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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문화 읽기 123

우리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안타까운 이유

저는 기본적으로 '막장 드라마'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성인용 오락거리도 존재하는 만큼 막장 드라마도 필요한 장르라는 걸 인정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TV 드라마 편성표가 '막장'으로 채워지는 건 반대하는 겁니다. '막장 드라마'는 음식으로 치면 인공조미료를 많이 쓴 자극적인 인스턴트 푸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첫맛은 특이하고 맛있다고 느껴지지만 먹을수록 몸에 좋지 않고 나중에는 물리는 음식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무엇에 처음에는 짜릿함을 느끼지만 나중에는 더욱 자극적인 걸 찾게 되고 웬만한 자극에는 쉽게 무뎌지곤 합니다. 전쟁을 잘 모르던 과거 사람들은 칼싸움을 흉내낸 사당패의 놀이만 봐도 재미있다며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액션으로는 관객들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황정음 만큼 '작품보는 눈'이 좋은 배우 이다희

황정음이란 '배우'를 처음 기억하게 된 드라마는 '내 마음이 들리니(2011)'입니다. 물론 그 이전해에도 '자이언트'에서 주상욱과의 커플신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황정음이 한 명의 배우로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골랐다 싶었던 첫작품이 '내 마음이 들리니' 였습니다. 김재원의 따뜻한 눈빛과 남궁민민의 물기어린 눈빛을 받던 여주인공 역이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당시 연기력 문제로 지적받던 황정음이 자신의 단점을 가장 잘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를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치정과 불륜으로 얽힌 복잡한 내용이었지만 주연배우들의 호소력있는 연기로 그 해 어떤 드라마 보다 서정적인 드라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황정음은 더이상 신인연기자가 아닌 '작품 고르는 눈이 좋은 배우'란 평..

MBC 임성한 노이즈 마케팅 결과에 만족하나?

혼자서 외지 생활을 오래 하면 TV와 가까이 할 시간이 늘어나더군요. 늦은 시간 퇴근하고 돌아와 조용한 방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뭔가 사람사는 집같지 않고 썰렁한데 시간이 늦어 누굴 만나기는 부담스러울 때 TV 만큼 좋은 도구가 없습니다. 집이 너무 조용하니까 저녁먹고 씻고 청소하고 쉬는 시간 내내 TV를 켜놓고 생활하는 패턴에 익숙해집니다. 딱히 TV를 '시청'한다기 보다 TV 소리가 일종의 생활 배경음이 되고 집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음이 되고 그랬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도 많은 가정에서 TV는 그런 역할을 하죠. 제가 시청률을 신통치 않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도 TV를 시청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 시청률 하나에 배우와 작가의 몸값이 달라지고 엄청..

주말극 '황금무지개' MBC 자기 복제의 결정판

방송국에서 사극이나 막장 드라마를 자주 제작하는 이유는 고정적인 시청률 확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사극은 사극 자체를 좋아하는 고정 팬이 있어 오죽하면 '사극 불패 신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포맷 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막 나가냐'며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생각없이 보기엔 딱 좋으니까 궁금하니까 보게 된다는 거죠.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던 통속극은 10년 뒤에도 유사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막무가내 복수극의 대표작인 '아내의 유혹(2006)' 타입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이런 '우려먹기' 현상이 물론 우리 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드라마는 인기있는 드라마를 5시즌, 10시즌까지 제작하다 보니 한 배우..

역사인식 한계를 드러낸 '기황후' 배우들, 글로벌 참 좋아하네

소위 글로벌한 역사관을 강조하며 백범 김구 선생이 객관적인 관점에서 '테러범'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얼마전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으로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항일테러활동을 시작했다'는 김구 선생에 대한 묘사가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펼친 김구 선생의 행적을 '테러'로 일축한 그들의 '글로벌한' 역사관이 정말 세계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담은 역사관일까 요? 물론 아닙니다. 세상 어느 나라도 나치 독일의 입장을 고려해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활동을 테러라 부르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군사시설과 정부요인 제거를 주도했던 김구 선생이야말로 정작 암살로 살해당한 당사자였습니다. 암살을 지시한 사람을 절대로 발설할..

다시 불거진 맥도날드 할머니 된장녀 논란을 보며

얼마전 돌아가신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는 별개로,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 만으로 고인의 가정사와 성격이 파헤쳐지는 것도 옳치 않거니와 평온해야할 한 개인의 죽음이 이런식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적은대로 저 역시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미디어가 힘없는 한 개인(누군가는 고학력자이니까 약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봤습니다만 그건 좀)을 끝까지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어떻게든 짚고 넘어갈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삭제를 고려 중이라 웬만하면 이 글도 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맥도날드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외국인까지 불만인 모양 이더군요. 도대체 맥도날드 할머니는 뭘 그렇게 큰..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드라마 속 '첩'의 변화

얼마전에 종영된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는 아내를 셋이나 둔 가장 박순상(한진희)이 등장합니다. 엄밀히 말해 법적으로 아내는 이혼한 전처 한 사람 뿐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속칭 '첩'이라 불리는 여성들이지만 법적으로는 두 첩의 지위도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박순상과 한집에 살면서 공식적인 아내 노릇을 한 첫째 첩 장덕희는 박순상이 본처와 이혼했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를 주장할 수 있지만 다른 집에 사는 둘째 첩 민영애(금보라)는 본처가 있건 없건 아내의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상황이죠. 한 남자의 세 아내가 형님 형님 하며 서열을 세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런 법적 지위 때문인가 봅니다(웃음). 일부일처제를 지향하는 우리 나라에서 '첩'은 어딘가 음침하고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처럼 비춰집니..

맥도날드 할머니의 죽음과 TV 속에 방치된 타인의 삶

한때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예능의 주된 테마가 되더니 요즘은 일반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예능이 점점 더 늘어나나 봅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모여 데이트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화성인'이나 '안녕하세요'처럼 남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일반인들을 선보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비록 취향이 아니라서 보지는 못해도 인터넷으로 프로그램의 사연을 볼 때 마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싶어서 짜증도 나고 과연 어디까지를 인간의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받아줘야하는 것인지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사연은 분명 TV라는 매체의 특징상 과장되게 꾸며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 조작 논란이 매번 불거지는 걸로 봐선 시청자들도 그들의 사연 모두를 믿지는 않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름'을 굳이 TV에서 보여..

왜 월요일엔 '굿 닥터' 말고는 볼게 없을까

주원을 좋아하고 평소에 호감을 가진 배우입니다만 이번에 출연한 '굿 닥터'는 드라마 자체가 제 취향이 아닙니다. 물론 '서번트 증후군'이 뭔가 불분명하긴 해도 주원이 연기하는 박시온의 자폐증 연기는 훌륭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영리병원과 아동학대를 드라마에 끌어들인 주제의식도 충분히 인정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다른 장르는 몰라도 멜로와 결합시킨 의학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탓이 크지요. 거기다 응급의학과의 긴박한 상황을 묘사한 '골든타임(2012)'같은 드라마가 의학 드라마에 대한 기준을 높인 까닭에 현실을 이상적으로 다루는 방식의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주원의 귀여운 닥터(?) 연기와 믿음직한 주상욱의 스승 역할도 고충만(조희봉)과 박시온의 코믹한 콤비도 집중해서 보지 못하고 있습..

TV 사극 이야기(3), 혜경궁은 정말 첩지머리에 족두리를 썼을까?

얼마전 인터넷 검색 중에 한복과 서양의 웨딩드레스를 퓨전해서 만든 작품을 보았습니다. 제가 놀란 건 신부 모델이 머리에 쓰고 있는 하얀 족두리였는데 우리 나라 전통 혼례에서 입는 활옷, 원삼을 웨딩드레스처럼 변형시킨 것까진 그렇다고 치지만 신부에게 흰색 족두리를 착용하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원래 따지고 보면 흰색 자체도 우리 나라에선 소복을 의미하는 색이고 평소에 즐겨입던 일상적인 옷도 흰옷으로 입긴 합니다. 그러나 '흰 족두리'는 흰옷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상을 당했을 때만 쓰던 상례용품이라 아무리 퓨전이라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던거죠. 전통 상례를 보고 자란 부모님은 한복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는 것도 흰색 한복도 싫어하십니다. 요즘 사극을 보다 보면 이런식으로 뭔가 아니다 싶은 고증이나 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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