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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이탈리아 포도 농장은 CG였다고 하더라.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배우들이 이탈리아에 나갈 수 없었다나 뭐래나. 시국이 그러든지 말든지 무게감 있고 진지한 분위기에 망설임 같은 건 한치도 용납하지 않는 과감함으로 '빈센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포도농장과 보스의 스포츠카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콘실리에리 빈센조는 인천공항에 들어가기전까진 거침없고 딱 부러졌다. 와 이거 정말 끝내주는 걸.

 

야무진 마피아 공항에서 무장해제 당하다.

 

그런데 아니 웬걸 진선규, 이희준을 만난 뒤부터 빈센조(송중기)는 무장해제. 잘 속는 순진한 캐릭터가 되었다. 마피아들 앞에서는 온갖 야무진 모습을 다 보여주더니 한국땅을 밟은 그는 첫날부터 샤워기랑 비둘기한테도 무시당하는 처지다. 리무진 안에서 아무 물마시고 알아서 잠든 것도 모자라 웬 강아지와 함께 분노의 팔짝 댄스를 추는 모습이라니. 첫장면에 금가 프라자 무너뜨리겠다고 야심 차게 다짐하던 그 남자 어디 갔어?

 

사실 빈센조가 오자마자 속어로 '털린' 이유는 한국 패치가 안되서 그렇단다. 맨날 '여기가 이탈리아였으면~'을 입에 달고 사는 이 남자는 한국에 오면 검찰, 경찰을 비롯한 모두기 '마피아'가 된다는 걸 몰랐단다. 아무 데서나 죽이고 아무렇게나 사건 뒤처리를 하고 배신과 협박이 난무하는 이곳. 그런데 가족은 절대 배신하지 않고 깡패도 룰을 지킨다는 그의 철학을 모든 마피아가 지키는 건 아니고 이탈리아 까사노 패밀리에서만 통하던 룰인듯하다. 그마저도 파올로가 보낸 암살자를 보아하니 옛날이야기인 것 같고. 아무튼 아직까진 이 드라마 시원시원하다.

 

빈센조가 내뱉은 여러 명대사는 속어로 '찰지게' 귀에 감긴다. '포도밭 거름'이 되어 '1+1로 판매'되고 있을 거라던가 '도둑들 사이엔 명예 따윈 없다'같은 대사도 있지만 앤트 재무관리의 박석도(김영웅)같은 인물을 줄자로 공중에 매달아 협박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모습은 묘하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평소에 양아치처럼 깝치는 사람들을 저렇게 날려버리는 캐릭터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어떤 계략과 킬러를 끌고 와도 빈센조 앞에서는 장한석(옥택연), 최명희, 한승혁(조한철)도 적수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드라마 작가는 SBS '열혈사제'나 '김과장'을 제작한 박재범 작가로 알고 있는데 그는 첫회부터 케이블의 특징을 잘 활용한 것 같다. 공중파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장면도 케이블에서는 좀더 파격적으로 허용하기도 한다. '김과장'이나 '열혈사제' 때는 그래도 주인공이 대놓고 '범죄자'는 아니었는데 그때와 달리 사람을 직접 죽이는 마피아가 주인공이라는 자체가 이미 케이블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나는 협상이 아니라 경고를 하러 온거야' 한국형 양아치를 상대하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협박에 묘하게 기분이 좋아한다.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여러 제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주인공의 조건이다. 드라마 주인공이 옥살이를 하든 살인을 하든 최소한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경우는 있어도 대놓고 범죄자 거나 못된 인물인 경우는 드물다. 주인공이 범죄자인 것도 케이블의 파격이라면 파격이다. 첫회부터 살인을 저지르는 콘실리에리 빈센조는 케이블 주인공이라지만 꽤 파격적이다. 후반부에는 남의 손을 빌려 빈센조의 손을 더럽히지는 않는 설정을 쓰던데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도 그가 살인한 캐릭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대놓고 마피아인 점을 빼면 '빈센조'는 전체적으로 '열혈사제(2019)'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진 콘텐츠다. 특수 부대 출신 주인공 김해일(김남길)이 신부로 살다 이영준(정동환) 신부의 죽음을 계기로 악당을 처치하게 되는 것처럼 '빈센조' 역시 홍유찬(유재명) 변호사의 죽음을 계기로 바벨에 복수를 다짐한다. 주변의 인물들이 갑작스레 히어로가 되는 과정도 어찌 보면 비슷한데 '열혈사제'에 쏭싹(안창환)이 있었다면 '빈센조'에는 금가프라자의 여러 캐릭터가 반전 인물로 등장한다.

 

주인공을 마피아로 선택하고 보니 사제를 주인공으로 삼았을 때보단 속시원한 한 맛이 있다. 나쁜 녀석이든 좋은 녀석이든 대사도 화끈하고 분노할 상황에서는 대놓고 협박해도 그만이다. 마피아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범죄자 집단인데 무슨 거리낌이 있을까. 지금 14회까지 방송된 빈센조는 전체 20부작에서 슬슬 마무리 단계가 아닐까 싶은데 '반센조'는 특히 대외안보정보원을 비롯한 여러 협력 조직이 등장해 마지막에는 엄청난 대규모의 희생과 반전이 예상된다. 특히 '기요틴 파일'을 빈센조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입장이고 보면 '열혈사제' 못지않은 사이다 전개가 될 듯하다.

 

검찰을 비롯한 여러 재벌을 날릴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는 기요틴 파일을 찾고 있는 사람의 진짜 정체가 조사장(최영준)이 아니라 남동부지검 고인국(고상호) 검사라는 점도 두고 볼 문제다.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은 캐릭터가 '검찰' 이니까. 고인국 검사는 적군일까 변하지 않는 아군일까. 또 형에 대한 꿍꿍이가 있는 듯한 장한서(곽동원)와 빈센조가 왜 이탈리아로 입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엔 반전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주형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빈센조가 혹시 장씨 형제들의 또다른 형제라든가 그런건 아니겠지 설마.

 

이 모든 사이다 전개에 대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역시 '한국 패치' 아닐까. 공중파와 케이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빈센조' 역시 한국 드라마 콘텐츠다. 아무리 케이블이 좀 더 파격적이라도 건물을 폭파하고 사람 죽이는 콘텐츠를 용납하지 않는 시청자는 꽤 많다(이 드라마 은근 시청률 높더라). 빈센조가 스스로가 정의의 사자가 아닌 쓰레기 치우는 쓰레기를 자처해도 블랙 코미디 장르의 특징을 살리면서 주인공까지 깔끔하게 거두기는 힘들 것같다. 과거 캐릭터들이 그랬고 자신의 죗값을 강조하는 캐릭터 빈센조의 엄마 오경자(윤복인)도 마음에 걸리고.

 

또 최근 tvN이 '빈센조'에서 중국 제품 협찬 관련으로 논란을 빚었는데 이슈가 터진 직후 PPL을 교체하고 해당 장면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tvN은 SBS '조선구마사' 문제가 터진 직후 여론이 좋지 않자 재빠르게 관련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PPL을 VOD에서도 삭제했다고 한다. 애초에 중국 관련 PPL은 좀 더 신경 써서 선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발빠른 조치가 반가우면서도 여전히 이 문제는 마피아만큼이나 찜찜한 문제다. 어쨌든 콘실리에리 빈센조 까사노 이탈리아에서처럼 확실한 마무리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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