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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드라마가 드라마에게 질문하다

매주 주말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드라마 '다섯손가락'과 '메이퀸'은 시청률을 겨루는 경쟁작이지만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같은 상품의 PPL을 두 드라마 모두 협찬받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같은 핸드폰이나 태블릿 PC를 쓰며 같은 방법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냉장고와 화장품을 쓰기도 합니다. 특히 '다섯손가락'의 주인공 채영랑(채시라)는 그동안 괴롭혔던 의붓아들이 자신의 친아들임이 밝혀진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정성들여 고가의 화장품을 바릅니다. 결정적으로 유사한 장면은 '냉장고'를 열어 물건을 꺼내는 장면인데 '다섯손가락'의 나계화(차화연)는 유지호에게 곰탕을 가져다 주러 냉장고를 여는 시간에 공을 들이고 '메이퀸'의 이금희(양미경)..

메이퀸, 드디어 밝혀진 금희의 비밀 장도현의 몰락 시작되나

한 남자가 사랑하던 여자를 버리고 돈많은 여자와 결혼하는 이야기. 요즘도 그런 '이수일과 심순애'식 신파극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만 성공과 출세에 집착하던 과거에는 유난히 그런 사연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6.25 전쟁 직후나 산업화 시기에는 배곫고 천대받는 처지가 싫어 그런 결혼으로 '신분'을 탈출하려던 사람이 더 많았는지 모르죠. 드라마 '메이퀸'에서는 연인을 버리고 성공을 위한 결혼을 했다가 다시 사랑하는 여자를 찾는 한 남자 이야기가 극중 인물들이 갈등하는 근본 이유가 됩니다. 죄많은 장도현(이덕화)과 이금희(양미경)의 사랑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가슴아픈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메이퀸'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에는 '금희의 비밀'이란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한때 금희의 시동생이었던 ..

'보고 싶다'의 성폭행 장면 논란 씁쓸한 이유

80년대에는 TV 드라마에서 적나라한 성폭행 장면이 연출되곤 했었지만 최근에는 성폭행을 드라마 소재로 삼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선정적인 베드신이나 노출 장면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있어도 성폭행은 시청자들의 불쾌한 감정을 자극시키는 경우가 많아 되도록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흡연 장면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 대상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은 완전히 사라졌고 성폭행 상황을 직접 묘사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습니다. 지난 10월엔 아동 성폭행 장면을 재연했다는 이유로 종편방송에 제재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어보니 MBC에서 수목에 방영중인 드라마 '보고싶다'가 그 금기를 깨트린 모양입니다. 성폭행 그것도 미성년자인 여중생의..

민중사극 '마의'는 왜 백광현을 선택했을까

최근 여러 문제로 구설에 오른 방송국 MBC도 '드라마 왕국'이란 별칭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MBC 사극 불패신화를 만든 이병훈 PD와 '여명의 눈동자(1991)'를 만든 김종학 등 색깔있는 여러 연출자들이 대활약하였고 임충과 신봉승, 김수현을 비롯한 작가들도 그 시기에 MBC에서 이름을 떨치던 사람들입니다. 주제와 형식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드라마가 그때 제작되었는데 실험적 성격의 사이코 드라마, 수사극, 연대기 사극, 매주 한편씩 방영된 단막극들은 지금 봐도 놀라운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드라마의 제왕'이 아니라 '드라마의 전설'이 80년대에 태어난 것입니다. 제가 그중에서 '마의'의 이병훈 PD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바로 '민중사극'을 흥행시킨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의, 숙휘공주 불행했던 공주들의 역사를 새로 써라

조선 왕실의 공주들은 어떤 의미에선 골치덩어리였습니다. 귀한 핏줄이나 물려받은 작위는 공주나 옹주라는 호칭 뿐 별다른 특권도 없고 왕실에 적극적으로 간섭도 못하면서 각종 역모 사건이 발생하면 줄줄이 엮여가기 좋은 위치였습니다. 아무리 공주의 남편이 관직에 오를 수 없어도 역모에 연루된 왕족과 가까이 지냈단 이유로도 충분히 처벌받을 빌미가 되었습니다. 공주의 남편과 시댁은 아내나 며느리가 아닌 상전을 모신 셈이라 불편해했고 관직에 나가지 못해 허송세월하는 부마들은 바람을 피워 공주들의 속을 썩였습니다. 거기다 공주가 죽으면 정실 부인을 얻을 수 없었죠. '마의'에 등장하는 숙휘공주(김소은)의 모습을 보면 불행하게 살았던 진짜 효종의 딸들이 떠올라 씁쓸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숙휘 하나 만이라도 행복하..

복수극의 재미는 갈 때까지 가는 맛이다?

드라마의 본질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실험성을 존중하는 문학 소설이나 문예물과는 다르게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아야하고 시청자들이 환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취향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받는 매체가 바로 '드라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 속 이야기들은 통속적입니다. 그래서 삼각관계에 출생의 비밀에 권선징악적인 교훈, 속물적 호기심 등 보편적인 욕망을 망라하는 드라마가 많습니다. '막장'이라고 욕하면서 보는게 아니라 익숙해서 본다는 말이 맞는 말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던 '드라마'는 단순했습니다. 판소리 '심청가'는 효심이 깊은 착한 사람에게 복이 찾아온다는 내용이고 '춘향전' 역시 지조를 지킨 한 아가씨의 신분상승 판타지였고 '콩쥐팥쥐'는 신데렐라..

아들녀석들, 며느리에게 자신의 삶을 강요하는 시어머니

어제 포털 사이트 기사를 읽다 보니 '아줌마들은 왜 파마를 하나요'라는 내용의 글이 있더군요. 그 글에서 모델로 삼은 사진이 바로 '아들녀석들'의 나문희였습니다. 그 사진은 '장미빛 인생(2005)'에 출연할 때의 사진이었지만 나문희씨와 곱슬거리는 '파마'머리는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젊은 여자들은 돈주고 하래도 싫어하는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아줌마들은 왜 좋아할까요. 글쓴이는 그 이유를 나이들어 푸석거리고 숱도 적어진 머리를 볼륨감있게 보이도록 해주는데다 별다른 손질이 필요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아줌마 파마'를 할 나이가 된 걸 알고 낯설어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처녀적 '엄마' 사진은 긴 생머리에 미니스커트 차림이었습니다. 결혼하고 한동안은 긴 생머리를 ..

시청률 일등공신, '명품 아역'이 아니라 '공동 주연'이다

요즘은 '아역 배우'란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연기가 뛰어난 어린 배우들이 많습니다. 20, 30년전만 해도 아역은 '간난이(1983)'나 '몽실언니(1990)'같은, 아이들이 주연인 일부 드라마를 제외하면 드라마의 구색을 맞추는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아역'하면 어딘가 모르게 풋풋하고 미숙한 그런 출연자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천재 아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아역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성인이 되기 전 시청자들에게 잊혀지곤 했습니다. '간난이'의 김수양과 김수용은 한동안 TV 활동이 전무했고 '몽실언니'의 임은지는 그뒤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최근 '명품 아역'으로 손꼽히는 배우 노영학이 '아역과 배우를 왜 나누는 지 지금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

마의, 의생이 되는 백광현 드라마 골든타임이 엿보인다

마의에게 사람을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건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동물의 가죽이 두꺼워 굵은 침이 필요하듯 사람과 동물은 시술 방법이 꽤 다릅니다. 동물을 기준으로 처치했다간 큰일이 나기 때문에 조선 시대가 아니라도 수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 다급한 상황에서 마의 백광현이 침을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그런 백광현이 처벌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괘씸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감히 마의가 인의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발고하게 한 것입니다. 드라마 '마의'의 백광현이 처한 상황은 현대의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떠오르게 합니다. 그 법은 자격 조건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

마의, 숙휘공주 지녕 신분이 너무 높아 가슴 아픈 그녀들

방영 내내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면서도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뻔하고 구태의연한 전개인데도 참신하다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이병훈 PD의 '마의'는 그동안 만들어진 '이병훈 사극'의 특징을 모두 답습하고 있는데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다 매력덩어리 숙휘공주(김소은)와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동물연기자들 덕분입니다. 역사적 상식 마저 깨고 싶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숙휘공주나 물그릇을 앞에 두고 '발연기'를 펼치는 고양이 달이나 모두 '마의'의 최고 화제거리입니다. 어제는 드디어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인의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사암도인(주진모)에게 혈자리를 배우고 최고의 마의로 활약한 분량이 어찌 보면 너무 짧은 것같아 아쉽습니다. 고주만(이순재)의 제..

내사랑나비부인, 우스꽝스런 복수극 그리고 김영애 염정아의 고부갈등 제 2라운드

복수극의 묘미는 속시원한 응징에 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권선징악에 대한 욕망은 변함이 없는지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해지는 결말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 복수의 이유가 타당하지 못하거나 방법이 적절하지 못할 때는 속시원하다기 보단 코믹하다는 기분이 들고 때로는 '응징' 당하는 사람이 불쌍하단 생각 마저 들기 마련입니다. '내사랑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윤설아(윤세아)가 남나비(염정아)에게 왜 그렇게 끔찍한 복수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도 한 오페라 '나비부인'은 거짓사랑에 속아 우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비극입니다. 미군장교에게 버림받은 일본인 여성이 자살한다는 내용을 비틀어 돈에 울고 ..

메이퀸, 해주와 이별한 창희 왜 악마가 되기로 했을까

과거에는 드라마의 소설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곤 했습니다. 드라마나 연극의 대본인 희곡과 소설을 분리하기는 했습니다만 드라마도 한편의 글이라는 관점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아직까지도 활약중인 김수현 작가입니다. 그의 드라마가 취향에 맞지 않다는 사람들은 있어도 전체적으론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김수현이 그만큼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뜻이겠지요. 요즘은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듯한 대본, 쪽대본이 많다 보니 그런 소설적인 연출이 더욱 아쉬운 것 같습니다. 드라마 '메이퀸'이나 '다섯손가락'는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를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전체 구조가 두드러지지 않는 편입니다. '다섯손가락'은 아들인 줄도 모르고..

보여주는 것은 많은데 볼 것 없는 '대풍수' 지성의 사극징크스?

우리 나라 사람들끼리야 저 배우 '발연기'다 '정말 연기 못한다'며 흉을 봅니다만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 배우들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도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유는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드라마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70년대 초기 TV 드라마가 생방송 드라마였다는 걸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드라마 방송을 진행하려니 연기자의 능력이 무엇 보다 중요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에 투자되는 자본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어 연기자들의 연기 만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두는 멜로물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소위 '막장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열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전혀 이해하기 힘든 불합리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신들린듯 연기하는 연기파 배우들..

마의, 숙휘공주 때문에 사극인 걸 자꾸 잊어버리네

고려 후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에서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거의 빠지지 않는 주인공들입니다. 삼국 시대 드라마를 만들었다 하면 선덕여왕이나 김유신 이야기가 거의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극의 절대 다수는 숙종 시기를 전후해서 만들어집니다. 몇년새 수없이 많은 사극이 많들어졌고 또 사람들을 감동시킨 대작이 다수 탄생했습니다만 대부분은 사람들에게 잘 알고 익숙한 시기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 참신한 사극은 흔치 않습니다. 사서를 기반으로 역사 속 인물을 재해석했느냐 아니냐는 드라마를 많은 부분 바꿔놓기도 합니다. 내년에 김태희 주연의 또다른 '장희빈'이 만들집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 알고 있는 드라마 속 장희빈은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되기 전과 후로 그 평가가 달라진 대표적 인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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