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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좋다 1827

영화 '국제시장'으로 불거진 허지웅 논란을 보며

나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전에 태어나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국제시장'에 등장한 사건들은 아버지에게 할말이 많은 추억거리다. 고향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가면 전쟁 때 피난왔던 북쪽 사람들이 자리잡은 판자촌도 있었다고 했고 건너 마을에는 월남전에 파병갔다 일찍 죽은 사람도 있단다. 뭐 건너건너 아는 어르신들 중에는 독일에 건너갔던 노동자가 있고 누구는 이산가족찾기를 했다니 아마 아버지 또래에겐 그 영화의 소재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과거고 아픔일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식들이나 손자들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오래 하는 경우는 드물다. 판자촌이 뭔지 모르는 손자에게 피난민의 판자촌을 설명할 방법은 별로 없었을테니까. 요즘 포털 뉴스를 읽어보면 이 영화 '국제..

피노키오, 기하명 생각 보다 쉽지 않은 언론에 대한 복수

기자 일이 어려운 건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하나 뿐이라도 그 사실에 숨겨진 '진실'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기사는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이유'도 함께 기술해야한다. 그 이유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편파적인 기사가 되거나 오보가 되기도 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기자의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의 오보로 가족을 잃은 기재명(윤균상) 형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MSC의 송차옥(진경)은 조작된 오보로 기재..

펀치, 검사 박정환의 강력한 펀치는 어딜 향해야 하나

예전에 알던 사람 중에 '펀치'의 이태준(조재현) 검찰총장같은 인물이 있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에서도 그 목적을 향한 순수(?)한 집념이 너무도 강해 그 에너지를 따라갈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많이 비슷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태준처럼 경상도 사투리까지 썼다. 내가 언급한 그 사람은 소꼴을 베러가서 공부를 했다고 했을 만큼 대학교는 커녕 고등학교 조차 다니기 힘든, 그런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고 어느 분야에서 권력의 정점을 찍었다는 점에서도 이태준과 매우 비슷했다. 이태준이 늘 허기진 사람처럼 짜장면을 탐욕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니 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 친한 사람 밥그릇에 올려놓던 그 사람이 저절로 떠올랐다. 권력지향형 인물들 중에는 희한하게 비슷한 타입이..

크리스마스에 기억나는 그 영화 '가위손'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크리스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종교가 없는 까닭도 있겠지만 안 그래도 바쁘고 시끄러운 연말을 요란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놀이 문화라는 것이 술 아니면 노래방이 전부다 보니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이들면서 점점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의 낭만 보다는 눈 때문에 미끄러지고 빙판과 흙탕물로 범벅이 된 길이 불편하단 생각이 더 강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뭔가 설레이고 뭔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어떤 가족들은 선물을 주고 받고 어떤 연인들은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그러는 모습 만큼은 싫지 않았다. 나같으면 모이더라도 좀 더 한가한 곳에서 보다 조용한 시간을 보냈겠지만 말이다(..

늙어가는 공중파와 약진하는 케이블, 종편 - 2014년 드라마 결산[1]

얼마전 KBS가 2015년 프로그램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KBS는 다른 공중파나 종편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인 만큼 각종 공익성 프로그램 편성으로 종종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방송사라는 선입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대개편'에 대한 평가는 일단 그리 좋지 않다. 힐링, 소통, 지적 호기심을 내세운 KBS의 개편 방향이 종편이나 케이블을 의식한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물론 KBS 측은 종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단막극 이외의 연속극을 편성하지 않던 금요일에 '스파이'를 편성한 것이나 낮 시간대에 시사 토크쇼를 편성한 것 등으로 보아 그리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케이블이 금요일에 '갑동이'나 '미생'같은 드라마를 ..

미생, '우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 직장인의 판타지

어릴 때 어른들은 직장생활을 위한 몇가지 충고를 말해주곤 했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고 하기싫은 일도 참고 원만하게 나쁜 사람과도 잘 어울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떤 남자 선배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시키는 커피 접대나 가벼운 성적 농담 정도는 받아넘길 줄 알아야한다는 다소 희한한 조언을 큰소리로 떠들기도 했다. 직장이 학교와는 다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때로 불합리한 관습을 참고 넘겨야하는데 직장이라고 다를까. 나는 뭔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 한편에선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 막연히 그런 기대를 품곤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 2년차에 그 '인생 선배'들의 말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

미생, 오상식을 떠나보낸 장그래가 아직 모르는 것

서른살이 되기전에는 서른살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널리고 경험쌓기가 쉬워진 세상에도 '연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재벌3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이제 겨우 회사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서 최전무(이경영)와 오상식(이성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차장이 단순히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 만을 위해 최전무의 중국 사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듯 최전무 역시 오차장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장그래는 한참 어린 '미생'이라서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오차장이나 최전무나 모두 완생 아닌 ..

김혜자 앞에서는 천하의 손석희도 깍쟁이가 된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JTBC '뉴스룸'에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호세 카레라스, 제이슨 므라즈같은 외국 뮤지션들부터 서태지, 한석규, 염정아같은 한국 연예인들까지 -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출연하는 멤버도 의외지만 기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제 출연한 배우 김혜자도 그랬다. 배우 한석규도 '선배님'이라 깍듯하게 부르는 손석희를 김혜자는 '깍쟁이'로 만들었다. 김혜자와 손석희야 말로 '국민'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알맞는 사람들이지만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좋지 않다는 김혜자는 '국민 앵커'를 손아래 막내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가 어제는 장난꾸러기처럼 보..

펀치, 법조계의 권력을 선택한 박정환의 쓸쓸한 뒷모습

박경수 작가의 '황금의 제국(2013)'은 뻔한 멜로나 화려한 연출없이 최고의 긴장감을 끌어낸 드라마였다. 특히 재벌 가족 간의 암투를 묘사한 끝부분에서는 모든 사건이 등장인물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그 흔한 야외촬영도 몇번 없었는데 극단적으로 이그러지는 캐릭터 간의 갈등 만으로 볼거리가 충분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죽고 재벌의 아내였던 여자는 목숨 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고 치매에 걸렸으며 재벌총수의 동생과 장남, 조카는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재벌의 딸로 태어나 남편도 가족도 모두 버린 여주인공은 홀로 남아 재산을 지키게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들에 재벌가의 재산싸움이 엮여 ..

'하녀들' 스태프 사망, 인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드라마 촬영장

지난 13일 JTBC '하녀들' 연천 촬영장에서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해 '하녀들' 제작 스태프 중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JTBC로서는 이번 스태프 사망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꽃들의 전쟁', '달래 된, 장국' 2013년 촬영중에도 스태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적이 있다. '꽃들의 전쟁'은 조연출이 촬영장으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달래 된, 장국'은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의상팀 스태프 2명이 추돌사고로 사망했다. 이번 '하녀들' 화재 사망사고는 2층에서 일을 하던 스크립터가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세 드라마의 외주 제작사는 모두 '드라마하우스'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제작사로 JTBC의 드라마 대부분을 이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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