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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문화 읽기 123

2014 MBC 연기대상, 수상 거부의 참뜻이 좋았던 최민수의 문자메시지

2014년 MBC 연기대상은 별로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MBC '왔다 장보리'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시청률 성적이 좋지 않았고 프라임타임 드라마도 개인적으로 받을 사람이 뻔한 편이라이중에서 과연 대상을 줄만한 레벨의 연기자가 있나 싶기도 했다. 올한해 MBC 드라마는 주연급 보다는 조연급들의 활약이 대단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성이든 시청률이든 어느 잣대로 평가해도 작품들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최우수상이나 우수상 수상자들 보다 황금연기상 수상자 경쟁이 더 치열하지 않을까 싶었고 시상식 전부터 누가 후보로 올랐나 눈여겨 보고 있었다. 역시나 안내상, 최민수, 박상원, 전국환, 이덕화 등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무게있는 역할을 했던 중견배우들 뿐이다. 수상자는 '왔다 장보리'의 안내상과 '오만과 편..

드라마의 현실 비판이 절실했던 한해 - 2014년 드라마 결산[2]

과거 조선 시대에는 놀이패들의 마당놀이나 판소리가 사회풍자의 역할을 했다. 구경꾼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욕설은 물론이고 지주 노릇하는 마름이나 양반층을 희화화해서 평소 말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이 그런 놀이들의 속성이었다. 때로는 역할극이고 때로는 노래와 함께 하는 쇼였던 이런 놀이들이 우리 나라 드라마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고전 '심청전'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다룬 이야기라면 보고 있는 구경꾼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춘향전'에 변사또의 악행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조선의 현실을 다른 나라에 빗대 이야기한 해학극도 많지만 구경꾼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는 주제였다면 그 놀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의 속성이 판타지라도 현실에서 벗어난 드라마가..

영화 '국제시장'으로 불거진 허지웅 논란을 보며

나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전에 태어나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국제시장'에 등장한 사건들은 아버지에게 할말이 많은 추억거리다. 고향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전쟁 때 피난왔던 북쪽 사람들이 자리잡은 판자촌도 있었다고 했고 건너 마을에는 월남전에 파병갔다 일찍 죽은 사람도 있단다. 뭐 건너건너 아는 어르신들 중에는 독일에 건너갔던 노동자가 있고 누구는 이산가족찾기를 했다니 아마 아버지 또래에겐 그 영화의 소재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과거고 아픔일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식들이나 손자들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오래 하는 경우는 드물다. 판자촌이 뭔지 모르는 손자에게 피난민의 판자촌을 설명할 방법은 별로 없었을테니까. 요즘 포털 뉴스를 읽어보면 이 영화 '국제..

늙어가는 공중파와 약진하는 케이블, 종편 - 2014년 드라마 결산[1]

얼마전 KBS가 2015년 프로그램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KBS는 다른 공중파나 종편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인 만큼 각종 공익성 프로그램 편성으로 종종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방송사라는 선입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대개편'에 대한 평가는 일단 그리 좋지 않다. 힐링, 소통, 지적 호기심을 내세운 KBS의 개편 방향이 종편이나 케이블을 의식한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물론 KBS 측은 종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단막극 이외의 연속극을 편성하지 않던 금요일에 '스파이'를 편성한 것이나 낮 시간대에 시사 토크쇼를 편성한 것 등으로 보아 그리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케이블이 금요일에 '갑동이'나 '미생'같은 드라마를 ..

'하녀들' 스태프 사망, 인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드라마 촬영장

지난 13일 JTBC '하녀들' 연천 촬영장에서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해 '하녀들' 제작 스태프 중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JTBC로서는 이번 스태프 사망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꽃들의 전쟁', '달래 된, 장국' 2013년 촬영중에도 스태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다. '꽃들의 전쟁'은 조연출이 촬영장으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달래 된, 장국'은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의상팀 스태프 2명이 추돌사고로 사망했다. 이번 '하녀들' 화재 사망사고는 2층에서 일을 하던 스크립터가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세 드라마의 외주 제작사는 모두 '드라마하우스'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제작사로 JTBC의 드라마 대부분을 이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다. ..

연륜이 느껴지는 손석희와 한석규의 인터뷰

어릴 때 인상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다른 외골수들은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음악이면 음악 공학이면 공학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집요하게 그 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주제로도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런 태도가 조금 달라진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그 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 젊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던 그들도 마치 오랜 시간 사귄 친구처럼 깊이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 마다 그 출발점은 달라도 끝에는 결국 한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 - 그것이야 말로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독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배우 한석규가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그 자체로..

'에네스 카야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JTBC '비정상회담'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참 의아했던게 한가지 있습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은 인기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G11 패널들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에 가깝습니다. 물론 타쿠야는 원래 아이돌 멤버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에네스 카야는 '초능력자(2010)'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줄리안은 클럽 DJ에 2006년 '봉주르'란 그룹으로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외국인으로서 활약한 것에 봐야할 것같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패널들이 직장인, 모델 아니면 학생이라서 연예인도 아닌 그들을 TV 속에 끌어들인 제작진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었던거죠. 방송에 자주 출연하기는 해도 그들은 원래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이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 봐야합니..

JTBC 손석희라도 열 번의 에네스 카야는 못 당한다

종편은 거들떠 보지 않던 제가 JTBC를 시청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손석희 앵커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대로 종편은 태생부터 불안했고 시청률도 낮았습니다. 지금도 어떤 종편은 하루 종일 북한 방송 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없으면 종편은 먹고 살 수 없다'는 말 JTBC '5시 정치부회의'에서 나온 말이죠. 그러나 JTBC는 손석희 앵커가 사장으로 영입된 후 다른 종편들과는 많은 부분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각종 이슈에서 믿을만한 언론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잠시나마 공중파 방송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손석희 앵커의 '뉴스9'이 '뉴스룸'으로 개편되고는 팩트체크, 앵커 브리핑 등으로 한층 더 발전한 뉴스쇼를 선보이게 됐죠. 손석희 앵커로..

故 신해철 사망 미스터리, 살인마 보다 무서웠던 의사 신해철법으로 막을 수 있나

아직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마왕 신해철의 죽음. 11월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신해철 사망 미스터리, 수술실에서 무슨일이' 방송을 기다리는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소재로 KBS는 11월 22일 '추적 60분'도 '마왕의 죽음, 네 가지 미스터리'를 방송했고 MBC 역시 11월 24일 'PD수첩'에서 '나에게 의료사고가 생긴다면'이란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갑작스런 장협착과 심낭 천공에 의한 죽음이라기엔 많은 부분 의심쩍은 그의 사망은 공중파 방송 3사가 의료사고와 의료소송의 문제점을 짚어보기에 충분한 테마였습니다. MBC와 KBS의 방송을 모두 시청한 다음 마지막으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송도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다..

삼시세끼, 할머니 서진이 읍내에 꼭 가야하는 이유

사실 전 한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아한 한옥과 암팡진 아궁이에 따뜻하게 장작불 지핀, 덤으로 구들장도 두껍고 튼튼한 온돌방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뭔말인가 하시겠지만 이유는 단 하나 제가 직접 살아본 한옥은 너무 추웠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유리문으로 막아도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코가 시렸고 비내리고 바람불면 아궁이에 불지펴봤자 밤새 식어버리곤 했습니다. 더불어 요즘 한참 전원주택이라며 짓는 예쁘장한 집들도 개인적으로 참 별로라 생각하는데 전원주택이면 대부분 외딴집이고 외딴집이면 비바람과 추위에 강해야합니다. 말이 쉽지 허허벌판에서 한겨울 추위를 버틴다는 건 생각 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없는 시골에서 살려면 처마도 짧고 벽도 얇은 집으로는 정말 버티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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