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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빛과 그림자 48

빛과그림자, 기태와 정혜의 70년대식 꾸밈없는 사랑 어쩐지 아슬아슬

어찌 보면 촌스러워도 낭만적이고 감성적이었던 70년대의 문화를 보는 일은 즐겁고 흥미롭습니다. 반면 우울하고 무서웠던 그때의 사건들을 되돌이켜 보는 일은 껄끄럽습니다. 최근 MBC가 총파업 중이라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도 다음주부터 방영에 차질있는 것이 아니냔 말이 있는데 75년경에는 방송국이 아닌 동아일보에 유사한 언론 파업이 있었습니다. 2008년에 신문기사가 중앙정보부에 검열되던 그 시대를 주제로 기자들의 해직 사태를 다룬 '동아일보 해직 기자'란 동영상(EBS '지식채널e'에서 제작한 내용입니다)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시대가 그렇습니다. 유신반대를 외치며 학생 운동에 나섰던 대학생들, 언론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정치 깡패들에게 얻어맞는 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시대의 ..

빛과그림자, 아무도 못 말리는 마도로스박과 맨발의 청춘 기태

쇼 무대 하나를 꾸미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지 직접 무대를 꾸미는 사람들이 아닌 쇼를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수고를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쇼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재능 발굴을 위한 노력에 더해 무대를 둘러싼 환경, 즉 연예계에 가해진 각종 폭력에 대해서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관객은 무대로 술병을 던지고 넘치는 권력을 가진 한 정치인은 연예인들을 마치 자신의 오락거리인양 취급하고 날고 긴다는 깡패들이 연예인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행위를 예사로 벌이는 그런 시대. 맨몸으로 연예사업에 뛰어든 돈키호테 강기태(안재욱)는 빛나라 쇼단 단장이 되어 서울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빅토리아 나이트의 무대를 책임졌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쓰..

빛과그림자, 손가락질 받고 뺨맞고 궁정동 여자 이정혜의 굴레

남상미가 맡고 있는 이정혜를 보면 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단아한 여배우들이 떠오릅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같은 미인들이 당시 최고 인기를 끌던 배우들이었고 극중 이정혜처럼 청초한 이미지로 팬들을 사로잡곤 했습니다. 남상미가 가수역치고는 노래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걸로 아는데 본래 이정혜의 역 자체가 배우로 성공하는 캐릭터고 노래를 부르고 무대 공연을 하는건 극중 박노식(박준규)처럼 당시 배우들의 필수코스같은 것이었습니다. 정혜가 왜 필사적으로 못하는 노래를 부르면서까지 스타가 되려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곧 유명 배우가 될 것같습니다. 박노식이 등장하고 최성원(이세창)같은 영화스타 출신 영화감독이 등장했으니 70년대 영화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

빛과그림자,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중정 김부장의 정체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더니 이렇게 하루아침에 전세가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공연할 곳이 없어 변두리 극장을 알아보던 빛나라 쇼단이 업소 중에 제일 크다는 빅토리아 나이트의 공연을 담당하게 되다니 강기태(안재욱)에게도 이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거기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장철환(전광렬)과 조명국(이종원) 앞에도 그들이 두려워할만한 적수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앙정보부 김부장(김병기), 영화 배급업으로 잔뼈가 굵은 손미진(이휘향)의 등장은 기태에게 양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습니다. 무슨 수로든 강기태가 연예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깡패 조태수(김뢰하)까지 동원한 세븐스타 노상택(안길강)은 자존심 굽혀가며 얻어낸 빅토리아 무대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맙니..

빛과그림자, 먹물과 꼴통이 무식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방식

배우 김뢰하가 조태수 역으로 떡 하니 나타났을 땐 이거 정말 제대로 가는구나 싶더군요. 연예계가 한때 '주먹'들에게 휘둘렸단 소문을 못 들어본 사람들은 없어도 그들이 어떤 식으로 연예 사업에 간섭하는 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무대 공연, 밤무대 출연을 하자면 취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힘 깨나 쓰는 사람들이 필요했지만 전설의 정치깡패 '임화수'같은 사람들은 아예 연예인들을 협박, 폭행하며 그 이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노상택(안길강)이 불러들인 조태수(김뢰하)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번에서도 몇번 설명했듯 일부 연예인들은 공연 중에도 테러를 당하고 강압적인 요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 부득이하다고 해야할지 자의적이라고 해야할지 '주먹'들과 함께 하는 ..

빛과그림자, 황금알을 낳는 연예산업과 눈물짓는 연예인

70년대엔 곡을 만들기만 하면 히트하는 유명 작곡가들도 많았지만 외국곡을 번안해 한국어 가사만 붙여 발매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극중 보리수 다방에서 흘러 나왔던 은희(라나에로스포)의 '쌍뚜아마미(Sans Toi Mamie)'도 대표적인 번안곡입니다. Connie Francis 원곡인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잌'과 '하얀손수건', 김추자의 '눈이 내리네' 등 목록도 나열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외국곡들이 한국어로 번안되었습니다. 유명 작곡자들이 외국곡에 직접 가사를 붙이는 경우도 있었죠. 극중 유채영(손담비)은 오랜 노력 끝에 방춘수 작곡가의 곡을 받기로 했지만 노상택(안길강)은 그 곡을 이정혜(남상미)에게 줘 버립니다. 70년대엔 유명 작곡가의 곡들 받는다는 자체로 히트는 따논 당상이었기에 유명, 무명 가수..

빛과그림자, 일당백 파워 이휘향 연예계 대부 역에 제격

70년대 연예계의 명암을 조명하자면 경직된 당시 사회 분위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주먹이 법을 대신하던 풍경이나 정확한 계약 대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연예산업을 묘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극중 신정구(성지루) 단장이 초반에 강기태(안재욱)를 속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분위기 덕분이었겠죠. 커미션을 떼이거나 뇌물을 주는 일도 흔했고, 높은 분 한마디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던 그 시대. 개중에는 실제 노상택(안길강)처럼 주먹쓰던 쇼단장들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동생 명의의 집까지 잃고 빛나리 쇼단을 운영하기 위해 뛰는 강기태 앞엔 힘겨운 일 뿐입니다. 변두리 카바레라도 계약해볼까 싶어 찾아가지만 계약은 성사 못시키고 대낮에 춤추러 온 제비족으로 오해받습니다. 시장바구니 들고 무도장에 온아주..

빛과그림자, 부단장 홍수봉을 보면 떠오르는 코미디언 故 이주일

이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는 등장인물 한명한명 마다 실존했던 과거 인물들이 떠오른단 점입니다. 시바스 리갈을 보면 떠오르는 남자, 무식하게 아랫사람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권력으로 사람을 누르는 장철환(전광렬)은 그 시대에 실존했던 군부 출신 권력자들과 유사하고 다소곳하고 단아한 이정혜(남상미)를 보면 남정임이 떠오릅니다. 배우로서는 재능있지만 사생활 관리는 전혀 못하는 최성원(이세창)은 최무룡, 신성일같은 그 시대 인기 남자 배우를 모두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70년대를 주름잡았던 남진, 하춘화, 김추자는 대역으로 재현했지만 쟈니보이(서승만)나 앵두보이(김동균)는 당시 쇼단의 메인MC 체리보이를 모델로 만들어진 역할이겠죠. 쇼단 마다 사회를 보고 만담을 펼치며 막간을 떼워주던 스타급 진행자들이 있었는데 체리..

빛과그림자, 사면초가 강기태 쇼단으로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 나라 70년대의 명암이 한눈에 보이는 것같습니다. 평화시장 봉재공장 노동자의 하루 월급이 50원이던 시절 사무직들이 심심풀이로 마시는 커피 한잔값도 50원이고, 무대 위에 올라 화려하게 빛나는 유채영(손담비)같은 스타들이 있는가 반면 이정혜(남상미)같은 무명 가수들은 가방모찌같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적 추앙을 받는 장철환(전광렬)같은 권력자가 있는가 하면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모든 걸 빼앗겨야 하는 강기태(안재욱)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있고.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밝히는가 하면 12시 통금 사이렌과 함께 모든 도시가 잠들어 버리는 적막함을 느끼기도 하고 차수혁(이필모)같은 대졸 출신 고학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

빛과그림자, 노리개나 앵무새가 아니라 가수이고 싶은 유채영

직업에 귀천이 없는 시대라고 하지만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연예인은 천한 직업이라 했습니다. 조선 시대 기생이 천하다 해도 그네들의 춤과 음악, 시화의 가치는 높이 평가해 주었고 일반 백성들도 남사당패들이 보여주는 흥겨운 춤과 노래를 좋아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천한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신분 사회라 그들을 낮춰 말하고 깎아내릴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배고프던 시절 마을을 떠돌던 놀이패들의 악습이 나쁜 인상을 남긴 까닭인지 몰라도 일제 강점기 이후 그런 분위기는 더욱 심해진 듯합니다.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유채영(손담비)도 쇼단 무용수가 되고 가족과 절연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 시절엔 배우가 되거나 가수가 되겠다고 나서는 딸을 머리 깎아 집에 가두고 강제로 시집보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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