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신의 선물' 이보영은 왜 두껍고 진한 화장을 했을까?

Shain 2014. 3. 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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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드라마 배우들은 다른 나라 배우들 보다 유독 예쁜 것 같습니다. 한때 즐겨 보던 영국 드라마에는 다양한 외모, 연령대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참 자연스럽다고 느꼈던 것같은데 우리 나라의 스타 배우들은 항상 예쁜 얼굴에 풀메이크업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죠. 수년전에는 한밤중에 잠자리에 드는 여배우가 아이라인이 진한 메이크업 상태인 것도 모자라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왜 잠자리에서 립스틱을 바르는지 모르겠다고 말이 많았지만 진한 화장은 그 배우의 상징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여종 역할의 여배우가 늘 고운 메이크업 상태라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동 유괴라는 무거운 내용과 더불어 논란이 된 이보영의 화장. 여배우들은 왜 아무 장면에서나 짙은 화장을 할까?




아무리 드라마가 '판타지'라지만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생각하면 이런 현실감없는 분장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웰메이드'라 평가받는 드라마들 중에도 아무때나 화장하는 여배우들은 흔합니다. 자다 일어나도 아이새도를 바르고 있고 아침에는 부시시하긴 커녕 화사하기만 합니다. 마사지를 받아도 메이크업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화장 지운 얼굴 즉 '민낯'으로 촬영하는 배우들이 역으로 화제가 될 정도입니다. 그나마 어지간한 연기파 배우가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 일이죠.

며칠전 방송된 드라마 '신의 선물'은 아이를 유괴당한 어머니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친듯이 오열하는 엄마 역의 이보영은 많은 사람들을 울컥하게 했습니다. 행여나 내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 엄마들은 이보영의 그 연기를 가슴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겠죠. 연기도 훌륭했고 그 정도면 연출도 탁월했습니다. 그러나 이보영은 의외의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게 됩니다. 아이잃은 엄마의 애타는 모습과 상심을 표현하는 역할이었는데 등장 내내 풀메이크업 상태였기 때문이죠.

연기는 훌륭했지만 아이잃은 엄마 역할에 풀메이크업은 확실히 거슬리긴 했다.


개인적으로 연예인들의 화장을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분장과 동일시한게 꽤 오래됩니다. 요즘은 TV에서 '민낯'을 보기가 더 힘든 시대라 다소 거슬리는 화장이 연극 배우에게 꼭 필요한 분장이려니 생각한다는 이야기죠(연극 무대는 민낯으로 오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저처럼 시청자 쪽에서 포기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끔 거슬릴 만큼 화장한 여배우는 부담스럽습니다. 제 눈에도 이보영의 화장이 의식되긴 했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아이잃은 엄마의 애타는 심정과 동화되었는데 눈물자국 하나 없는 스모키 화장이 보일 때는 아 뭔가 이상하다 싶더군요.

여배우들이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때로는 많은 시청자들이 배역에 맞는 노력을 하지 않는 여배우들의 무개념을 지적하곤 했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도 화장을 할 수 밖에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화장하는 여배우들의 이유가 연기자로서의 게으름, 무개념을 숨기기 위한 그냥 변명인지 아니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공감이 가는 이유인지 한번 생각해볼까요?







첫번째, 비싼 전속료 받은 화장품 모델이라서

보통 연예인의 화장품 광고 모델 계약서는 일반인에게 잘 공개되지 않습니다. CF 촬영으로 얼마쯤 받았다는 금액만 대충 언론을 통해 제보되는 수준입니다만 그 연예인이 드라마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대충 어떤 조건이었는지 짐작 가능하죠. 예를 들어 샴푸 광고나 화장품 광고에 전속계약을 한 여배우들은 남장을 하는 등 머리가 짧은 배역으론 출연하지 않거나 가발을 씁니다. 거친 배역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죠. 긴머리가 찰랑찰랑하는 이미지 광고를 찍었는데 짧은 머리로 드라마에 출연하면 상품 홍보에 영향이 있습니다.

'유령'에 출연했던 이연희. 협찬까지 받아 드라마인지 화장품 CF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았다.


엄청난 전속 계약료를 지불하는 화장품 모델에는 여러 조건이 붙곤 하는데 걔중에는 사생활 관리같은 까다로운 조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애문제나 스캔들이 노출되면 손해배상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죠. 평소에도 자신이 광고하는 화장품을 써야한다는 조건을 내건 곳도 있어 드라마 촬영 중에 그 회사 화장품을 쓰기도 합니다. 나아가서는 화장품 모델인 경우 드라마에 PPL로 협찬을 해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그 회사의 화장품을 바르고 예쁜 얼굴로 출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경우가 많죠. 문제는 이런 조건이 지나쳐서 가끔 어떤 드라마는 CF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이 안가기도 합니다.



두번째, 민낯은 곧 굴욕이라는 놀림 때문에

한때 인터넷에 '여배우 굴욕사진'이란 제목의 캡처가 유행하곤 했습니다. 격렬한 감정신이나 액션신을 촬영한 여배우가 일시적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면 그 장면을 캡처해 웃음거리로 삼는 거였는데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순간 캡처는 피해갈 수 없었죠. 사실 많은 여배우들이 TV 속에서 연기하기 보다 예쁘게만 보이려는 이유 중 대부분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연기 보다 예쁘다 안 예쁘다가, 망가졌느냐 아니냐가 화제가 되다 보면 잡티있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고 싶지 않겠죠. '민낯 굴욕'이란 기사로 꽤 많은 내용이 검색됩니다.

역할과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하다면 민낯도 찍어야 하지만 웬만한 여배우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중년 여배우들의 민낯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피부와 감정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주름은 저 사람이 진짜 배우구나 하는 존경심 마저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나이도 어리고 연기자 경력도 애매한 여배우들에게 민낯은 곧 놀림거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여배우 쪽에서 민낯도 연기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좀 더 당당해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예쁘지 않은 역할, 부시시한 역할을 하는데 굳이 화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추레한 캐릭터라서 민낯인데 놀린다면 그건 놀리는 사람이 이상한거죠. 연기자에게 예쁜 얼굴 만 요구하는 자체가 무례일지도 모릅니다.



세번째, 이게 다 생방송 드라마 때문이야

드라마는 영화와는 달라서 같은 장면에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장면을 찍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의 선물'에서 김수현(이보영)의 집으로 나온 그 장소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인 동시에 아이를 잃고 절망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장소 대여나 시간상의 문제로 같은 곳에서 한번은 우는 연기를 찍고 한번은 웃는 연기를 찍기도 하죠. 이건 어떤 드라마라고 콕 찍어서 말할 것 없이 대부분의 드라마가 다 비슷합니다. 한국 드라마가 생방송 드라마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비밀이 아닙니다.

화장만 3시간이 걸린다는 한지혜의 역할, 망가진 얼굴로 연기하는 이연희. 그녀들의 선택에도 이유는 있다.


작년에 방송된 '금나와라 뚝딱' 제작진은 한지혜의 1인 2역 촬영으로 꽤 많은 시간을 고생했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한 배우가 쌍둥이 역을 하다 보니 캐릭터를 화장으로 구분했습니다. 유나를 촬영할 때는 인조눈썹까지 빡빡하게 붙인 풀메이크업으로 정몽희 역을 촬영할 땐 옅은 메이크업으로 하다 보니 화장이 꽤 중요했습니다. 분장에 걸린 시간이 3시간 정도였다고 하니 유나 얼굴로 촬영할 때는 늘 풀메이컵 상태일 수 밖에 없습니다. 화장을 지울 수가 없어 잘 때도 요리할 때도 두꺼운 화장을 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원래 유나가 그런 캐릭터라서 쉽게 넘어갔지만요.

한 장소에서 행복한 장면과 우는 장면을 같이 찍고 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즉 어떤 장면을 찍을지 모르니 화장한 상태에서 한두가지 포인트만 바꾸고 주욱 촬영하는게 시간상 이득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세번째 이유는 여배우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제작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대기하는 촬영 스태프를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도 배우의 미덕이고 보면 어쩔 수 없이 봐줘야할 문제라는 것이죠.

1회, 2회 촬영분은 드라마 속 시간대는 다르지만 두 장면을 한번에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 메이크업이 필요한 이유.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불만이 많은 편입니다. 시대 고증도 대충, 지역성 고증도 대충, 캐릭터의 현실감은 사라지고 어설픈 판타지 드라마가 대세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청률 때문에 생방송 드라마 제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제작사와 방송국이 많습니다. 심심찮게 불거지는 여배우의 화장 논란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욕망과 여유없이 드라마 촬영에 임하는 환경이 합쳐진 결과라고 봅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좋은 드라마 보다 예쁜 여배우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욕망도 한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이보영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배우입니다. 단순히 예뻐보이고 싶어서 역할을 선택했다면 울부짖는 아이 엄마 역할은 하지 않았겠죠. 결국 아이잃고 상심한 엄마의 스모키 화장이 옥에 티라면 티겠지만 이보영이 화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나 하는 쪽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워낙 복선이 많은 드라마라 아무리 시간을 쪼개도 촬영시간은 부족할 거란 생각도 들구요. 앞으로도 다른 드라마에서 여배우의 화장 논란은 끊임없이 지적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걸 백프로 배우 탓만 할 수 없다는 것 그 점이 좀 안타까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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