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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유나의 거리'가 재벌 드라마 보다 좋은 이유 셋

김운경 작가 하면 서민 드라마의 대표 작가고 '유나의 거리' 는 그런 작가의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난 드라마지만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어딘가 모르게 '오래됐다'는 느낌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요즘 사람들인데 그들이 누리고 있는 문화나 감정은 어쩐지 80년대 사람들같다는 이런 말이죠. 극중 30세로 설정된 창만(이희준)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같은 노래는 아무리 리메이크가 여러번 됐어도 80년대 대표곡입니다. 술에 취한 계팔(조희봉)이 부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그렇고 양순(오나라)의 '서울야곡'도 오래된 노래죠. 말이 안되는 설정이라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옛날 냄새가 난다는 뜻입니다. 수십년이 지나도 작가의 드라마 속 서울 서민들은 아주 조금만 변한 것 같습니다. 김운경 작가는 77년..

정도전, 패자 아닌 혁명가로 다시 태어난 정도전

삼봉 정도전이 죽고 난 후 이성계와 이방원에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역사에 관심없는 분들이라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성계는 개국공신들과 동생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태종 이방원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신덕왕후의 유일한 소생인 경순공주를 출가시키고 궁을 떠나버립니다. 그 때문에 보내기만 하면 죽는다는 함흥차사와 태조가 태종을 활을 쏘아 죽이려 했으나 하륜의 조언으로 굵은 기둥을 설치한 덕분에 살았다는 야사가 전해졌습니다. 태종은 늙어서 기운 빠진 아버지를 걱정했다기 보다 이성계가 전국을 떠돌며 민심을 동요시키고 신덕왕후 강씨의 친척이 일으킨 '조사의 난'이 이성계의 반란이란 말까지 나오자 정치적으로 이성계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같습니다. 가족을 가장 경계해야하는 이성계 집안의 비극이 시..

정도전, KBS의 제작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사극

KBS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수신료 인상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동안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드라마가 바로 '정도전'입니다. 드라마 제작사로서 KBS는 다른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극입니다. KBS는 국영방송으로 출발해 '수신료'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타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80년대 사극에 엄청난 공을 들여 드라마 사상 최초로 가체와 대례복을 구현한 MBC가 지금은 국적 불명의 퓨전사극만 제작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제작비 때문입니다. 더불어 수십년 동안 사극을 제작한 오랜 경험이 KBS 사극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모두가 KBS 직원이던 과거와 ..

진짜 '개과천선'이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드라마 '개과천선'과 실제 사건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김명민의 스케줄로 조기종영해야한다는 해명을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 로펌이 얼마나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지 보았던 까닭에 오히려 외압설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직설적인 드라마니까 누군가 빨리 종영하라 압력을 넣은게 아니겠느냐고 말입니다. '개과천선'에서 모티브로 삼은 사건들은 사회적 파장과 충격에 비해 재판 과정이나 결과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만큼 언론에서 사건의 원인과 영향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사건 초기의 뜨거운 관심이 지리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식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과천선'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여러 법정 싸움의 결과를 간략하게 알려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개..

정도전, 태종 이방원과 무덤없는 정도전의 600년 대결

고구려가 멸망한 후 확보한 통일신라의 영토가 조선 보다 좁았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백두산,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삼은 현재의 국경선을 확보한 건 조선 세종 때의 일(4군 6진)입니다. 한때는 거란족이 한때는 여진족이 강성하던 북방을 확보하는 일은 고려, 조선 모두의 논쟁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소위 '북벌(北伐)'은 꼭 필요한 정치적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명나라와의 사대관계가 정착된 이후 뜸해졌고 정도전의 대사대로 여진족이 번성하여 청나라가 세워진 이후 잠시 효종이 북벌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이후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극중에서는 공민왕(김명수), 최영(서인석), 우왕(박진우) 등이 강행한 요동정벌을 정도전 역시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동반도는 세종이 확보한 4군 6진 보다 좀..

정도전, 이방원의 야심 그리고 태조와 정도전의 경복궁 잔치

태조 이성계는 전형적인 무장으로 상당히 체격이 컸습니다. 아들 중에는 젊을 때부터 전쟁터를 따라다닌 이방과(정종)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아 기골이 장대했는데 이방원은 그런 글귀가 보이지 않고 문과에 급제한 것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람이 모든 것에 뛰어날 수는 없으니 이성계가 궁궐의 작명, 각종 제도와 서적 편찬을 정도전에게 맡길 수 밖에 상황이나 정종이 왕위에 욕심내지 않고 이방원에게 자리를 물려준 속사정을 이해할만도 합니다. 적어도 그들은 남에게 맡겨야할 일과 내가 직접 해야할 일의 차이를 알았던 거지요. 어쨌든 함경도 사투리쓰는 태조 이성계(유동근)는 경복궁에 훈신들을 불러모아 흥겨운 연회를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395년 10월 30일의 일입니다. 인간..

'개과천선' 조기 종영, 스케줄 탓이 아니라 생방송 때문이겠지

평소 뉴스에 조금 관심이 있었던 분이라면 드라마 '개과천선'의 모델이 된 로펌이 어딘지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위안부 배상 판결, 론스타의 은행인수와 세금, 재벌 2세의 성폭행, 동양증권 사태, 삼성 허베이스피리트 기름유출사고, 골드만삭스, 키코 사태 등 작게는 재벌가의 스캔들 뒤치닥거리부터 크게는 굵직굵직한 금융 범죄의 뒷마무리까지 - 대한민국의 유명 5대 로펌은 그런 사건에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개과천선'의 차영우 로펌처럼 건물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의 로펌이자 법조계와 전관예우로 긴밀한 관계가 있는 곳, 그 로펌 출신은 반드시 정부 핵심 요직이 된다는 뜻에서 '장관 사관학교'로 불리는 로펌은 우리 나라에서 딱 한곳 김앤장 법률사무소 뿐입니다. 이런 면에서 MBC '개과천선'은 ..

의미있는 KBS 문창극 특종, JTBC 출연한 보람있네

어제 KBS '9시 뉴스'와 JTBC '뉴스9'에서는 주목할만한 두 가지 특종이 보도되었습니다. JTBC에서는 세월호 침몰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에게 해경이 각서를 받아왔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KBS는 신임 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후보의 과거 망언을 보도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신 잠수사 이민섭씨 문제로 '각서'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민간잠수사 신동호씨의 JTBC 인터뷰 내용을 보니 민간잠수사들이 현장에서 작성한 '각서'는 통상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해경의 무능, 이해관계' 때문에 작성한 것이 맞는 듯 합니다. 범대본은 처음에는 각서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나중에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침몰 58일째..

뒤늦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의미하는 것, 해경은 그날 구조를 포기했다

세월호 침몰 55일째. 아직까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숫자는 '다행히' 12명으로 줄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한국 사회가 어떻게든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여객선 침몰 원인과 4월 16일 이후 수상하기만 했던 해경의 태도는 여전히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더욱 세월호 침몰 진상조사와 특검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지난 6월 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2편은 원래 방송 예정이었던 5월 31일 방송되지 못해 한때 외압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윗선에 의해 이번 941회 방송제작이 중단된 이유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일 잘하는 소방방재청 푸대접도 모자라 해체라고?

세월호 침몰 46일째. 어제도 민간잠수사 한 명이 절단 작업중에 사망하셨다고 하더군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누군가는 말로만 안전을 떠들며 자기 몸 사리기 바쁘지만 국민이라면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할 기관이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계획할 동안 현장의 사람들은 사람을 구하는 동시에 윗사람의 지시를 따라야한다는 불합리에 애먹고 있음을 말입니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해군, 해경잠수사들과 민간잠수사들은 목숨을 걸고 수색활동을 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나라의 재난대책은 시스템 자체의 힘이 아닌 소방관같은 특정 직업군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을 전격 해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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