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JTBC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 제작진 대응이 실망스럽다

Shain 2014. 10.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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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기미가요'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 음악도 애니 주제가나 몇몇 오래된 J-POP을 한두곡 듣는 정도기 때문에 한국 사람으로선 기미가요를 알래야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기미가요를 일부러 듣고 싶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나 일본 방송에서 기미가요가 흘러 나와도 잘 구분을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을 처음 들었을 땐 제작진이 기미가요와 일본 국가를 잘 구분하지 못해 실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일본 국가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있는 기미가요인줄 몰랐을 지도 모른다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군요. '비정상회담' 1회 때 이미 기미가요가 문제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패널의 등장과 함께 흘러나온 기미가요는 '비정상회담' 폐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의 실망스러운 대응.


17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큰 인기를 끌며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보다 호평받던 '비정상회담'은 기미가요 논란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습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어서 빨리 '비정상회담'을 폐지하라 분노했고 평소 팬이었다는 사람들도 크게 실망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외국인들의 재기발랄한 토론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비정상회담'이 하루 아침에 비난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패널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미가요'를 사용했다니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기미가요' 논란은 '비정상회담' 협찬광고 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선전으로 종편이란 인식을 불식시키고 '비정상회담' 호평으로 인기를 끌었던 JTBC는 크나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JTBC는 사채광고와 재방송이 지나치게 많아 인기 프로그램 이외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간판 프로그램의 존폐가 걸린 이번 위기가 더욱 더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들 것이란 점은 분명하겠죠. 협찬광고가 사라지면 그 많은 제작비는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누가 뭐래도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외국 문화에 대해 듣고 한국 문화를 말하는 프로그램 PD가 기미가요의 의미와 문제점을 잘 알지 못하고 사용했음에 일차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일부러 찾아듣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게 기미가요이긴 하지만 국적과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패널들의 불편한 관계를 직접 보았고 국가와 국가 간에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숙지해야하는게 제작진의 책임입니다. '기미가요'는 절대로 안된다는 걸 알았어야 한다는 뜻이죠. 더군다나 이미 시청자들이 한번 '기미가요'를 써서는 안된다는 걸 지적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단순한 악플 정도로 간주한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비정상회담' 논란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담당 PD의 실수 보다 역사 교육의 부재입니다. '비정상회담' 출연진 중 하나인 장위안은 익숙치 않은 한국말로 종종 일본과 역사에 대한 주장을 하다 웃음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아이돌 타쿠야는 나이가 훨씬 많은 장위안과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한국을 의식해서인지 공개적으로 불쾌하다는 대응을 하지 않았죠.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대로 중국의 반일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시아 지역의 반일감정을 다소 막연히 알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최근 여러 논란을 보면 기미가요가 독일의 나치 군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소위 욱일승천기라 불리는 전범기는 나치 독일에 하겐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부 생각있는 일본인들도 기미가요 부르기를 거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아에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 군국주의에 피해를 입은 여러 나라가 있지만 우리 나라는 그중에서도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피해 국가인데 우리는 왜 기미가요의 심각성을 잘 모를까요. 역사 교육의 부재이자 무지입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 역시 기미가요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세대일 거라 생각합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여전히 일본 식민지라는 뜻으로 일본인들이 한국을 '반도'라 불러 기분나쁘다는 말들을 했었는데 최근 일본 2ch에서 전해진 '반도'라는 표현이 어느새 우리 나라 젊은 세대의 유행어가 되어버린 것처럼 이번 기미가요 논란을 두고도 기미가요가 일본의 국가인데 뭐 어떠냐는 의견도 제법 많았습니다. 다른 패널들이 등장할 때 국가가 등장한 것처럼 일본도 똑같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JTBC를 흠집내기 위한 음모라는 말까지 돌았죠. 물론 JTBC가 눈엣가시같았던 사람들이 비난에 거세게 동조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기미가요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생각치 않아서인 까닭이 더욱 큽니다.


1회 '비정상회담'에도 기미가요가 나왔으나 제작진은 게시판에 올라온 지적을 묵살,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JTBC 측에서 '비정상회담' 존폐 여부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보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든 사과 한번으로 이번 논란을 넘기고 싶어한다는 분위기가 보이고 있죠. '각 나라의 상징에 대한 국민 정서와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는 공식사과문에도 이를 단순한 실수 정도로 간주한다는 생각이 읽힙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JTBC를 옹호하는 엘르 편집장의 글에 JTBC 홍보마케팀팀장이 '좋아요'를 클릭했다는 내용의 캡처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폐지여론이 폭발적이라도 인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네티즌들의 분노는 점점 더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초반부에서 언급한, 1회 때도 '비정상회담'이 기미가요를 썼고 그 부분을 항의한 한 일본 유학생의 글을 읽었음에도 개선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게시판 게시물은 지금 비공개되어 있다고 합니다(얼마전부터 외국인 패널에 대한 악플 때문에 게시판 쓰기, 읽기는 안됐지만 그래도 글 검색은 되었다는군요).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기미가요를 재사용했다던가 JTBC가 일본 자본으로 제작되었기 때문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여론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장위안이 다소 과격한 태도로 일본 역사를 언급할 때 전 웃기지 않았습니다. 중국인들 중에는 731부대가 저지른 중국인에 대한 만행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은 군국주의의 상징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의 과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한 개인에 불과한, 타쿠야가 좋다 싫다와는 별개로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경각심은 잊지 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위안의 잘못은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를 개인에게 물었다는 부분에 있을지 몰라도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경계는 이른바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한다는 '비정상회담' 제작진이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이었습니다.


'뉴스룸', '유나의 거리'에 이어서 월요일 밤을 즐겁게 하던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시청자들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친구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친구를 멀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단순한 제작상의 실수 정도로, 일부 국민들의 트집 정도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대응은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웃기는 예능도 좋지만 국가관과 역사관이 부재한 예능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간판 프로그램 시청률 욕심에 훨씬 더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존폐 논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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