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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27

시청자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사극

'동이느님'이란 단어는 얼핏 보면 '동이누나'란 뜻으로 보이기 쉽지만 하느님처럼 전지전능하고 완전무결한 드라마 속 주인공을 비꼬는 말이다. 너무나 착하고 똑똑해서 나쁜 짓을 할 때 조차 그만한 명분이 있는 듯한 동이의 캐릭터는 제작자의 평가가 100프로 반영된 결과다. 시청자가 동이에게 반론을 제기할 여지는 전혀 없다. 이병훈 PD의 MBC 드라마 '동이'는 사서를 벗어난 전개로 시청자의 지적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사서에 어긋났다는 점 보다 숙빈 최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시청자에게 '주입'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가상의 인물을 다수 등장시켜 극적 흥미를 극대화 시키는 연출한 건 좋은데 앞으로 시청자에게 숙빈은 늘 장희빈 보다 뛰어나고 착한 인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극의 껍질을..

드라마와 문화 2010.10.11

'산너머 저쪽'이란 드라마를 아세요?

요즘 이런 드라마를 방송하면 인기는 커녕 교과서적인 전개에 지루하다는 비난이 일 거같단 생각이 든다. 소재가 별로라도 재미있으면 시청할 거라고들 하지만 일단 소재 자체를 진부하게 여길 사람이 더 많을 거란 뜻이다. 불륜과 막장을 오고가는 드라마들을 비난하면서도 단순한 구성의 드라마는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90년대 후반 IMF로 경제가 박살나기 전까지 90년대 일부 먹고 살만해진 중산층의 고민이 드라마 주제가 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그전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여성문제, 차별문제 그리고 신부유층(?)의 양심 문제 등이 드라마 테마로 잡혔고 종종 조금은 우스운 계몽 장면도 연출하곤 했다. 1991년 5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별이네이다. 집 한쪽에 달린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

하와이 수사대 리메이크 열풍을 타고 상륙

물결치는 파도와 뜨거운 태양, 관광객들이 늘 거리를 활보하고 일년 내내 바다가 산호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섬 하와이. 설탕 산업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 미국령으로 있다가 1959년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Hawaii Five-O라는 제목은 하와이 주지사의 가상 직속 기관으로 미국 50번째 주의 수사팀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하와이 수사대'의 원작은 1968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에서 온 바보들이 하와이 사정도 모르면서 설친다라는 식의 설정이 많았다. 그런 현지 사정 덕에 실제 하와이 본토에서 18년간 형사 생활을 했던 인물을 친호 켈리 역으로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박이 맡은 코노 칼라카와가 현지인으로 묘사되듯 원작도 그랬다(리메이크는 날씬하고 날렵한 아가씨지만 원작..

AMC의 새 좀비물 The Walking Dead 트레일러

명작 채널, 오리지널 시리즈는 자주 만들지 않는 AMC에서 좀비물을 올해 내놓습니다. 10월 31일 방영되기로 되어 있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죠. 원래 있던 코믹북을 드라마 시리즈로 옮겼기 때문에 좀비물을 좋아하시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인가 봅니다. 평소 좀비물은 자주 보지도 않았고, 강풀님의 순정만화 '당신의 순간'을 먼저 본 지라 '갑자기 온 세상이 좀비 천지가 되었다'라는 이 드라마 컨셉이 익숙하면서도 좀 끔찍했습니다. 슬래셔 무비나, 공포물 취향이 전혀 아니거든요. 인기있던 코믹북이었다고 하니 기대에 부흥하는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거 같습니다. 이번 트레일러는 지난 번 것 보다 많이 짧군요. 지난 번엔 어떤 과정으로 좀비를 마주치게 되었는 지를 묘사했기 때문에 꽤 긴 트..

진짜 니키타는 20년전에 은퇴했다

( 네 편 모두에 대한 스포일러가 또 있습니다 ) 8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바보같은' 유행 중 하나가 유럽 영화를 미국 버전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이었다. 원작의 멋진 장면도 살리고 싶고, 헐리우드의 자극적인 '쇼'도 유지하고 싶고, 또 미국의 자체 사정을 반영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의 영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꽤 괜찮은 액션 영화였던 프랑스 원작 니키타는 2010 방영 중인 CW 버전이 3번째 리메이크다. 1990년 개봉된 영화 Nikita(프랑스에서는 La Femme Nikita)와 1993년 개봉된 영화 Point of No Return(또는 The Assassin)은 몇가지 세세한 부분 만 달리 했을 뿐 동일한 내용이다. 암살자. 스파이로 훈련받고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니키타가 사랑에 빠지..

아라비아의 로렌스, 푸른 눈의 피터 오툴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안소니 퀸의 정말 아랍인같은 아저씨 행색과 강렬한 인상으로 눈빛이 형형하던 오마 샤리프, 그리고 눈부신 하얀 옷을 입은 푸른 눈의 피터 오툴이었다. 로렌스라는 주인공이 사막에서 이루고자 했던 뜻도 그들의 상황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배우의 푸른 눈 만은 선명하게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가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62년 영화였으니 아직까지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피터 오툴(Peter O'Toole)은 평생을 영화와 함께 늙어온 셈이다. 그리고 그만큼 그의 외모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계속 그를 드라마와 영화에서 접해 왔음에도 로렌스 역할을 했던 배우란 점을 알지 못 했다. 물론 말많은 영화 칼리쿨라(Cal..

Lost Girl, 서큐버스 타입의 페이족

( 시청 전에 읽으면 당연히 스포일러입니다 + 19금 ) 이 드라마는 TV 상에 Fae란 비밀 종족을 새로 만들어냈다. 뱀파이어가 유행할 땐 그 종족에 열광하고 V는 외계인들을 출연시키게 했으니 닳고 닳은 새 종족의 출현이 식상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여주인공은 서큐버스라 부를 수 있는 종류란다. 드라마에 서큐버스가 구현된 적은 거의 없으니 일단 흥미가 간다. 첫 등장에 허기진듯 남자를 빨아먹는 여주인공의 무서움을 직접 본(비록 비몽사몽 간에 제 한몸 간수 못하는 상태였지만) 켄지는 여주인공 보 존스(Bo Jones)에게 당신이 혹 악마나 외계인 또는 뱀파이어가 아니냐고 묻는다. 재미있다는 듯 추궁하는 켄지에게 보는 자신도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같은 종족..

보드워크 엠파이어, 금주령과 함께 흥하다

이건 미국의 전설적인 갱스터 이야기다. 공화당과 손잡고 아틀란타 시티를 배후 조정한 범죄자, 그리고 여성들과 시민들에겐 존경받았다고 전해지는 정치적인 인물. 이미 갱스터로 성공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드물지만, 폭행과 부정을 사주하는 우두머리 역이다. 이 드라마에 주목한 이유는 첫째,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스티븐 부세미가 출연하고, 둘째, 드라마 제작자가 배우 마크 윌버그, 셋째, 무엇보다 내가 시대극을 몹시 좋아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배역으론 따라올 자가 없는 배우에 애쉬튼 커쳐 보단 투자할 드라마를 잘 고른 것같은 마크 윌버그의 능력이 궁금하다. 첫 파일럿의 감독은 누구나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마틴 스콜세지이고 극본가는 소프라노스로 유명한 테렌스 윈..

The Event는 퍼즐 맞추기 드라마

( 방영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 있으므로 주의 ) 사전에 경고하자면 이 드라마의 파일럿은 순차적인 진행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같은 사건을 출연진에 따라 재구성해 보여주기 때문에 대충 시청할 땐 놓치는 포인트가 생기기 쉽다. 물론 친절한 드라마에 의해 언젠가는 그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겠지만 기본 출연진이 7명이 넘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 최소한 2-3번 이상 반복되는 셈이다. 제작자로서는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미리 모든 것을 구성해놓고 재배열해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인지 모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그것에 퍼즐 맞추기 작업처럼 되어버린다.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 지 파악하려면 끝까지 봐야만 한다. 이 점이 흥미를 끄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이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 ..

나는 미드 '니키타', 원작을 이제 잊어줘

첫 방영을 보고 여주인공 매기 큐가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만한 멋진 배우란 생각을 했다. 쭉 뻗고 걷기만 해도 매력적인 그 여배우가 액션신도 대역없이 찍는다기에 '오~'하는 감정이 들었다. 한때 다니엘 헤니의 애인이었단 루머가 있었다길래 헤니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첫방영 대략 만족, 그러나 이거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껄끄러운 기분은 원작 영화 때문이다. 몇번쯤 리메이크된 영화 니키타, 역시나 드라마 제작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IMDB를 뒤져 보니 니키타(Nikita) 배역은 이번이 네번째, 그 중 한 사람은 그 유명한 브리짓 폰다였다. 하긴 워낙 오래된 프랑스 영화이니 그 느낌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드물지 않을까. 네 편의 모티브는 모두 같다. 스트리트 키드로 자라 죽을 위..

언젠가 '글리제581g'에서 SF를 찍자

"평화로운 행성 아틀란티스에 어느 날 한 무리의 함대가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이 머나먼 우주 태양계의 지구라는 별에서 왔음을 밝히고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다니고 있노라 말한다. 그들은 지구보다 약간 어둡 공전주기도 길지만 생존 조건은 비슷한 이 행성의 이름이 지구에서 사라진 옛 대륙의 이름인 '아틀란티스'인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아틀란티스의 사람들 역시 신화에 적힌대로 자신들의 기원은 '테라(Terra, 지구)'라며 놀란다. 먼 옛날 놀랄 만한 문명을 가졌던 테라인들, 대륙이 사라지고 재앙이 닥쳐 멸망의 위기에 처한 테라인들은 한 대의 우주선에 몸을 싣고 정처없이 우주를 떠돈다. 그들은 지구 보다 빛이 어둡지만 공기와 물이 있는 이 행성에 정착했지만 그들의 우주선은 오랜 여행에 곧 파괴되고 만다...

가치관의 충돌이 돋보이는 영화 '하녀'

( 1960년 '하녀'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최근 영화제에 '다녀왔다'는 다른 감독의 동명 영화는 본 적 없고(아마 앞으로도 보지 않을 거 같다), 원작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조금은 생소한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자세한 날짜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꽤 오래전 '흙'을 비롯한 김기영 감독의 여러 영화를 본 기억이 있지만, 이 영화는 볼 수 없었다. '비내린다'는 표현이 딱 알맞은 흑백 영화의 무게가 더욱 낯선 느낌을 도드라지게 한다. 흥미로운 건 1960년에 발표된 '낡은' 이 영화가 꼼꼼한 짜임새로 무리없이 시선을 붙잡아둔다는 것이고, 극 중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가치관이 제법 '현대적'이란 사실이다. 새삼스레 김기영 감독이 이 '하녀'란 소재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법 많은 ..

스포츠 치어리딩의 세계, 미드 헬캣

이 드라마는 딱히 내 취향이라 말하긴 힘들다. 더군다나 10대를 겨냥한 것같은 부유층, 유치찬란(?) 로맨스가 주종을 이루는 CW 채널에서 뭔가 전문적인 어떤 드라마를 기대할 만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시각적으로 '볼만한' 것이 아닐까 시청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법학 전공이지만 장학금이 필요해 대학 치어리딩팀에 들어간 여주인공. 금발에 섹시한 그녀 만큼이나 날렵하고 섹시한 다른 주인공들, 그리고 당연히 그녀 주변을 (마치 잘 단장된 장식품처럼) 차지하고 있는 체격 좋은 젊은 남성들. 이런 선입견처럼 주인공의 치어리딩에 대한 첫인상도 별로 다르지않다. Hellcat이란 단어는 '말괄량이, 독한 여자, 마녀' 같은 뜻이 있다던데 과연 이 마녀들은 무얼 보여줄까? 헬캣의 기본구조는 법학전공과 헬캣 사이에서 선택..

장희빈과 앤불린의 공통점

장옥정이 사약받고 죽는 장면을 벌써 몇번째 보는 지 모르겠다. TV 드라마판 장희빈은 이번이 다섯번째가 넘으니 영화까지 치면 수없이 사약을 받은 여성. 사료가 남은 인물 중 이 정도로 파란만장한 여인은 장희빈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되지 않은 80년대까지는 사씨남정기를 비롯한 인현왕후전, 혹은 야사를 기반으로 묘사되어 좀 억울할 정도로 악독하게 표현된 감이 없잖아 있다. 영국 역사에도 장희빈에 비유될 만큼 파란만장한 여성이 있는데 바로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불린이다. 숙종과 헨리 8세의 공통점은 수없이 많은 여자를 갈아치운 인물들이란 점이고, 상당히 강력한 왕권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상황이나 권력의 차이는 있지만 핑계를 대 쫓아낸 부인이 있다는 점과 직접 죽인 부인이 있다는 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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