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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삼시세끼, 할머니 서진이 읍내에 꼭 가야하는 이유

사실 전 한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아한 한옥과 암팡진 아궁이에 따뜻하게 장작불 지핀, 덤으로 구들장도 두껍고 튼튼한 온돌방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뭔말인가 하시겠지만 이유는 단 하나 제가 직접 살아본 한옥은 너무 추웠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유리문으로 막아도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코가 시렸고 비내리고 바람불면 아궁이에 불지펴봤자 밤새 식어버리곤 했습니다. 더불어 요즘 한참 전원주택이라며 짓는 예쁘장한 집들도 개인적으로 참 별로라 생각하는데 전원주택이면 대부분 외딴집이고 외딴집이면 비바람과 추위에 강해야합니다. 말이 쉽지 허허벌판에서 한겨울 추위를 버틴다는 건 생각 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없는 시골에서 살려면 처마도 짧고 벽도 얇은 집으로는 정말 버티기 힘듭니다...

유나의 거리, 우리 모두가 진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감정과잉 연기에 지칠 때가 많습니다. 워낙 드라마 속 상황 자체가 극단적이라 극중 주인공이 악을 쓰고 대성통곡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기분에 따라서는 도무지 공감할 수 없을 때도 많습니다. 원래 연기라는 게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감정이나 대사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다소 과장된 표정이나 몸짓, 큰 소리를 동반해야하지만 그래도 매일 울고 매일 소리를 질러대는 건 보기 부담스럽죠. 감정과잉의 연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가 자극적이라는 뜻과 같습니다. 거기다 TV 속에서 서민이 실종된 후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재벌가의 재산 다툼이나 복수같은 드라마 줄거리는 시청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가끔 서민이라며 등장하는 주인공도 기껏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수준..

유나의 거리, 마지막회가 끝나도 궁금할 그 사람들 이야기

개인적으로 어떤 드라마든 마지막회는 번외편 또는 보너스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랄까요. 전체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고 굳이 알려줘야할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유난히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추가된 장면들이라 이런 말입니다. '유나의 거리' 주인공인 유나(김옥빈)의 의붓아버지(한갑수)가 창만(이희준)을 불러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은 어쩌면 사람은 가난하든 모자라든 못됐든 함께 어울려 살아야한다는 작가의 바람이자 팍팍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덧붙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유나가 바닥식구를 떠나지않고 인간적인 유대를 이어가듯이 세상 사람들도 그렇게 살길 바라는 마음인거죠. 이렇게 좋아..

미생, 오과장 완생이 되기 위해서는 술맛을 알아야 한다

이번 주 '미생' 7화를 보며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신 분들이 꽤 많았을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경쟁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 경쟁 관계 속에서 불쾌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직장이니까 티는 못내도 속으로는 심한 내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많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 팀의 팀장이 퇴사하고 새로 팀장이 된 사람과 팀장 자리를 노리던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다음 팀장이 될거란 생각에 거들먹거리 적도 있으니 그럴만도 했겠죠. 상황을 대충 눈치챈 대표는 원래 경쟁을 부추키는 타입이었는데 딱히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상황을 그냥 둘 리가 없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불만있으면 그만 두라는 식으로 질책했습니다...

미스터백, 신하균을 위한 최고의 캐릭터 최고봉, 아인슈타인 닮았네

나이들면 많은 일에 무뎌지고 덤덤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섯살 어린아이처럼 고집이 세지고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에 마음이 초초해질 때도 있고 젊을 때처럼 건강치 않은 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힘든 것은 나이들어도 욕망은 그대로인데 대부분의 노인들은 형편은 어려워 집니다. 때로는 건강 문제로 먹고 마시는 일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만사가 마음대로 안되니 약해진 체력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분노하고 가끔씩 떠오르는 과거의 추억과 후회 때문에 편하게 잠 못 이루기도 합니다. 주변에 믿고 의지할 배우자나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혼자서 그 긴 시간을 견딘다면 더욱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나이들어서 좋은 점은 세상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유나의 거리, 사람을 바꿀 힘을 가진 작은 영웅 김창만

이른바 '영웅'은 능력이 뛰어난 수퍼맨을 뜻하기도 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리를 통솔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보통 선거할 때 '뽑을 인물이 없다'고 하는 말은 그런 영웅이나 지도자 자질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뜻일 때가 많죠. 제가 생각하는 영웅의 개념은 좀 다릅니다. 진짜 영웅은 스스로가 잘난 것 보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무력이나 경제력로 어떻게 하길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뿜어나오는 '포스'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영웅입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나를 따르라'며 나서는 위대한 영웅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작은 영웅이 더욱 필요한 요즘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나의 거리'에서 찌질한..

분노를 불러온 국과수 부검 결과 '신해철법'이 거론되는 이유

첫회가 마지막이 되어버린 JTBC '속사정쌀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처럼 웃고 대화하는 신해철 씨의 모습을 보며 마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잠깐이나마 잊어보기도 했고 아직은 그의 이름 앞에 '고(故)'라는 말을 붙이기 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신해철을 잃었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래 간만에 새로운 앨범을 냈고 이제는 조금 더 많은 신해철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고 믿었던 팬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도 믿어지지 않을 상황에 그의 죽음이 의료사고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죠. 그의 음악은 잠시 시청자들을 떠났었지만 그는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대중과 가까이 ..

미생, 존대말도 반말도 불편한 직장에서 만난 '갑' 친구

직장에서 회식이나 접대를 하다 보면 꽤 비싼 술집이나 음식점을 가게 될 일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회식 자리는 비싼 곳 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훨씬 좋지만 접대는 될 수 있으면 고급스런 곳으로 가야 생색이 납니다. 접대가 꼭 잘 봐달라는 뜻의 뇌물은 아니라도 업체간 친목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으로 간주해 회사에 따라서는 접대 대상별로 비용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등한 협력관계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업체에 따라 갑을 관계가 분명한 곳일수록 접대자리가 과하거나 뒷말이 많은 곳들이 흔합니다. 기분좋게 마신 술은 숙취도 덜하지만 대접을 위해 억지로 마신 술은 몸을 더욱 힘들게 하죠. 접대한 다음 날 출근하기가 더 싫다고 느껴본 직장인들이 많으실 겁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는 문제는..

미생, 직장에서 가장 어려운 처세술 내부고발 - 장그래에게 비밀을 알려준 안영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급별로 배워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회사를 잘 모르는 신입사원 때는 부족한 업무 능력이나 요령을 배워 이 회사가 과연 나의 미래를 걸만한 곳인지 생각해봐야합니다. 대리 이상 과장급이 되었을 땐 아랫 사람들을 통솔하고 어떻게든 일을 성공시키는 노하우를 배워야합니다. 부장 이상 회사의 중역급이 되었을 땐 자기 부서 뿐만이 아닌 회사의 전체적인 업무를 대부분 다 파악하고 사람보는 눈을 더욱 키워야하죠. 그리고 어떤 직급이든 반드시 배워야하는 기술(?)이 바로 처세술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하는 법 - 처세술은 어쩌면 다른 어떤 자질 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계약직 신입 장그래(임시완)은 인턴 시절처럼 오성식(이성민)에게 혼이 납니다. 이제 시키는 일을 ..

JTBC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 제작진 대응이 실망스럽다

솔직히 저는 '기미가요'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본 음악도 애니 주제가나 몇몇 오래된 J-POP을 한두곡 듣는 정도기 때문에 한국 사람으로선 기미가요를 알래야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기미가요를 일부러 듣고 싶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나 일본 방송에서 기미가요가 흘러 나와도 잘 구분을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논란을 처음 들었을 땐 제작진이 기미가요와 일본 국가를 잘 구분하지 못해 실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일본 국가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있는 기미가요인줄 몰랐을 지도 모른다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군요. '비정상회담' 1회 때 이미 기미가요가 문제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

드라마와 문화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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