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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구멍난 옷을 입은 우리 삶을 보여달라, '미생' 윤태호 작가 인터뷰를 보고

요즘 저녁 일과 중 하나는 JTBC '뉴스룸'을 시청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대에 볼만한 프로그램이 '뉴스룸' 뿐이기도 하지만 손석희 앵커를 어릴 때부터 참 좋아했으니까요. 뉴스 보도 형식의 1부와 뉴스 분석 형식의 2부 진행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제법 재미있습니다. 특히 어제 출연한 '미생' 윤태호 작가와의 인터뷰는 짧고 간결했지만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본인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인터뷰 내용은 우리 시대의 TV 컨텐츠가 누굴 주인공으로 삼아야 하며 어떤 주제를 고민해야하는지, 의미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더군요. 이미 100만부가 팔려나갔다는 만화 '미생' - 드라마 제작과 함께 최근 불고 있는 '미생' 열풍은 지금까지의 컨텐츠가 현실에 소홀했다는 걸 반증합니다.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와 문화 2014.10.30

유나의 거리, 강데렐라 유나의 마지막 선택은 사람이었다

김운경 작가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작가들 중 하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전 세상을 떠난 신해철씨를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한때는 '마왕'이라 불리며 젊은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신해철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한 시대의 철학을 대변하는 사람은 충분히 대중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음악인 신해철이 대중의 요구와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먼저고 나중이냐를 떠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방송작가들 중에 김운경 작가를 최고로 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김운..

유나의 거리, 치매걸린 장노인의 소박한 행복 콜라텍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눈이 온 것처럼 서리가 하얗게 앉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지역은 도시 보다 겨울이 빨리 오고 밤낮의 기온차가 큽니다. 나무들도 겨울 준비를 하느냐 낙엽을 떨구고 여러해살이 뿌리 식물들은 줄기를 빠짝 말려 겨울날 준비를 합니다.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식물도 마찬가지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겨울을 버티려면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 잎도 열매도 모두 떨궈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늙으면 욕구는 젊은 시절 그대로인데 지친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해 많은 걸 포기해야합니다. 머리가 하얗게 샌 몸으로 욕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늙은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되거든요. 나이먹었다고 해서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유나의 거리'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빠듯..

영원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마왕 신해철

어제 밤 9시 35분쯤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신해철씨의 사망 소식을 속보로 전해주더군요. 이미 그보다 이른 시간에 인터넷으로 이미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읽었지만 손석희 앵커가 전해주는 그의 사망소식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MBC에서 '100분 토론'을 진행하던 그때 400회 특집 방송에 신해철씨가 출연했습니다. 맞습니다. 그 사람은 음악인으로서는 드물게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그런 열정을 가진 뮤지션이었죠. 덤덤하게 사망소식을 전하던 손석희 앵커도 한때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자주 마주쳤던 그의 죽음을 두고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마왕 신해철이 남긴 흔적이 어디 한두가지던가요. 생각해 보면 꽤 오래 마왕을 봤습니다. 굳이 88년 데뷰 무대였던 대학..

전설의 마녀, 뻔한 드라마를 튼튼하게 지탱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힘

요즘은 드라마가 워낙 많이 방송되서 첫회가 방송되면 대부분 전체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배경과 출연자만 다를 뿐 권선징악의 주제와 주인공의 성공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죠. 막장드라마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전개와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선 막장 드라마는 순수한 드라마라기 보다는 TV Show의 한 장르로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줄거리는 뻔하니까 한시간 동안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연기만 보자는 이야기죠. 하긴 수준급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 탁월한 까닭에 이야기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연기자들을 보는 맛에 시청하는 드라마가 꽤 많긴 합니다. 이야기는 허술해도 중년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받쳐주고 있으면 그럭저럭 볼만한 TV ..

미생,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오과장이 미생인 이유

90년대 말 모 벤처기업 사장 면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잘 나가던 그 벤처기업은 위기가 닥치자 특이하게도 사장을 공모하기로 했고 응모했던 30여명의 지원자들 중 혹독한 면접 과정을 거쳐 단 한명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최종 면접 때는 1박 2일 가까이 식사도 걸러가며 회사 사활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정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면접을 다녀왔다는 한 분의 이야기로는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기전 지원한 모든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된 면접도 정말 살벌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이 싫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다나요. 요즘은 흔해진, 그러나 90년대까지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이른바 '압박 면접'이 이런 분위기입니다. 지원자들 대부분 IT업 쪽에서 꽤 알려진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면접 방..

아이언맨, 갑작스런 태희의 재등장과 분노의 연쇄작용

중학교 때 사회선생님이 '화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습니다. 아마 사고친 학생 문제로 교무실에서 교장선생님에게 한소리 듣고 벌개진 얼굴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으니 마음을 다스리려 하신 말씀같은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부인과 크게 싸우고 회사로 와서 회의 석상에 앉은 이사와 전무들에게 무섭게 화를 냅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상태라 이것저것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장은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이사와 전무들은 부장을 불러 보고서가 이게 뭐냐며 트집을 잡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부장은 각 부서별 과장을 불러 좀 잘 하라며 야단을 치고 과장은 근무처로 돌아와 점심 먹자는 대리들에게 '지금 밥이 넘어가냐'며 닥달합니다. 점심 때부터 기분이 잡친 대리들은 하루 ..

유나의 거리,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남자가 된 김창만

가끔씩 방송작가의 삶이 어떨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방송작가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보조작가들이 모아온 자료로 시나리오를 쓰고 퀭해진 얼굴로 예민한 행동을 하곤 하지만 그것 역시 작가에 의해 창작된 판타지 중에 하나겠지요. 방송작가들은 평소에 어떤 삶을 살까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라면 아마도 평범한 아저씨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 사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운경 작가의 시나리오는 인기 드라마 대본처럼 충격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납니다.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1994)' 주인공들은 지금 억대 출연료를..

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원작 만화 한국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기

아주 예전에 제 입장에서는 다소 경악스러운 드라마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일러문'을 실사화(일명 특촬물)한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실 수 있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화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보았던 저로서는 굳이 저 만화를 현실 속의 인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둘 수는 없는 건지 애니메이션 만으로 충분히 상상력이 극대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걸 배우들로 꼭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냥 참 놀랍더군요. 우리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기 만화 한편으로 캐릭터 상품부터 영화, 애니는 물론 오디오 시디까지 제작하는 나라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

미생, 장그래에게 자신감을 준 한마디 '우리 애'

올 여름에 나온 신문기사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49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그 주요 원인은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163시간으로 세계 2위이며 그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굉장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하죠. 한마디로 많은 시간을 직장에 투자한 만큼 피곤하게 살고 바쁘지만 효율은 좋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 통계수치였습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오늘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하겠죠.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옮긴 tvN의 '미생'. '미생(未生)'이라는 제목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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