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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하녀들, 조선 시대 갑질녀 하루아침에 하녀가 되다

맨처음 이 드라마가 광고를 시작했을 때 '조선 시대 연애사극'이라고 하길래 JTBC에서 무슨 남여상열지사 드라마라도 만드는 줄 알았다. 하긴 첫회부터 허윤서(이이경)와 단지(전소민)의 열애 장면이 등장하고 국인엽(정유미), 윤옥(이시아), 은기(김동욱)의 삼각관계가 엮였으니 완전히 틀린 이야긴 아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이야기는 신분이 몰락한 국인엽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사랑이야기인 것은 맞으니 말이다. 그런데 첫회부터 이방원(안내상)이 등장하고 이성계(이도경)가 등장하는게 영 심상치 않다. 사랑 이야기 이면에 숨겨져 있는 정치판은 혼돈 그 자체였다. 아직 조선의 문화와 체계가 자리잡지 않은 개국 초기 신분낮은 사람들은 모르는 정치판세에 따라 하루 아침에 누군가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시대였다. 갑질하는..

내 마음 반짝반짝, 눅눅한 치킨같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이야기

제목에 눅눅한 치킨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말대로 서민들에게 '치느님'이라고 불리는 치킨은 눅눅하든 냉장고에서 하루쯤 묵혔든 자취생들에게는 없어서 못 먹는 특별한 간식이다. 이왕이면 바삭바삭하게 갓 튀긴 고소한 치킨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게 좋겠지만 어느새 배달음식의 대명사가 되버린 치킨. 나에게도 어릴 때 부모님이 시장에서 사주신 옛날 치킨을 먹어본 기억이 있다. 단골 닭집 아주머니가 손수 손질한 닭을 튀김옷에 버무려 요령껏 튀겨낸 치킨은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간장치킨이나 양념치킨, 치즈 치킨과는 다른 특별한 맛이 있었다. 물론 수십년간 같은 자리에서 닭만 튀기던 아주머니는 당시 늘어나기 시작했던 각종 프랜차이즈 치킨집에 밀려 젊은 감각에 밀려 자리를 떠나야했지만 가끔씩 ..

드라마에서 재벌이 사라질 수 있을까?

얼마전 첫방송된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주인공 구서진(현빈)은 다중인격 증세를 가진 재벌2세다. 이 돈많은 남자는 자신이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놀이공원 고객들의 풍선을 모두 금지시키고 어린아이들을 울리며 놀이공원을 탈출한 고릴라를 피해 살려달라는 여자를 밀치고 도망친다. 놀이공원과 오랫동안 계약을 맺어온 서커스단과 하루아침에 계약해지하는 갑질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구서진이라는 캐릭터가 다중인격 증세를 가진 재벌남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음에도 입을 모아 구서진이 '재수없다'고 평가했다. 한때 같은 배우가 연기했던 '시크릿가든'의 재벌3세 김주원이 까칠하지만 매력적이라며 호평받았던 것과는 달리 진부하다는 말도 많았다. 드라마 자체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고 경쟁작 '..

힐러, 게임 캐릭터같았던 서정후 냉혹한 현실을 마주치다

집에 불이 나서 정신없이 끄고 있는데 누가 자꾸 뒤에서 말을 건다고 치자. 계속 해서 어깨를 두드리며 지금 네 집의 불을 끄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설득하고 저 멀리 저 뒤쪽을 보라고 귀찮게 재촉한다고 상상해보라.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기억 특히 80년대 민주화 시대의 기록을 떠올리라는 것은 아마 그런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과거를 되새기란 건 내 발등에 불끄기도 바쁜 젊은이들에게 누군가 자꾸 뒤를 돌아보라며 의미없는 소리를 하는 걸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발등의 불이 잘 보이지 않는 화산에서 날아온 화산재 때문에 일어난 거라면? 집의 불을 끄려고 정신팔린 사이 더 크고 힘든 위험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거라면? 과거라는 건 때로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감당하기 벅찬 무서운..

펀치, 이태준과 박정환의 짜장면 먹방이 중요한 이유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사들의 싸움이 치열하다. 굴지의 재벌이 잡혀가면서 검찰총장이 넘어가나 싶더니 법무부 장관이 받쳐주고 법부무 장관이 휘청하나 싶더니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구치소에 잡혀간다. 증언하는 사람도 죽고 한때 떵떵거리며 바지사장 노릇하던 검찰총장의 형도 하루 아침에 차디찬 물에 몸을 던진다. 드라마 '펀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박정환(김래원) 검사가 윤지숙(최명길) 장관과 이태준(조재현)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이야기다. 아들의 병역비리를 숨기기 위해 이태준을 개로 부리고 박정환을 압박하던 윤지숙은 결국 국무총리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정환은 윤지숙 하나를 물먹이기 위해 이태준과 성원각에서 또다시 짜장면을 나눠 먹는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간 - 지금까지 윤지숙 하나 잡으려 헛주먹질 ..

''하이드 지킬, 나' '킬미 힐미'와 다중인격도 비교되는데 고릴라 무리수까지

두 방송사에서 '킬미 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를 방송한다는 걸 알았을 때 방송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의학 드라마를 만드는 게 아닌 이상 또 멜로를 선택한 이상 두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느 방송사에서 먼저 방송을 결정하고 경쟁작을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MBC나 SBS 둘 중 늦게 결정한 방송사는 다중인격을 소재로 누가 이기나 덤볐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선택이 아닌가 싶다. 방송사끼리 서로 합의를 했는지 어쨌는지 제작진들끼리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청자로서는 상대 방송사의 드라마와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하이드 지킬, 나'의 첫방송을 기다려왔는데 ..

전설의 마녀, 막무가내 김영옥의 미워할 수 없는 갑질

요즘은 어딜 가나 소위 '갑질'이 화제다. 기업을 사적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한 항공재벌이 항공법까지 무시하며 승무원들을 쥐락펴락한 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소위 진상 고객이 백화점 직원들을 하대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행사하는 부당한 행위 갑질.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도 신화그룹의 음모로 감옥에 가고 그들의 갑질로 인생을 고달프게 살고 있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문수인(한지혜)과 여자교도소 동기들은 토스트 노점을 운영하다 마주란(변정수)의 계략으로 푸드카를 잃고 생돈을 물어줄 처지였다. 이제는 같은 교도소 출신인 911번 김영옥(김수미)의 도움으로 빵집을 차리고 이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게 웬일. 재벌 갑질과는 다른..

피노키오, 우화로 풀어나간 우리 시대 언론의 희망

카를로 콜로디 원작의 소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 마다 코가 자라나는 나무인형 이야기다. 요정의 힘으로 생명을 얻었지만 늑대의 꾀임에 빠지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종종 코가 자라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이 나무 인형을 언론에 빗대고 있다. 언론이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구지만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돈많은 재벌과 권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거짓말로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원작 소설의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요정의 도움으로 거짓말이 나쁘다는 교훈을 깨닫고 사람이 된다. 그리고 드라마 '피노키오'의 언론 역시 기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사람' 비슷한 꼴을 갖춘 것으로 마무리된다. 박로사(김해숙) 회장은 방송사 기자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처벌..

클라라 계약무효 소송, 갑질 성희롱 증거가 있다면 지금 밝혀라

아침에 다운로드받은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낯선 기사가 메인으로 올라오더군요. 클라라라는 배우가 지난달말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무효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입니다. 연예인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이야 종종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그간의 소송들과 성격이 달랐습니다. 클라라 측이 소속사 회장의 문자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장과 함께 소속사 회장이 클라라에게 보냈다는 문자의 일부가 공개되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소속사 연예인을 성적으로 유린한다는 추측까지 가능한 문자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것을 보니 구체적으로 증거도 있다는 뜻으로 파악됩니다. 고위층 성상납 문제로 비난받았던 故 장자연 사건처럼 큰 파문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두가지 의문이 듭니다. ..

오만과 편견, 기묘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구동치와 문희만의 결말

드라마가 시작할 때 마다 조용하게 등장하는 안내 문구가 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 사건, 장소는 허구'라는 내용의 이 안내 문구는 이상하게 더욱 이 드라마를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드라마가 현실에서 모티브를 얻어 가상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허구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까? 그런데 드라마 속 대사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묘하게 현실 속 사건이 떠오른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접대 사건이 떠오르는 '영상 속의 인물을 송아름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대사나 문희만(최민수)의 '정치개입은 했으나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같은 대사는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이렇게 드라마를 '허구'라고 강조하면 할수록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는 '오만과 편견'이 어제 종영했다. 박만근(정찬)을 잡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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