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불꽃, 차사고 자주 일어나는 이유?

아시안 게임 때문에 MBC 드라마들이 잦은 결방을 해서 '글로리아'와 '욕망의 불꽃'은 지난 주의 위기 상황을 잊어버릴 정도로 오랜 공백이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시간에 방영되지 않으니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집중이 안되기도 하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드라마의 재미는 계속 연재되는 연속성인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비정상적인 윤나영(신은경)의 욕망과 집착으로 이어가는 이야기 'MBC 욕망의 불꽃'은 대서양 그룹의 오너 김태진(이순재) 가족 개개인의 숨겨진 욕심을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어릴 때부터 원하는 건 뭐든 갖고 자랐다는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의 말대로 재벌가의 후계로 태어나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건 위선에 불과한 지 모릅니다. 그들은 유치한 방법이든 세련된 방법이든 그들의 욕망을 드러내고야 말 운명입니다.

그들의 전쟁으로 인해 종종 잊게 되는 건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가 맨마지막에 '가족'이란 테마를 끌어내는 '소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갈등하고 미워해도 그들은 서로 가족간입니다. 그 구심점엔 능구렁이 김태진 회장이 있지요.

울산에서 재벌가 회장 김태진 역할을 열심히 촬영 중인 이순재와 조경환(남장군)

김태진은 윤나영의 야망을 간파하고 있다

윤상훈(이호재)의 큰딸 윤정숙(김희정)과 김영민(조민기)의 결혼을 추진하던 김태진은 정숙의 동생 윤나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하나 더 없냐며 김태진의 집으로 시집가고 싶다고 하던 윤나영의 욕심과 생존 능력을 잘 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윤나영의 그런점을 높이 산다고 하며 재벌집 손녀와 김민재(유승호)를 결혼시키려 하는 나영을 말립니다.

영민과 간만에 대작을 할 때도 그의 통찰력은 발휘됩니다. 누구나 냉철하고 차갑다고 생각하는 그의 둘째 아들 김영준(조성하)의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나 인간적인 면이라고 하면서 사람은 인간적으로 대해야 하지만 돈이란 건 정이 통하지 않는 대상이니 인간적으로 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타인들에게 보이는 면과는 다르게 마음이 약한 영준을 알아보고 있었던 겁니다.

이건 꺼꾸로 말하면 김영민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김영준이 아버지를 보호해주고, 동생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가족들을 챙기고 싶어했던 그 마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선이라 생각했지만, 영준이야 말로 진심이었고 늘 순종적이고 분란을 싫어하는 듯했고 후계 경쟁에 끼어들기 싫어한 것처럼 보인 김영민이야 말로 야망에 불타오르는 아들이란 점을 알고 있었단 뜻이 됩니다.

겉으로든 속으로든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두 형제 영준과 영민(조성하와 조민기는 고등학교 동창이라더군요. 대표적인 꽃중년 배우로 요즘 화제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영준은 곧 정숙과 바람을 피울 것 같습니다.

윤나영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백인숙의 아이를 몰래 들여오고 전 가족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김영민이 후계자가 되도록 완벽한 계획을 세웠고 아무도 모르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김민재가 나영을 숨막히는 존재로 생각하고 백인기가 방해하는 등 순조롭지 못합니다. 남편이나 동서들의 간섭도 만만찮으니 앉아서 관전하는 시아버지의 용인술 보다는 한수 아래인 셈이죠.

김태진은 집안이 분란에 휩싸여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세 아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재고 있었습니다. 왜 윤나영과 김영민 부부를 그들 후계로 점찍은 건지 그의 철학을 알만한 대목입니다. 그의 아내 강금화(이효춘)은 먼 친척 동생이자 큰 며느리인 차순자(이보희)에게 내가 큰 아들을 차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회장 김태진의 속마음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솔직한 말을 합니다. 아내도 모르는 남편의 꿍꿍이는 대체 무얼까요.




윤나영은 유난히 자동차 사고를 자주 일으킨다

불같은 성격으로 만사가 자기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화내고 열을 터트리는 윤나영은 김민재의 연인 백인기(서우)를 하와이로 쫓아내고 영화배우로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씁니다. 나영은 김민재가 친엄마를 만날까봐 뛰어가다 교통사고를 당할뻔하기도 하지만 분을 이기지 못할 땐 교통사고를 직접 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김민재의 친엄마 백인숙(엄수정)을 사고로 죽이려 했었죠.

지난회에선 민재가 여행을 가서 연락이 되지 않자 백인숙 때문에 불안하다며 김영민에게 시위를 하고 고의로 사고가 난 듯 위장합니다. 덕분에 김민재가 백인기를 떠나 불려오게 되고 윤나영은 자신의 뜻을 이루죠. 재벌가 며느리들은 공작을 꾸미기 바빠 고용인에게 운전은 대신 시켜도 좋을텐데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 역시 직접 차를 몰고 남편 앞에 나타나 그가 호감을 가진 윤정숙의 속을 뒤집어놓죠.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욕망의 불꽃에 등장하는 김태진 가족들은 모두 '아우디'차량을 몰고 있습니다. 덕분에 화가 날 때 마다 등장하는 자동차 사고신은 PPL 광고를 제대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욕망에 매진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제대로 보여주고 자동차 광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차사고가 지나치게 잦은 건 개연성 문제, 지나친 광고 문제로 지적될 수도 있겠네요.

영화배우로 등장하는 서우도, 김태진 회장도 모두 아우디를 협찬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욕망의 불꽃의 거의 전 출연진이 아우디를 몰고 나오는 거죠.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 역시 BMW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벌 2세들이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는 PPL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에요. 서민이 BMW를 타는 장면 만큼 개연성 없는 장면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협찬받는 자동차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드라마에서 교통사고를 볼 확률도 높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