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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미생, 오상식의 판타지와 마부장, 성대리, 최전무의 현실

얼마전 다음 포털에서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과 성대리(태인호) 중 누가 더 싫으냐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부하직원을 때리며 미친 사람처럼 팔팔 뛰는 마부장 보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고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성대리 쪽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투표 결과 보기). 마부장이야 어차피 부장급이라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성질내고 폭발하는 만큼 그냥 좀 무서울 뿐이지만 성대리의 앞뒤다른 간사함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성대리같은 인간형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뭔가 주변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날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성대리같은 직장동료의 작당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 마부장처럼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 일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연륜이 느껴지는 손석희와 한석규의 인터뷰

어릴 때 인상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다른 외골수들은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음악이면 음악 공학이면 공학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집요하게 그 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주제로도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런 태도가 조금 달라진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그 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 젊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던 그들도 마치 오랜 시간 사귄 친구처럼 깊이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 마다 그 출발점은 달라도 끝에는 결국 한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 - 그것이야 말로 인생의 재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독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배우 한석규가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그 자체로..

피노키오, 기재명의 '사실'과 기재명의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폐기물처리장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소방대원 9명을 순직하게 했으면서도 소방대장 기호상(정인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살아온 세 사람. '피노키오'의 기재명(윤균상)은 그 셋 중 한명인 문덕수(염동헌)를 유인해 함정에 빠트리고 문덕수가 떨어진 곳을 벽돌로 막아버린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나머지 두 사람의 시신에선 부검결과 독극물이 발견되었고 두 사람과 채무관계가 있던 문덕수는 두 명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친 용의자가 된다. 기재명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여버린 거짓말쟁이들과 언론에 증오를 품고 있고 드라마의 흐름상 기재명이 셋을 모두 죽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청자들 중에는 기재명이 둘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문덕수는 구덩이에 빠졌을 뿐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재명은 가..

힐러, '힐러'의 이름으로 이어진 해적방송과 심부름꾼

77년 발표되어 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군부정권 아래에서 방황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도망치는 해적방송에서 '나 어떡해'를 방송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나 어떡해' 보다 샌드페블즈 2기 멤버 중 하나가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젊은이가 더 많을 지 모른다. 영화 '박하사탕(1999)'에서 왜 그렇게 설경구가 '나 어떡해'를 불러제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이 시대의 중년층일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지만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역사와 경험없이 재미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응답하라 199..

'미생' 최고 시청률이 고작 7퍼센트라고?

10월 17일부터 방송된 tvN '미생'의 인기가 심상치 않더니 12월 6일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AGB닐슨 기준). 1회 시청률이 1.4%였으니 엄청난 기록이다. 시청률 상승폭도 그렇지만 종편이나 케이블 TV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2%를 넘기 쉽지 않고 좀 잘 나가는 프로그램도 5% 대인 걸 생각하면 '미생'은 과연 2014년 최고 화제작이 될 만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공중파 월화 드라마도 시청률 10% 넘기 쉽지 않으니 더욱 '미생'의 도약이 주목받는 듯하다. '미생'이 방송되는 날이든 아니든 포털, 게시판이 '미생' 이야기로 도배되고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KBS '가족끼리 왜 이래'가 30%대..

미생, 마부장같은 부당함을 이겨내는 힘 - '우리'라는 이름의 동질감

모든 조직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익과 효율 만이 조직의 목표가 되면 가끔 괴물이 태어나기 마련이다. '미생'의 마부장(송종학)처럼 성희롱을 저지르고 인간성이 최악임에도 '끝발'을 무시할 수 없는 중견간부가 있는가 하면 겉과 속이 다르지만 어쨌든 일은 해내니까 뒷탈없이 직장을 다니는 성대리(태인호)같은 인물도 있다. 물론 '회사'가 한 사람의 인성까지 평가하는 곳은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박과장(김희원)처럼 끝내는 곪아터지기 마련이다. 부하직원에게 '갑' 노릇하고 '을' 업체에서 '와이로' 받아먹고 여직원을 성희롱하는 마부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마부장은 고발한 여직원을 자르면 잘랐지 실적 좋은 자신을 회사가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최전무(이경영)는 사람 ..

미생, 아무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단한 안영이의 삶

우리 이전 세대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냐 결혼 못한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죠. 제가 살던 고향에도 그런 가족이 많았습니다. 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무작정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논을 사고 밭을 사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에 동생학비까지 대주며 힘들게 살던 동네 언니들이 결혼하고도 친정의 돈요구를 끊지 못해 친정을 오가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그 언니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또래 중에서는 중학교 마치자 마자 공장에 취직하고 월급을 아버지 통장에 입금하는 딸들도 많았죠. 대졸 여성들 중에도 이렇게 가족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기업에 취직해도 그녀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생'의 안..

'에네스 카야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JTBC '비정상회담'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참 의아했던게 한가지 있습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은 인기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G11 패널들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에 가깝습니다. 물론 타쿠야는 원래 아이돌 멤버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에네스 카야는 '초능력자(2010)'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줄리안은 클럽 DJ에 2006년 '봉주르'란 그룹으로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외국인으로서 활약한 것에 봐야할 것같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패널들이 직장인, 모델 아니면 학생이라서 연예인도 아닌 그들을 TV 속에 끌어들인 제작진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었던거죠. 방송에 자주 출연하기는 해도 그들은 원래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이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 봐야합니..

피노키오, '다행이다 하명아' 언론에 농락당하는 안타까운 기재명의 인생

많은 눈이 내리면 길에 빙판이 생기고 해마다 방송사는 걷다가 넘어지는 사람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힐신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 출근하는 고통도 알고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 어르신도 많다는 걸 알기에 사고가 나도 그냥 보고만 있는게 기자들의 할 일이라는 김공주 시경캡(김광규)의 말을 무조건 찬성하진 않습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이 기사 본래의 목적 보다 방송분량을 위해 보다 많은 행인들이 넘어지길 바라고 있고 때로는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빙판길 행인 보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노약자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촬영에선 범주(김영광)나 인하(박신혜)처럼 손잡아 주는 일도 해야하고 도와주는 장면 역시 좋은 방송거리가 된다고 생각할 ..

피노키오, 로맨스 보다 더 흥미로운 기자의 직업세계

아마 2007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모언론사에서 선배 기자가 수습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선배기자 즉 이른바 '사수'가 회식자리에서 일방적으로 수습기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으나 나중에 작성된 기사를 보니 사수 쪽이 먼저 폭행을 당해 쌍방폭행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폭행 문제야 양측의 말이 다르니까 법적으로 해결할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수습기자들의 지독한 수련과정은 비난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데스크, 캡, 일진, 사수, 수습기자로 이어지는 기자들의 서열과 '까라면 까야'하는 군대 보다 더 무서운 수습교육, 경찰서와 지구대를 돌며 두 시간 마다 한번씩 보고하고 목욕탕에 있든 화장실에 있든 간에 선배기자의 전화를 받아야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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