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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근초고왕, 백제 시대의 사극 만들기

14일날 방영된 KBS '근초고왕' 4회의 내용은 가죽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비행체로 고구려의 고모리성을 함락시킨다는 내용이다. 부여구(감우성)의 활약으로 자존심을 상한 고국원왕(이종원)은 북방에서 모용황을 상대중인 고노자(전병옥)의 군사를 불러들이려 한다. 고모리성으로 날아든 행글라이더 모양의 커다란 연은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엄청난 무게의 연이 사람을 태우고 날아들려면 깨나 잘 계산된 공식이 필요한데 황당무계한 설정이 아니냔 지적도 많다. 김유신이 연을 활용해 민심을 돌렸다는 기록 탓인지 각종 드라마에서 연을 활용하는 건 자주 볼 수 있다. 고대 사회의 전투신은 사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게 보통이라 익숙한 느낌을 주기에 그리 색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MBC 선덕여왕'에서 보여준 ..

근초고왕, 부여화는 왜 공주인가

얼마전 'KBS 근초고왕' 원작은 이문열의 '대륙의 한'이라고 알려져 있었고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적고 있지만 누군가가 '근초고대왕'이란 다른 소설이 훨씬 더 드라마와 가깝다고 한 글을 읽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어떤 책을 사야할 지는 망설여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말 구입할 만한 책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가 불분명한 듯하다. 드라마 '근초고왕'은 정보를 부족하게 제공하는 편이다. 부여화(김지수)와 부여구(감우성) 사이에 어릴 때 어떤 일이 있었으며 부여준(한진희)와 해소술(최명길)이 예전에 어떤 사이였는지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야 차츰 정보를 늘여가면 그만이지만 각종 명칭이나 설정에 대한 정보는 사서에 의한 것인지 작가의 설정인지 마땅히 알려줄 책임이 있지 않나 싶다. 사서상에 기..

교사와 학생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오늘 아침 인터넷을 달군 기사는 '여교사와 여중생이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달 12일 발생했던 이 사건은 해당 교사(55세)는 수업 중 학생이 노트에 낙서를 하자 그 노트를 빼았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전학 권고가 내려졌지만 학부모가 고소하겠다고 반발해서 사건이 커진 모양이군요. 교사와 학생 둘중 누가 약자인가. 아시다시피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약자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학생도 있겠고 반대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무슨 학교가 약육강식의 정글이냐고 묻겠지만 요즘 학교에서의 권력 관계는 그리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회인들이 체험하는 현상이죠. 일명 '사랑의 매'를 휘두르고 두발 단속을 하고 학교 ..

즐거운 나의 집, 무력한 바세바의 남편 우리야

성경에 기록된 다윗왕은 우리야의 아내인 바세바의 목욕을 훔쳐 보다 그녀와 동침하게 된다. 바세바가 임신을 하자 다윗은 전장에서 우리야를 불러들어 바세바에게 보낸다. 충성스럽고 우직한 우리야는 전장에서 고생하는 중인 동료와 부하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 바세바를 만나지 않고 돌아간다. 다윗왕은 결국 부하를 보내 우리야를 죽여버리고 바세바와 결혼한다. 성은필(김갑수)는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바세바'를 이상현(신성우)에게 보여주며 바세바와 우리야, 다윗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다윗과 바세바의 이야기 보다는 다윗왕과 우리야가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권력이란 건 그런 거야. 마음만 먹으면 부하의 아내를 취하고 그 남편의 목숨까지도 거둘 수 있는 것' 성은필의 대사로 그가 어떤 남자였는 지 다시 한번 더 ..

대물, 네가 서혜림이냐 조배호지

조배호(박근형)에 복수하겠다는 장세진(이수경)은 결국 유부남을 사랑한 어머니의 전철을 밟는다. 아내가 아무리 사업상의 파트너라지만 이미 유부남인 강태산(차인표)와 연인 사이가 된 것이다. 강태산 역시 조배호가 아버지에게 했던 비겁한 술수를 그대로 배우고 있다. 이로서 조배호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는 커플이 탄생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접어두는 서혜림(고현정)과 하도야(권상우) 커플의 행보와 비교되는 이들 커플의 행보는 '필멸(必滅)'의 운명이 될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재미있는 건 이들 커플이 가진 모순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반어적'인 상황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깨끗한 정치를 내건 정치인 서혜림, 누구나 원하고 있는 그 이상향을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만족..

즐거운 나의 집, 성은필 정체가 뭐야

MBC '즐거운 나의 집'에서 배우 김갑수씨는 2010년 드라마 출연 사상 여섯번째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로 여전히 얼굴을 비추고 있다. 죽어버렸지만 전혀 죽은 것같지 않은 성은필의 존재는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다. 모윤희(황신혜)의 아내로 김진서(김혜수)의 환자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김갑수씨 없는 후속 편은 상상할 수가 없다. '우리 성씨 가문을 김박사가 낳고 자란 여염집하고 똑같다고 생각지 마세요'라는 말로 성씨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는 성은숙(윤여정)의 동생이자 미쳐버린 빨간 원피스 조수민(최수린)의 전남편, 다른 남자와의 불륜이 의심스러운 모윤희의 남편인 성은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모윤희는 성은필에 대해 감추려하고 김진서는 단순한 이..

드라마 '김수로'는 어떤 사극이었나?

시청율이 낮고 인기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사극, 종친회의 방영금지 신청을 받는 등 초반부터 잡음이 많았던 드라마라 기억하는 사람도 드문 'MBC 김수로'는 2010년 9월 18일에 방영이 종료되었다. 가야와 대가야를 세우고 신라와 더불어 남쪽의 강력한 왕국을 만든 김수로의 이야기는 제작자가 '임충'이란 사실 때문에 시청하기로 했던 드라마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김수로(지성)와 천축국의 공주였다는 허황옥(서지혜), 김수로의 형제 이진아시(고주원), 신라 공주 아로(왕빛나), 남해차차웅(권성덕), 석탈해(이필모), 대가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정견모주(배종옥), 아진의선(이덕희), 천신 이비가(이효정), 아효, 아니 공주(강별) 등은 모두 실제 설화나 사서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야심차게 가야의 전설 김수로..

글로리아, 80년대 캔디를 위한 올드팝

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 마음 고생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낡은 물건 만 보고도 짐작하는 사연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낡은 물건이 깔끔하지 못하다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캔디를 볼 때는 캔디가 슬퍼하길래 그냥 울었지만 어른이 된 후엔 고아로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픔과 첫사랑을 잃어버리는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은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노라 말하죠. 'MBC 글로리아'는 10살 때부터 30살이 될 때까지 안해본 일이 없는 나진진(배두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80년대는 많은 사람들이 가난했던 시절이었죠. 19살에 데뷰한 ..

근초고왕, 부여구는 부여씨인가?

삼국시대 드라마가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 백제에 대한 드라마는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나 일연의 삼국유사도 매우 짧아 중국의 사료를 기반으로 정보를 얻는게 삼국시대다. KBS 드라마 '근초고왕' 역시 이런 류에 정보를 기반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메꾸지 못한 부분은 가설이나 픽션으로 대체한다. 근초고왕이 방영된 후 읽을 수 있었던 반응은 참 다양하다. 간만의 정통사극 분위기라 밋밋하고 단순해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감상평도 있고 오히려 아주 반갑다는 평도 있다. 제일 많이 지적된 것은 주인공들의 성이 왜 '부여씨'가 아니라 '부'씨냐는 것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많은 책에 부여의 왕족은 모두 '부여씨'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적은 대로 백제의 11대왕 비류왕이 온조계의 핏줄을 잇는다고..

욕망의 불꽃, 부부란 무엇인가

이상하게 막장 소프 오페라일수록 가족의 정과 가정의 끈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리 저리 치여서 상처입은 인간관계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코드이자 끈끈한 인연의 실 가족. 가족이란 말로 해결되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면 대부분의 시청자에겐 용서가 됩니다. 제작자로서는 모든 갈등을 봉합하기 편리하고 시청자로서는 '그래, 피가 섞인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조금은 꺼름칙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죠. 'MBC 욕망의 불꽃'에 등장한 혼외자 김영식(김승현)과 김미진(손은서)의 존재가 탐탁치 않지만 김태진(이순재)의 가족은 그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부부 사이라면 어떨까요. 내 배우자가 나 이외의 연인이 있다면, 도저히 배우자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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