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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화신, 돈의 왕국에서 쫓겨난 이차돈 왕자의 수난기

Shain 2013. 3.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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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국가였던 나라치고 불운한 왕자와 공주 이야기가 전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만 해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채 독살당했다는 소현세자가 있었고 숙부의 반란으로 목숨을 위협받았던 경혜공주가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역사적으로 잘못한 것 없이 단지 왕자라는 이유로 불행해진 루이17세도 있습니다. 이렇게  '비운의 왕자'나 '비운의 공주'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왕족들은 본래는 자기것이었던 권리나 특혜를 박탈당했거나 고귀한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사회에서도 '빼앗긴 자들'에 대한 동정 만은 여전하죠.

'돈의 화신'은 여러모로 우화같은 블랙코미디입니다. 주인공 이차돈(강지환)은 본래 부동산재벌인 이중만(주현)의 아들로 누구 보다 많은 돈을 상속받을 왕자였습니다. 이중만이 세운 돈의 나라는 그 어떤 왕국 보다 거대했고 그가 가진 돈의 액수 만큼 커다란 권력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살인을 하면 누구나 처벌을 받는 이 시대에 능력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정당방위로 풀려날 궁리까지 하던 이중만입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되고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이 시대에 그의 왕국은 단단하고 막강해보였습니다.

대뜸 그동안 후원해준 돈을 갚으라는 복화술. 복재인의 정체를 알게된 이차돈은 당황한다.

물론 옛날 이야기 속 왕족이 그렇듯 이중만의 왕국에도 갈등은 있었습니다. 권력은 없지만 왕국의 왕비인 본처 박기순(박순천)은 아들 이강석(박지빈)을 훌륭히 키웠고 이강석은 '절대로 공부하지 말라'는 이중만의 가르침대로 골프를 배우며 사람 부리는 법이나 연구하는 여유만한한 소년이었습니다. 권력이 강한 왕들이 그렇듯 국왕 이중만에게도 총애하는 후궁 은비령(오윤아)이 있었고 요망한 후궁이 간신과 내통하며 왕위 찬탈 음모를 꾸미듯 은비령도 이중만의 최측근인 지세광(박상민)과 몰래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변호사 황장식(정은표)도 그들과 손을 잡습니다.

왕국을 세우는 건 수십년이었는지 몰라도 몰락은 일순간이었습니다. 세상의 인심은 돈과 권력 앞에서 냉정한 법. 이강석은 박기순이 아버지 이중만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가자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지만 검사 권재규(이기영), 기자 고호(이승형)는 이강석의 부탁을 외면합니다. 가깝게 지냈으면서도 이강석을 외면한 지세광이나 황장식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돈의 왕국 왕위계승자에서 하루아침에 힘없는 소년으로 떨어진 강석은 목숨 마저 위협받으며 실종상태가 됩니다. '이차돈'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그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지만 그들이 나눠가진 돈의 진짜 주인입니다.

이강석의 왕국을 무너트린 은비령과 지세광.

그런가 하면 이 드라마에는 비운의 공주도 등장합니다. 복재인(황정음)은 사채업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은 복화술(김수미)의 외동딸로 돈이라면 절대 부족하지 않은 공주지만 안타깝게도 '웃지않는 공주님'이란 동화 속 공주처럼 애정결핍증에 걸려 있습니다. 차고 넘치는 돈으로 좀 더 우아하고 좀 더 아름답게 인생을 즐길 법도 한테 어떻게 해도 낫지 않는 마음의 병은 어린 복재인(서신애)에게 쉴새없이 음식을 먹으라 충동질합니다. 공주의 병을 낫게 해줄 '영계백숙'같은 기사는 나타나지 않고 돈만 노리는 사기꾼들 때문에 병은 나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돈의 화신'의 첫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땅을 파며 공사를 진행중이던 포크레인이 엄청난 양의 돈을 발견하고 공사 현장은 순식간에 지옥이 됩니다. 너도 나도 돈을 집기 위해 질척한 공사장으로 달려들었고 현장에서 사람이 죽습니다. 땅 속에 묻힌 그 엄청난 돈의 주인은 아무것도 모른채 현장에 나타난 이차돈이었습니다. 아버지 이중만이 물려준 재산의 정당한 상속자 이차돈. 그는 마치 왕국을 재탈환하려는 신화 속 왕자처럼 그를 왕위에서 몰아낸 사람들과 전쟁을 벌입니다. 지옥같은 공사장처럼 세상은 그가 맞서야할 돈의 전쟁터라 할 수 있겠죠.

기억을 잃은 이차돈은 자신의 것을 빼앗아간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다.

그런가 하면 복재인은 얄미운 이차돈 덕분에 마음껏 돈의 힘을 누려보기로 작정합니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는 이 나라에서 왜 진작에 전신성형받을 생각을 못했을까. 하루 아침에 남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성형미인이 된 복재인은 자신이 살인사건과 연루된 줄도 모른채 마음껏 새로워진 외모를 누립니다. 자신을 '못생기고 뚱뚱한 뚱보'라며 돼지나 족발과 비유하고 사람취급하지 않던 이차돈이 반쯤 홀린 눈으로 넋나간채 자신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차돈은 그런 재인을 성형했다며 금방 관심을 꺼버렸지만요.

복화술은 돈으로 사람을 살 줄도 알고 재산도 불릴줄 아는 사채업자입니다. 남몰래 이차돈을 후원하고 '진고개신사'란 별칭으로 정치인들을 농락하는 그녀는 이강석의 아버지 이중만처럼 돈의 제국 여왕입니다. 이중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래를 보며 더 큰 투자를 하고 함부로 돈을 소모하지 않는 점 정도일까요. 막대한 권력을 가진 부자인데다 은비령과 지세광 일당이 벌이는 각종 이익다툼에 유일한 방해가 될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녀는 왜 하필 이강석에게 불교의 순교자 이름인 '이차돈'이란 새 이름을 준 것일까요.

돈이라면 아쉽지 않은 돈의 나라 왕자와 공주.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욕망의 전쟁.

이중만은 이강석에게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공부하지 마라. 대신 똘똘한 놈들과 친구가 되라. 돈으로 그들의 능력을 몽땅 사버리면 된다'라고 말입니다. 기억을 잃은 이강석은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가 되었고 오히려 돈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입장에 선 것같습니다. 돈의 나라 왕자가 어머니와 왕위를 잃고 비극적인 운명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말처럼 돈의 주인이 정말 이강석인지 아니면 돈은 주변사람들에게 비극과 불행을 몰고 다니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것인지 이강석은 보여줄 책임이 있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돈없이 살 수가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 보다는 돈있고 부유한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돈의 화신'의 주인공 이차돈과 복재인은 어쨌든 돈이라면 절대 아쉽지 않은 돈의 나라 상속자들입니다.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 돈을 앞에 두고 살인과 범죄를 불사하지 않은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한번 맛보고 나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돈의 유혹 앞에서 좀 더 자유롭고 객관적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비운의 왕자 이차돈이 16억이라는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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