

그러나 큰며느리 도도희에겐 시어머니의 그런 '챙겨주기'가 바람난 주부의 행동처럼 보입니다. 먹을 거 챙겨먹이고 다정하게 토닥토닥 안아주는 시어머니가 육십살먹은 제비에게 홀려 황혼이혼이라도 하자고 나서면 어쩌나 전전긍긍합니다. 김끝순 여사는 엄팽달이 숨겨준 백억 재산을 그동안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는게 못내 섭섭하고 그 돈이면 혼자된 채원에게 가게 하나 차려줄 수 있는데 영감이 너무 인색하다며 원망하고 있습니다. 부인도 몰랐던 백억 재산이라니 누구든 그런 반응을 보일 법 하지만 이미 돈에 눈먼 며느리에게는 시어머니가 그저 바람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재산에 눈 멀어 어머니와 강진의 발칙한 불륜 영화를 찍는 자식들. 백억 돈에만 관심이 있다.

막장 TV 드라마를 너무 봐서 모든 친한 남녀가 불륜으로 보이는 지는 몰라도 칠십이 넘은 김끝순 여사에게 친근하게 잘해주는 노총각이 '연정'의 대상일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노년의 사랑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미 많은 자식과 손주들에게서 안정을 찾은 나이에 위험한 열정을 불태울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시어머니 김끝순 여사가 의심받을 행동을 했다기 보다는 시어머니가 행여 돈을 축낼까봐 자식들이 오버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도도희 혼자 속을 끙끙 알았지만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큰아들, 작은아들 부부 모두 어머니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국수집 자녀들은 백억 유산에 정신이 팔려 부모를 대상으로 발칙한 불륜 드라마를 엮은 셈입니다. 가업을 어떻게든 잇게 하겠다며 백억으로 자식들을 끌어들인 할아버지 엄팽달의 무리수도 무리수지만 그렇다고 돈에 혹해서 어머니까지 불륜녀로 만들어버린 자식들도 엄청난 잘못을 했습니다. 이유도 모른체 엄기춘(권오중)에게 얻어맞고 기가 막혀 쓰러지며 울먹이는 강진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 혼자 산다고 해도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강진의 울부짖음이 참 와닿더군요.

어떻게 엄마하고 나를 연결시킬 수가 있어 강진은 억울해서 울지만. 이미 강진을 제비라고 단정지은 자식들.

결국 강진은 엄기춘과 다투다 팔이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평소 여기저기 잘 눌러붙는 강진의 성격상 고소하지 않는 대신 먹고 사는 걸 돌봐달라며 국수집에 합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피아노 조율을 하며 먹고 살았으니 팔을 다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같이 살진 않더라도 최소한 국수집 가족들이 강진에게 신경쓸 이유는 생긴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재산이 탐난 자식들이 참 얄미워진 에피소드인 동시에 강진이 김끝순 여사 옆에서 양춘희에 대해서 좋게 말할 가능성이 높아진 사건일 수도 있고 안 그래도 묘한 기류가 형성 중인 엄기옥과 강진이 더욱 가까워질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설정상 극중 엄기옥의 나이는 서른넷으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미혼녀입니다. 나이차가 거이 딸뻘인 아가씨와 강진이 엮이는 건 그리 탐탁치 않지만 양춘희, 민효동이 어서 빨리 같이 살게 되려면 강진의 조력도 필수적이겠죠. 돈 때문에 어머니의 불륜 드라마를 직접 각본, 연출, 출연한 자식들과 이 모든 백억상속 쇼를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와 아둥바둥 재산을 상속받겠다며 노력하는 자식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돈귀신 방영자가 이번에는 어떻게 민채원을 괴롭힐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돈없으면 힘든 것도 힘든거지만 어딜가나 돈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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