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불이 나서 정신없이 끄고 있는데 누가 자꾸 뒤에서 말을 건다고 치자. 계속 해서 어깨를 두드리며 지금 네 집의 불을 끄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설득하고 저 멀리 저 뒤쪽을 보라고 귀찮게 재촉한다고 상상해보라.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기억 특히 80년대 민주화 시대의 기록을 떠올리라는 것은 아마 그런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과거를 되새기란 건 내 발등에 불끄기도 바쁜 젊은이들에게 누군가 자꾸 뒤를 돌아보라며 의미없는 소리를 하는 걸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발등의 불이 잘 보이지 않는 화산에서 날아온 화산재 때문에 일어난 거라면? 집의 불을 끄려고 정신팔린 사이 더 크고 힘든 위험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거라면? 과거라는 건 때로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감당하기 벅찬 무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