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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27

7급공무원, 간만에 보는 좋은 각본과 매력적인 캐릭터

요즘 국정원 때문에 정치권이 시끄러워 그런지 '국정원'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에 눈길이 가긴 하더군요. 국정원이면 극중 김서원(최강희) 아버지 김판석(이한위)의 말대로 옛날 '안기부' 아닙니까. 간첩 잡는 곳이니 도무지 장난을 칠래도 칠 수가 없는 대상인데다 20-30년전만 해도 말 한번 잘못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서 남산 칠성판 위에 눕게 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뭐 물론 요새는 국정원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김원석(안내상)의 에피소드처럼 장난전화 거는 사람도 많이 늘었나 본데 '안기부'의 악명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은 간떨려서 그런 장난 못칠 겁니다. 그런 국정원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찍는다니 이거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희한한 드라마가 나올 거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스파이 ..

TV 속 아이들과 '아무도 몰랐던' 반지하방의 아이들

며칠전 한 포털에서 어이없는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 아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섯살 박민하 어린이가 동갑내기 문메이슨과의 '열애설'을 해명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으로 다섯살인 어린이들에게 '열애설'을 엮었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걸 또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그냥 친구'라며 해명하게 했다는 것도 기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웃자고 하는' 일에 어린아이들까지 동원한다는게 못마땅 하더군요. 대본에 있던 내용일테고 가짜인 거 뻔히 아는 상황이지만 성인들이나 하는 '해명놀이'에 아이들을 끼워넣어서 탐탁치도 않았구요. 더군다나 KBS의 '해피투게더'는 방송에서 보는 것 보다 촬영 시간이 꽤 길다고 알고 있습니다. 행여 장시간 촬영을 했거나 야간 촬영을 한 것은 아닐까 싶어 보기 좋지 않더군요. 박찬민 ..

마의, 백광현의 시술이 허황되다고 단정하기전에

드라마 '마의'에서 언급된 '치종지남'의 저자 임언국은 일본 의학사학자인 미키 사카에가 '근대 외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앙브루아즈 파레(Ambroise Pare, 1510-1590)에 비견하며 극찬한 인물입니다. '동의보감' 허준은 알아도 '십자형 절개'로 유명한 임언국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술을 익혔다는 임언국의 외과술이 조명받지 못한 건 유교 중심의 조선이 외과술을 등한시한 편이기도 하지만 그의 저서인 '치종지남'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빼았긴 탓도 큽니다. 그러나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말로 몸에 칼을 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 문화에도 불구하고 한방 외과술 역시 한방의 한분야로 발달해왔습니다. 그 기록이 적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마의, 예사롭지 않은 현종의 의료정책 고민

우리 나라 역사 중에는 자료의 유실 때문에 후손들에게는 공백으로 느껴지는 시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풍습이나 문화 중에는 조선의 유교적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를 삭제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동의보감', '향약집성방'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의학서적으로 분류되는 '의방유취'는 각종 의학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은 종합사전격 의서로 임진왜란 때 일본에 약탈되어 254권 만이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보관하고 있는 '의방유취'는 1876년 강화도 조약 때 일본에서 받은 것입니다. 유교 중심의 조선에서 '의학'은 잡학으로 취급받아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나마 의학도 왕실 중심이라 크게 내세울만한 '대민의료정책'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조선 ..

'청담동 앨리스'가 새로 쓴 신데렐라 드라마의 공식

한국 시청자들은 유난히 '새드엔딩' 보다는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영화에서 자주 보던 촌스럽고 작위적인 '헐리우드 해피엔딩'에 익숙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워낙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TV 드라마까지 우울한 것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지식이 필요한 특수 장르 드라마 보다 통속극이 인기있는 까닭도 그 때문이라고 하죠. 덕분에 모든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나름의 공식이 있고 어떤 반전과 기발함으로 그 뻔한 해피엔딩을 연출하느냐가 시청률을 좌우하는 요령이라 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새드엔딩'이 싫으면서도 완벽한 '해피엔딩'도 뭔가 씁쓸합니다. 재벌 2세와 사랑 밖에 모르는 캔디 여주인공의 결합은 행복해 보이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가..

청담동앨리스, 차승조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아들이었다

TV 속 로맨틱 코메디에는 수많은 재벌 후계자들이 등장합니다. '청담동 앨리스'의 찌질한 재벌 후계자 장띠엘샤(박시후)도 그동안 다른 '로코물'에서 보던 재벌 2세들처럼 적당히 매력있고 비현실적인 그런 캐릭터였습니다. 차승조는 프랑스에서 자수성가했다며 자신이 아르테미스 한국지사 회장이 된 건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했고 아르테미스의 가방이 비싸도 사겠다고 덤비는 여성들을 조롱하곤 했습니다. 차승조는 알고 보니 애정결핍증에 걸린, 사랑이라는 환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남달랐습니다. 우리가 알던 현실 속 재벌 아들들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속에서 마주 치는 재벌 후계자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요즘은 '은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서민들과의 갭이 엄청납니다..

청담동앨리스, '이상한 나라'로 현실도피하는 우리들의 모습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사회풍자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하트퀸'이 그렇습니다. 정원을 관리하는 트럼프 병사들은 그녀가 빨간 장미를 심으라 한 곳에 실수로 흰장미를 심자 흰장미에 빨간 칠을 하다 여왕에게 들킵니다. 입버릇처럼 참수를 명하는 여왕은 정원사들을 곧장 참수시킵니다. 여왕은 살아있는 홍학과 고슴도치로 크로켓 경기를 하고 트럼프 병사들이 만든 골대는 여왕이 친 공 즉 고슴도치를 골대 안에 넣으려 알아서 움직입니다. '하트퀸'은 절대권력자를 상징하는 역할이라 남들 보다 머리가 크고 기이하게 생겼죠. '청담동 앨리스'는 '청담동'이라는 부자 세계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에 빗대 설정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청담동'의 하트퀸일까요. 계약직 한세경(문근영)의 ..

2013년 사극 열풍, 사극이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나라 드라마 제작 관행 중 최악은 인기 아이템을 재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외로 많은 팬들이 80년대를 드라마의 황금시대라 평가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작환경은 열악했고 자본 문제로 스케일이 큰 드라마 제작은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그때 다양한 방향의 제작 시도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2013년까지도 활약중인 김종학, 이병훈 PD들은 그때 드라마 제작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특히 시리즈 분기별로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제작했던 '조선왕조오백년'같은 사극은 퓨전사극이 범람하는 요즘은 보기 힘든 연대기식 사극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드라마들은 장르가 다양해진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극은 역사와 전혀 상관없는 판타지극이 대세고..

마의, 백광현 여복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원래 드라마 속 잠행을 나온 현종(한상진)의 의료정책 고민에 와닿는 부분이 많아 관계된 포스팅을 하려 했었는데 백광현(조승우)이 환자를 살리는 모습이 흥미로워 방향을 바꾸고 말았네요. 현종은 백광현이 자신을 살려준 은인임에도 고주만(이순재)의 뇌수술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하려 합니다. 생명의 은인을 그리 처결한다며 현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도 봤지만 당시 조선의 분위기를 봐서는 사람을 살린다고 해서 무조건 용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 맞습니다. 굿하고 치성하는 무속 신앙이 사람을 고친다고 그것을 장려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드라마 속 백광현이 아닌 실존인물 백광현도 외과술로 사람을 죽게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현대같으면 환자가 동의하고 살리기위한 시도를 생각해 용서했겠으나 조선시대에는 외..

'장닭' 정명현의 죽음과 어린 연예인들에 대한 우려

우선 20여년전 반강제로 은퇴해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닌 정명현씨를 언급해야하는지 꽤 많이 망설였습니다. 1993년 정명현씨의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이 어떤 방송출연도 없었으니 사실상 연예인이라고 하긴 힘든 사람입니다. 2011년 사망했음에도 언론보도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사망원인이나 과거 어떤 이유로 활동중단을 당했는지 정확하게 적는 것 조차 불편한 일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포스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개인적으로 어린 연예인들의 도를 넘는 방송활동을 반대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명현씨의 범죄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중죄였습니다. 한번 실패하면 제 2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우리 나라에서 딱히 연예인이 아니라도 그 정도 죄면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

청담동앨리스, 진짜 앨리스는 한세경이 아닌 차승조 아닐까

흔히 상식과 기준에 맞지 않는 세계와 접했을 때 '이상한 나라'에 왔다고 표현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몸이 커졌다 작아지고 트럼프들이 움직이는 정말 '이상한 나라'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앨리스 입장에서는 사람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으니 그 세계가 이상한 것입니다. 반면 '이상한 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시계토끼가 뛰어다니고 하트퀸이 참수 명령을 내리고 체셔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일이 그 나라의 질서에 맞습니다. '앨리스'가 이상한 사람일 뿐이지요. '청담동 앨리스'는 청담동이라는 이상한 나라와 마주친 신데렐라 한세경(문근영)의 이야기입니다. 돈없고 비전없는 남친과 노력하며 살아보려 했지만 취업도 결혼도 출..

백년의유산, 선우선 '내조의 여왕' 그 배우인줄 몰랐어

어제 방영된 KBS '사랑과 전쟁'은 말 그대로 공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한 시어머니가 두 며느리를 함부로 대하자 며느리 둘 모두가 그 스트레스로 암에 걸리고 맙니다. 결국 큰 며느리는 죽고 작은 며느리도 갑상선암에 걸려 남편에게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죽어가는 큰 며느리 앞에서 아들에게 재혼하라고 하는 등 악랄한 행동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더군요. 시청자들은 '사랑과 전쟁'이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컨셉 때문에 더욱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MBC '백년의 유산' 속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는 '시어머니의 전설'을 모두 모아모아 만든 듯한 캐릭터입니다. 물론 전통과 인간미를 중시하는 채원(유진)의 ..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쌈박한 맛이 없네

요즘은 시청률 20% 넘는 드라마가 드물다고 합니다. 공중파 방송 3사를 비롯해 종편, 케이블까지 시청률 경쟁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소위 '막장' 소재를 선택해서라도 시청률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방송사의 몸부림이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갑니다. '드라마의 제왕'에서 묘사된 것처럼 드라마는 미리 투자받는 영화와는 다르게 순간순간 시청률이 광고를 투자받는 또다른 수단이 됩니다. '돈되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제작자와 방송국도 '먹고 살 수'가 있으니 시청률 20%가 아니라 15%라도 확보해보자는 그들의 몸부림이 납득이 아예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병훈 PD의 월화드라마 '마의'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호평을 받는 '학교'나 '드라마의 제왕'을 제치고 계속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기 ..

전우치, 언론이 죽어버린 시대의 영웅 우울하고 칙칙할 수 밖에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의적에 환호하는 이유는 별것 아닙니다. 의적은 왕과 신하들에게는 기를 쓰고 잡으려 하는 도둑이지만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부정하게 모아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기행으로 팍팍한 세상살이에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의적들이 부패한자들의 재산을 모두 빼앗아 나누어줄 수도 없고 또 의적으로 인해 가진자와 못가진자, 강자와 약자로 나뉜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의적인 체하며 자기 이속만 챙긴 도둑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지만 '큰 도둑'의 재물을 훔친다며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속시원하게 웃을 수 있어서 좋은 것입니다. 물론 그 의적들 중에는 불합리한 세상을 뒤엎자며 무리를 이루었던 사람들도 있고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의 개혁을 추구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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