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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남주나, 안개꽃 반지 만큼이나 소박한 진심

Shain 2014. 2.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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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돈밝히는 성격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사람도 어머니가 평생 고생하며 모은 재산을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독차지하면 서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부 사이의 사랑 만큼 부모 자식 간의 감정도 중요한 것이라 어머니의 것을 다른 사람이 누린다면 왠지 서글프고 섭섭할 수 밖에 없겠죠. 아버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고 속이 좁은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정유진(유호정)은 자신의 경험으로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홍순애(차화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 것을 알고 있지만 끝내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버지의 결혼을 반대하다가 한발 양보해 동거하시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꿈속에서도 함께 있으면 안되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안개꽃 반지를 받고 홍순애는 기뻐한다.

다른 형제들의 반응은 입장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중재자 역할을 하는 사위 강성훈(김성수)는 의견이 분분한 남매를 다독이며 설득 했고 막내 재민(이상엽)은 무작정 결혼시켜드리자고 합니다. 홍순애의 며느리 지영(오나라)과 지독하게 사이가 나쁜 둘째딸 유라(한고은)는 사귀는 건 모른체할 수 있지만 동거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유라를 괴롭히고 싶은 지영은 안 그래도 남편 병주(서동원)과 함께 순애의 재산을 탐내던 중이라 부자인 현수와 순애의 재혼을 적극 환영합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가장 밉상인 사람이 지영이죠. 초반엔 순애의 전남편 호섭(강석우) 역시 만만치 않게 미운 짓을 골라했고 지금도 눈치가 없습니다만 차츰 연희(김나운)의 아내로 자식들의 사람 노릇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속물적이라지만 드러내놓고 재산을 따지고 무례하게 시어머니의 연애편지까지 훔쳐보는 몰상식 에 보는 사람이 다 짜증이 납니다. 가진 거 없다고 다 그렇게 욕심이 많은 건 아닐텐데 유난히 돈돈거리는 캐릭터죠. 유진 자매와 병주 부부의 충돌은 필연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은하림(서지석), 은하경(신다은)의 어머니 이혜신(유지인)은 모든 일을 회사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하림과 다투게 된 결정적인 원인도 하림이 원치 않는 회사 경영 때문이었습니다. 기업을 그 무엇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연이 있겠지만 이혜신의 독단은 남편 은희재(최정우)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은희재는 미주(홍수현)을 만나 이혜신이 돈을 주었다는 걸 알게 되자 분노하고 하림의 행복이 회사 보다 중요하다며 이혜신에게 반발합니다. 며느리도 사위도 회사를 기준으로 고르는 혜신의 기준은 이해는 가지만 가족을 힘들게 하죠.

이혜신이 미주에게 돈을 준 것을 알게 되자 은희재는 이혜신과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간다.

노년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는 문제도 젊은 남녀가 만나 맺어지는 일도 이렇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감정의 대립이 있습니다. 병주 부부의 욕심처럼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네들에게도 돈을 최고 가치로 여기게 된 속사정이 있듯이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입장은 없습 니다. 아버지의 재혼을 두 팔 벌려 환영할 딸은 드뭅니다. 아버지의 유산이자 평생을 투자한 목표인 회사를 안정되게 물려주고 싶은 이혜신의 목표도 회사 운영에 수많은 사원들의 생계가 걸렸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는 문제입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순수한 홍순애와 정현수의 사랑, 송미주와 은하림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 사람들이 밉상일 수 밖에 없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갈등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홍순애가 맞선 자리에서 만난 어르신이 대뜸 혼인신고 문제와 재산 문제를 들먹였던 것처럼 외로워서 누군가 만나고 싶긴 한데 복잡한 법적, 감정적 문제로 결혼할 수 없는 노년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입니다. 젊어서 사랑해도 조건이라는 껍데기에 힘들어하고 늙어서 사랑해도 눈치볼 것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조건을 따지고 쉽게 부모의 재혼을 찬성할 수 없는 자식 입장.

재민의 도움으로 홍순애에게 프로포즈한 정현수는 반지 대신 안개꽃을 꺾어 반지를 만들어줍니다. 반지까지 마련하는 건 과한 욕심이다 싶다면서도 '나와 남은 시간 함께 해주겠냐'는 말로 청혼을 대신한 정현수. 비싼 반지나 화려한 결혼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꿈속에서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소박한 프로포즈 였습니다. 조건이나 재산이나 체면같은 껍데기를 다 빼고 보면 연인들 사이에 남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 뿐이죠. 안개꽃 반지 만큼이나 소박한 사랑이 어쩌면 우리 인생 최고의 알맹이이고 소중한 행복인지도 모릅니다.

홍순애의 며느리 지영은 나이든 분들은 데이트할 때 어디로 가냐며 편견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프로포즈는 풋풋하고 설레인다는 걸 충분히 아는 우리들은 아직 살아보지 않는 미래의 일들은 쉽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의 감정과 고난을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죠. 그래서 연륜이 쌓이고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 어르신들의 청혼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말라비틀어진 고목에 꽃이 필까 하는 생각으로 윗세대의 감정을 지켜본 것도 사실 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의 시간. 그만큼 소중하지만 세상에는 그들을 반대할 이유가 수없이 많다.

정현수가 즉석에서 만들어준 안개꽃 반지는 늙으나 젊으나 사랑의 본질이 이렇게 작고 간단한 것임을 보여줍니 다. 언제 삶을 마감할 지 모르는 노년은 옆지기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축복인지 짧다면 짧은 남은 수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낄 것입니다. 자식들은 자존심에 미련에 많은 걸 따지며 싸우지만 죽음을 앞두고 보면 돈이나 체면이나 조건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게 되겠죠. 어머니나 아버지가 내일 당장 돌아가신다면 그들의 사랑을 무조건 반대할 수 있을까요?

안개꽃의 꽃말은 여러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자색 안개꽃의 꽃말은 '간절한 기쁨, 밝은 마음'이라는 긍정적인 뜻이 있고 하얀 안개꽃은 '죽음, 슬픔'의 의미도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빨간 장미와 안개꽃을 함게 주면 '죽도록 사랑해'라는 뜻이 된다나요? 꽃말은 일종의 말장난같기도 하고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헤어질 수도 있는 홍순애와 정현수의 미래가 답답하지만

작은 꽃에 담겨진 큰 마음이 느껴져 어쩐지 여운이 많이 남는 프로포즈 였습니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결혼하는건 어려운 걸까요. 그 대답을 쉽게할 수 없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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