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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양춘희 엄씨가문 큰며느리 테스트를 받다

Shain 2013. 3. 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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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위가 처가에 살갑게 굴면 아들같은 사위라고 합니다만 딸과 사별한 사위를 아들처럼 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둘 사이에 자식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외손주들 덕분에 연락은 끊기지 않아도 딸이 살아있을 때처럼 가까이 지내기는 힘들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딸같은 며느리' 보다 훨씬 힘든게 '아들같은 사위'를 보는 거라고 하죠.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엄팽달(신구) 집안의 큰사위 민효동(정보석)은 아내를 잃었지만 딸 채원(유진)을 데리고 삼십년 가까이 처가살이를 했습니다. 장모님인 김끝순(정혜선) 여사는 민효동을 친아들 보다 더 챙기고 따뜻하게 대합니다.

'백년의 유산'에서 중년의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민효동과 양춘희(전인화) 커플은 때로 주인공인 민채원, 이세윤(이정진) 커플 보다 인기가 높습니다. 찌질한 마마보이 김철규(최원영)와 이혼하고 이제서야 행복한 웃음을 짓는 민채원의 복수도 흥미롭지만 아기자기하게 서로를 위하는 효동과 춘희는 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줍니다. 특히 착실하고 순한 사위 민효동은 어쩌면 저 나이에도 저렇게 순진한 사랑이 가능한지 보는 사람이 다 흐뭇할 정도죠. 김끝순 여사가 유난히 춘희에게 날카롭게 구는 것은 그런 사위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볼수록 순수하고 흐뭇한 민효동과 양춘희의 사랑.

유난히 착해서 남을 의심할 줄 모르고 딸 채원이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에게 험한 일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악다구니 한번 제대로 못 써본 민효동이 여우같은 카페마담 양춘희에게 홀려버린 것은 아닐까. 엄마같은 장모 김끝순 여사의 애타는 고민은 그것이었습니다. 딸을 잃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준 아들같은 사위가 30년간 수절했으면 할 도리를 할 만큼 했다는 걸 알기에 애틋한 마음으로 뒷바라지를 해줬습니다. 좋은 짝이 생기면 결혼도 시켜주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양춘희같은 '요물'에게 넘어가는 건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게 장모님 마음인가 봅니다.

물론 아무리 순진한 사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고는 해도 양춘희의 머리채를 잡고 늘어진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엄씨네 큰며느리 도도희(박준금)과 공강숙(김희정)까지 합세해 득달같이 양춘희를 찾아간 건 도를 넘어선 참견이고 간섭이랄 수 있습니다. 민효동이 사위가 아닌 아들이라 해도 다 큰 아들의 연애사를 그렇게까지 훼방놓는 것도 문제가 있거니와 다 큰 사람들이 사람 하나를 놓고 괴롭히는 게 어른이 할 일은 아니지요. 그녀들이 그렇게 양춘희를 못살게 구는 이유 중 하나가 '화류계 여성'이라는 편견과 백억 재산 때문이겠지만 민효동이 아무리 순해도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바닥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효동과 춘희가 외박을 하자 춘희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장모 김끝순. 앓아눕기까지 한다.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민효동이 장모와 처남댁들을 상대로 엄청난 반란을 일으킬 모양이더군요. 순진한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쳐도 삼십년 만에 찾아온 사랑인 춘희를 울릴 수는 없습니다. 섬으로 놀러갔다가 그날 안에 되돌아오지 못한 건 어디까지나 효동의 잘못이었는데 장모가 그걸 문제로 춘희를 괴롭히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시어머니가 그렇게 치맛바람이 쎄니까 며느리들이 죄다 쌈닭'이라며 술주정을 하는 효동은 춘희를 위해 큰 마음을 먹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장모와 가족들이 반대해도 어떻게든 춘희와의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효동입니다.

춘희는 춘희대로 지나친 행동을 하는 김끝순 여사에게 반항합니다. 그동안은 효동의 장모님이 알까봐 두 사람의 비밀을 지켜왔고 강진(박영규)의 횡포도 참아왔던 춘희입니다. 삼십년간 사위를 아들처럼 대해준 김끝순 여사의 마음을 잘 아니까 두 사람은 장모를 설득할 때까지 사귄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독하게 반대를 하면 춘희도 반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효동이 엄씨가문 아들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냐는 춘희의 말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화류계'라는 편견이 있다고 해도 머리채까지 휘어잡는 엄씨가문 여자들의 행동은 잘못된 일이니까요.

엄씨네 집안 세 여자가 달라들었지만 춘희도 결코 만만치 않다. 확실한 기선 제압.

그런, 한편으로는 이번 소동은 양춘희가 엄씨네 집안으로 입성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민효동은 엄기문(김명수)과 엄기춘(권오중)에게 손윗처남이면서 동시에 엄팽달, 김끝순의 큰아들 노릇을 해왔습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제일 먼저 나서 처가댁을 돌봐주었고 엄씨네 식구들도 효동이 실질적인 큰아들처럼 대합니다. 여우같아도 약해 보이는 양춘희가 대가 쎈 엄씨네 여성들을 이겨낼 만큼 야무지고 단단한 구석이 있음을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할까요. 큰며느리와 작은며느리가 함께 덤벼도 끄덕없는 춘희입니다.

김끝순 여사는 김끝순 여사대로 그동안 효동을 휘어잡은 양춘희가 미워서 강진에게 춘희와 사귀어 보라며 등떠밀고 효동이 춘희와 만날까봐 카페를 감시하곤 했지만 효동이 얼마나 춘희를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게 될 것입니다. 평생 험한 소리 한번 하지 않던 큰사위가 술먹고 장모님에게 큰소리를 내고 춘희와 살겠다며 나설 때는 인정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민채원이 춘희의 사람됨을 잘 말해준다면 어머니된 심정으로 두 사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갈등은 양춘희가 엄씨네 큰며느리가 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로웠던 양춘희에게 가족이 생기기 위한 과정. 이들의 흥미로운 관계.

큰 아들네와 작은 아들네가 엄춘희를 반대한 이유는 '화류계'라는 표면적인 이유 말고도 백억재산 다툼에 혹시나 춘희가 뛰어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훨씬 강합니다. 그러나 시어머니 김끝순 여사가 아들이나 다름없는 효동과 춘희를 큰아들부부로 인정하면 그네들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둘이서 달라들었다가 이미 기선제압을 당했구요. 고아로 태어나 가족 간의 정이 그리웠던 춘희, 30년 간 홀로 미국에서 살아왔던 춘희에게도 북적북적한 엄씨네 집이 최고의 선물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엄씨네와 양춘희의 충돌은 결국 이런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작은 소란이겠죠.

이 드라마에는 방영자를 비롯해 행동이 과한 캐릭터는 많지만 그 행동의 동기는 대부분 이해가 갑니다. 못된 캐릭터는 못된 캐릭터대로 말이 됩니다. 방영자는 드디어 민채원을 쫓아내기 위해 팠던 '불륜'이란 함정이 딸 주리(윤아정)의 앞길을 막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주리는 채원에게 회사를 떠나달라 요구합니다. 마마보이 철규는 철규대로 대기업 막내딸인 민홍주(심이영)와 선을 봤는데 이 여성은 약간 사이코 기질이 있어 보입니다. 인과응보다 싶어 속이 시원하면서도 민채원의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 싶기도 하죠. 이 흥미로운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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