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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근초고왕, 소서노의 백제와 주몽의 고구려

역시 사극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게 가장 보기 좋다. 사극이 단순한 역사의 나열 같지만 역사적 사실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사극은 오랫동안 공들여 전체를 구성했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삼국의 영웅 시리즈 첫 주인공으로 편성된 근초고왕은 백제의 가장 위대한 왕이라 꼽을 수 있는 인물이다. KBS가 다음 주인공으로 삼을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나 신라의 무열왕(김춘추)은 각자 굵직한 업적이 있어 종종 드라마에 등장했었던 인물이지만 근초고왕이 드라마에 등장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라이벌로 고구려의 왕 고국원왕을 등장시킨 것도 제법 그럴싸한 대치 구도다. 온조왕의 직계들과 고이왕계의 갈등, 그리고 혼사 관계가 엮인 부여 귀족들의 파워게임도 그럴듯하다. 사극에 오래 출연한 경험이..

MBC '욕망의 불꽃'과 소프 오페라의 특징

언젠가도 적은 적이 있지만, 연애 불륜 막장 드라마, 소프 오페라(Soap Opera)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20세기 초에 라디오 방송을 대중화시키면서 드라마 시리즈를 방송했었고 1940년대 TV 방송이 활성화된 이후에도 아주 많은 드라마를 제작해 냅니다. 주부들이 살림하는 동안 시청하는 낮시간대의 드라마, 주로 멜로 연속극을 지칭하던 이 소프 오페라는 주부들이 소비하는 세제나 비누 광고를 함께 방영했습니다. 비누 광고와 함께 방송되는 드라마란 뜻으로 소프(Soap)라고 불렸던 것이죠. 무려 70년이 넘게 진행된 라디오 소프 오페라(Guiding Light)도 있고 1963년부터 현재까지도 방영 중인 ABC 방송국의 종합병원(General Hospital)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

대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엔딩에 서혜림(고현정)의 죽은 남편 얼굴과 게슴츠레한 하도야(권상우)의 눈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대물 11, 12회의 내용 중 한 축은 두 사람의 애정전선이 될 것 같다. 하도야 아버지의 '애딸린 과부'라는 말을 한번 더 듣게 될 지도 모른다. 하도야 앞에서 너 없이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울먹이는 서혜림은 부정으로 점철된 남송지역 개발을 두고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고 오는 길이었다. 강태산(차인표)에게 호감이 있는 장세진(이수경)은 조배호(박근형)에게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표와 함께 아버지가 맞음을 확인받았지만 부정을 보여주지 않는 조배호에게 더욱 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정치계의 검은 거물, 조배호의 약점이자 부정함을 강조하기 위한 캐릭터인 장세진은 호감을 가졌던 강태산에게 버림받음으로써 그 ..

즐거운 나의 집, 범인의 윤곽이 드러날까

11월 4일 방영된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이 시청율이 8.6%까지 올랐다고 한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배신의 고통을 연기하는 김혜수(김진서 역)의 파국도 속셈을 아무도 알 수 없는 성격의 악녀 황신혜(모윤희 역)의 비밀도 자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얽히고 섥힌 출연배우들의 감정싸움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치정 싸움 만큼 좋은 이야기 소재는 역시 없는 모양이다. 드라마와 함께 발매된 OST, 바비 킴의 '그래도' 역시 가사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슬픔에 울고 있는 김진서, 쓸쓸하게 읖조리는 가사처럼 죽을 만큼 미워해도 그만큼 사랑하는 인물에 대한 정을 끊을 수 있는 그녀의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 그..

즐거운 나의 집, 비밀의 중심은 성은필

드람마 '즐거운 나의 집' 3회는 악에 받친 김진서(김혜수)의 거짓말로 시작한다. 호텔방에서 모윤희(황신혜)와 이상현(신성우)가 함께 밤을 보냈음을 알게 된 진서는 상현이 췌장암이라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간 상황 때문에 목놓아 울게 된다. 덕분에 아내의 교통사고도 알지 못할 만큼 부교수 자리에 눈이 멀었던 상현은 울부짖는 아내 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3회의 내용은 스스로 파국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김진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은필(김갑수)의 죽음에 모윤희가 연결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녀를 몰아부치지만 점점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건 자신일 뿐이다. 상현은 상현대로 학자로서의 자존심이 망가지고 시한부 삶이 되었다는데도 무관심한 아내에게 화가 난다. 김..

대물, 서혜림 보다는 국민이 보고 싶다

서혜림은 하도야가 울먹이던 지난 주를 기점으로 할 말을 하는 타입으로 돌아섰다. 제작진은 주눅든 설정이라 우겼지만 감각도 상식도 없는 '멍청이 서혜림'이란 시청자들의 지적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끌려 다니던 서혜림은 의정활동에 나서며 국회의원 행보를 시작했다. 줏대없어 보이는 설정과 무언가 의심쩍은 소재를 바라보며 2012년 대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대물'은 애초에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을 너무 많이 건드렸다. 사대강 사업을 비롯한 구설에 오를 만한 일들을 너무 많이 인용한게 대물의 최대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드라마 인기를 끌자면 현실 소재를 가져다 쓰는게 좋지만, 특정 정치인, 정책 편들기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남송지역 친환경 간척지 개발 사업에 비리와 피해..

KBS 근초고왕, 또 다시 방황하는 왕자

애초에 역사에 악당은 없다, 이렇게 단언을 하긴 했지만 역사상 타고나길 악한 성정의 인물이 있긴 하다. 개인적 회한에 빠져 많은 사람을 피흘리게 하고 전쟁에 휘말리게 한 인물도 많다. 그럼에도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 정치인과 정치인과의 갈등에서 '입장차이'는 존재할 수 있어도 '절대악'은 존재하지 않는게 맞다. 드라마 제작 초기엔 장희빈의 표독스런 눈빛과 모사에 핍박받는 인현왕후를 그리는 사극이 많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남인의 후원으로 중전까지 오른 희빈 장옥정 역시 자신의 '입장'이란게 있고 절대악에 해당하는 인물은 전혀 아니다. 사극은 종종 절대 악인이란 관점을 나라와 나라 간의 이야기에도 적용시키곤 한다. 주인공이 다스리는 나라의 적국은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 나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욕망의 불꽃, 악녀들의 마지막 양심

악당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동기이다. 시덥잖게 시비나 거는 건달 역이 아닌 바에야 악하게 행동하는 원인이 존재한다. 그 동기에 타고난 성격까지 보태지면 최고의 악당이나 악녀가 탄생한다. 'MBC 욕망의 불꽃' 윤나영(신은경)은 아버지를 해꼬지하는 조폭을 물어뜯고 달려들 정도로 독한 기질을 타고난 여자다. 집안환경이 가난하다는 건 그녀의 성격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동기가 된다. 윤나영의 표독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백인기(서우)의 소원은 돈많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녀가 올인할 동기가 된다. 인기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형수였다는 모욕을 참을 수 없자 집을 떠나 자청해 고아가 되버린다.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그녀들의 야망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른다..

욕망의 불꽃, 전쟁을 선언한 둘째 며느리

물밑작업으로 눈치 만 보던 대서양 그룹의 아들과 며느리들이 어제 방영분에서 드디어 전쟁을 시작했다. 둘째 남애리(성현아)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룹의 주식을 사들이고 셋째 윤나영(신은경)은 사태를 주시하며 남애리를 무너트릴 방법을 궁리한다. 첫째 차순자(이보희)는 셋째와 아버지를 편드는 척 하면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숨가쁘게 진행된 남애리의 주주총회를 막을 길은 없어보인다. 만만치 않은 친정 아버지를 둔 남애리는 욕망을 드러냄에 부끄러움이 없는 여자다. 자신을 밀어주지 않으면 보복할 것임을 알려준다. 어릴 때부터 남을 무시하고 명령 내리기에 익숙한 그녀는 시동생도 부하직원 앞에서도 안하무인이다. 남애리가 주주총회를 열어 시아버지의 아슬아슬한 권력을 뺏어갈까 두려운 윤나영은 점점 더 쇠..

서민 드라마와 MBC 글로리아

1990년대 초반 드라마 'MBC 우리들의 천국(1990)'은 당시로서는 흔치 않게 대학생들의 생활을 조명한 드라마였다. 지금이야 거리나 TV에서 흔하디 흔한게 대학생이지만 당시엔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못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성적이 떨어져서 못간 거면 넉넉한 집안은 재수나 삼수를 택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대학에 못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가정환경이었다. 1기의 캐릭터들은 원래 홍학표(박진수)와 정명환(오성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불치병에 걸린 최진실, 후배인 염정아, 운동권 선배인 문성근, 배종옥 등 약간은 진지한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지만 2기의 주인공들은 김찬우, 장동건을 비롯한 부유하고 화려한 인물들로 바뀌어 버린다. 극중 등장하는 성대의 별명은 '빈대'였다. 시골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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