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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부모를 모시고 산다 그랬는데 요즘은 말로만 모시고 사는거지 같이 사는 자식에게 보탬이 되는 부모들이 훨씬 많습니다. 70년대만 해도 가장 한명이 버는 돈으로 대가족이 먹고 살 수 있었다지만 요새는 부부가 함께 돈을 벌어도 경제적으로 빠듯한 가정이 많아 같이 사는 부모들이 육아나 가사일을 맡게 됩니다. 때로는 부모의 집에 얹혀 살며 그런 부담을 지우는 자식들도 있구요. '금나와라 뚝딱'의 윤심덕(최명길)의 엄마 최광순(김지영)은 손주 셋을 키우고 딸의 집안 살림을 건사했습니다.
최광순의 사위 정병후(길용우)는 평생 직장밥만 먹어본 남자라 장모와 함께 점심먹는 일도 어려워하고 가족들과 TV 보는 시간도 불편해 혼자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보석 매장에서 일하며 눈만 높아지는 아내는 속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남편돌볼 시간이 없습니다. 정병후는 매일 살림하며 밥상차리는 장모와 부대끼기 싫으면 혼자 만화방에 가서 컵라면을 먹습니다. 사위를 아들처럼 생각해온 최광순이 그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지만 사위 입장에선 쉽게 편해지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대학나온 걸 내세우며 못 배운 사돈과 며느리를 무시하는 정병후의 엄마 김필녀(반효정)는 아들을 빼앗긴거 같아 속으로 불만이 많습니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아들이 장모와 함께 산다는 게 싫습니다. 아들내외를 돕느냐 고생한 사돈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갈데없어 딸네에 얹혀사는 신세라고 뒷말을 합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사돈 최광순을 불편하게하게는 해도 같이 살자는 말은 안했는데 만화가게 들락거리는 아들을 보더니 굳이 아들과 살겠다며 남편 정판금(최주봉)과 위장이혼도 했습니다.
정병후가 큰아들 몽규(김형준)와 부딪히며 집안에서 겉도는 것은 아내 윤심덕이 무관심한 탓도 크지만 시대적인 차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돈벌어오는 가장이 은퇴하면 자식들이 모시며 존중해주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은퇴한 가장들의 발언권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자식 세대는 취직이 안되서 고민하고 부모세대는 옛날처럼 모셔달라 아우성이라 정병후와 윤심덕의 세대는 양쪽에서 시달립니다. 고학력 할머니 김필녀는 다른 건 다 신세대지만 자식에 대한 관념 만큼은 옛날 사람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처가와 뭐는 멀어야 한다'며 며느리들에게 친정에 자주 가지 말라던 시부모들이 많았습니다. 할머니만 해도 아버지가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하면 혹시나 처가에는 가면서 시댁에는 안오는게 아닌가 싶어 한마디씩 하셨으니까요. 이상하게 외할머니는 잘못한 것없이 가끔 마주치는 할머니를 어려워하셨고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당당하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면 음식을 하고 청소를 하시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왜 밥을 안 주느냐고 야단을 치셨죠.
요즘이야 손주들도 할머니, 외할머니로 구분하지 않고 어느 쪽이던 자주 보는 할머니를 더 좋아합니다. 핏줄로 따지면 손주들에겐 양쪽 다 할머니일 뿐입니다. 한번은 다섯살짜리 제 조카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했습니다. 딴에는 똑같이 할머니라고 부르니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가족들은 엄마의 엄마도 할머니고 아빠의 엄마도 할머니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 친가에 다니러간 조카에게 사장어른은 외할머니는 '가짜 할머니'고 내가 '진짜 할머니'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사돈인 저희 쪽 입장에서는 직접 조카도 키우고 그랬기 때문에 그 말이 참 서운하게 들렸지만 부모님 세대는 그만큼 시댁이 우선이라 생각한 경향이 있습니다. 사돈을 어려워하는 최광순에 비해 김필녀가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건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극중 김필녀는 아들과 함께 국수를 먹는 사돈 최광순을 빤히 지켜보며 눈치밥을 먹게 하는가 하면 아들네에 들어와 살겠다고 폭탄선언을 해서 최광순을 쓰러지게 만듭니다. 평소에도 다녀갈 때 마다 스트레스를 주고 사돈을 부려먹는 김필녀인데 같이 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합니다. 최광순은 그렇게는 못산다며 딸에게 차라리 방을 하나 얻어달라 하고 윤심덕은 엄마를 내보낼 수 없어 어떻게든 시어머니를 못 들어오게 하려 합니다.
김필녀는 밖에서 먹어도 되는 굳이 생일상을 큰아들네에서 먹겠다고 해서 사돈이 힘들게 차려주는 생일상을 받아먹는가 하면 수제비를 먹고 체한척 드러누워 은근슬쩍 큰아들네에 얹혀살려 합니다. 아픈척하는 김필녀의 시중을 들어주던 최광순은 고기에 참외까지 먹고 집안일 하나 안하는 김필녀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딸의 시어머니라 대놓고 말도 못합니다. 김필녀는 말이 좋아 사돈이지 최광순을 집안일 해주는 파출부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최광순의 '아들없는 죄인'이라는 말이 참 갑갑합니다.
친하던 친구도 사돈이 되면 어려워진다고 하죠. 만약 김필녀가 최광순을 어렵게 생각했더라면 그리고 손주들 키우고 큰아들 밥해먹인 세월을 생각하면 미안해서라도 그런 짓을 못할텐데 아무리 컵라면 먹는 아들이 안쓰러워 그런다지만 막무가내로 짐싸서 들어앉은 김필녀에겐 여전히 시댁이 '갑'으로 생각되나 봅니다. 마치 당연한 시어머니의 권리인듯 최광순에게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하는 모습이 참 씁쓸하더군요. 요즘은 딸가진 부모가 더 대접받는다는 말도 있지만 김필녀의 행동은 '시어머니'라서 할 수 있는 일인게 사실이니까요.
김필녀의 마음을 아주 이해 못할 것도 아니고 다행히 극중 김필녀는 아주 못된 캐릭터도 아닙니다. 내 아들 겉도는 모습은 못보겠다 며느리 마음에 안든다 자식 빼앗긴 기분 싫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인간적으로 최광순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 한발 물러설 수도 있는 할머니입니다. 어쨌든 드라마 속의 일이고 윗세대들의 이야기지만 딸자식도 자식인데 평생 뒷바라지하고도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최광순 할머니가 안쓰럽고 외할머니는 '가짜 할머니'라는 말이 자꾸 떠올라서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최광순의 사위 정병후(길용우)는 평생 직장밥만 먹어본 남자라 장모와 함께 점심먹는 일도 어려워하고 가족들과 TV 보는 시간도 불편해 혼자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보석 매장에서 일하며 눈만 높아지는 아내는 속썩이는 자식들 때문에 남편돌볼 시간이 없습니다. 정병후는 매일 살림하며 밥상차리는 장모와 부대끼기 싫으면 혼자 만화방에 가서 컵라면을 먹습니다. 사위를 아들처럼 생각해온 최광순이 그 모습을 보고 속상해하지만 사위 입장에선 쉽게 편해지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위장이혼까지 하면서 큰아들네에 들어가서 살겠다는 김필녀. 아들 정병후는 장모와 엄마 사이에서 힘들어한다.
정병후가 큰아들 몽규(김형준)와 부딪히며 집안에서 겉도는 것은 아내 윤심덕이 무관심한 탓도 크지만 시대적인 차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돈벌어오는 가장이 은퇴하면 자식들이 모시며 존중해주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은퇴한 가장들의 발언권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자식 세대는 취직이 안되서 고민하고 부모세대는 옛날처럼 모셔달라 아우성이라 정병후와 윤심덕의 세대는 양쪽에서 시달립니다. 고학력 할머니 김필녀는 다른 건 다 신세대지만 자식에 대한 관념 만큼은 옛날 사람입니다.
아픈척까지 하면서 기어이 큰아들집에 들어온 김필녀는 사돈 최광순을 파출부처럼 부려먹는다.
요즘이야 손주들도 할머니, 외할머니로 구분하지 않고 어느 쪽이던 자주 보는 할머니를 더 좋아합니다. 핏줄로 따지면 손주들에겐 양쪽 다 할머니일 뿐입니다. 한번은 다섯살짜리 제 조카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했습니다. 딴에는 똑같이 할머니라고 부르니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가족들은 엄마의 엄마도 할머니고 아빠의 엄마도 할머니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 친가에 다니러간 조카에게 사장어른은 외할머니는 '가짜 할머니'고 내가 '진짜 할머니'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사돈인 저희 쪽 입장에서는 직접 조카도 키우고 그랬기 때문에 그 말이 참 서운하게 들렸지만 부모님 세대는 그만큼 시댁이 우선이라 생각한 경향이 있습니다. 사돈을 어려워하는 최광순에 비해 김필녀가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건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30년동안 고생한 엄마를 절대로 내보낼 수 없는 딸과 '아들없는 죄인'이라서 눈치만 봐야하는 최광순.
김필녀는 밖에서 먹어도 되는 굳이 생일상을 큰아들네에서 먹겠다고 해서 사돈이 힘들게 차려주는 생일상을 받아먹는가 하면 수제비를 먹고 체한척 드러누워 은근슬쩍 큰아들네에 얹혀살려 합니다. 아픈척하는 김필녀의 시중을 들어주던 최광순은 고기에 참외까지 먹고 집안일 하나 안하는 김필녀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딸의 시어머니라 대놓고 말도 못합니다. 김필녀는 말이 좋아 사돈이지 최광순을 집안일 해주는 파출부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최광순의 '아들없는 죄인'이라는 말이 참 갑갑합니다.
아무말 못하고 집안일 해주는 친정엄마와 사돈에게 밥상을 받아먹는 시어머니.
김필녀의 마음을 아주 이해 못할 것도 아니고 다행히 극중 김필녀는 아주 못된 캐릭터도 아닙니다. 내 아들 겉도는 모습은 못보겠다 며느리 마음에 안든다 자식 빼앗긴 기분 싫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인간적으로 최광순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 한발 물러설 수도 있는 할머니입니다. 어쨌든 드라마 속의 일이고 윗세대들의 이야기지만 딸자식도 자식인데 평생 뒷바라지하고도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최광순 할머니가 안쓰럽고 외할머니는 '가짜 할머니'라는 말이 자꾸 떠올라서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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