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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유나의 거리, 강데렐라 유나의 마지막 선택은 사람이었다

김운경 작가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작가들 중 하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전 세상을 떠난 신해철씨를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한때는 '마왕'이라 불리며 젊은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신해철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한 시대의 철학을 대변하는 사람은 충분히 대중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음악인 신해철이 대중의 요구와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먼저고 나중이냐를 떠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과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방송작가들 중에 김운경 작가를 최고로 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김운..

유나의 거리, 치매걸린 장노인의 소박한 행복 콜라텍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눈이 온 것처럼 서리가 하얗게 앉았더군요. 아무래도 이 지역은 도시 보다 겨울이 빨리 오고 밤낮의 기온차가 큽니다. 나무들도 겨울 준비를 하느냐 낙엽을 떨구고 여러해살이 뿌리 식물들은 줄기를 빠짝 말려 겨울날 준비를 합니다.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식물도 마찬가지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겨울을 버티려면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 잎도 열매도 모두 떨궈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늙으면 욕구는 젊은 시절 그대로인데 지친 몸과 정신이 버티지 못해 많은 걸 포기해야합니다. 머리가 하얗게 샌 몸으로 욕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늙은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되거든요. 나이먹었다고 해서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유나의 거리'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빠듯..

전설의 마녀, 뻔한 드라마를 튼튼하게 지탱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힘

요즘은 드라마가 워낙 많이 방송되서 첫회가 방송되면 대부분 전체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배경과 출연자만 다를 뿐 권선징악의 주제와 주인공의 성공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죠. 막장드라마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전개와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선 막장 드라마는 순수한 드라마라기 보다는 TV Show의 한 장르로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줄거리는 뻔하니까 한시간 동안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연기만 보자는 이야기죠. 하긴 수준급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 탁월한 까닭에 이야기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연기자들을 보는 맛에 시청하는 드라마가 꽤 많긴 합니다. 이야기는 허술해도 중년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받쳐주고 있으면 그럭저럭 볼만한 TV ..

미생,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오과장이 미생인 이유

90년대 말 모 벤처기업 사장 면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잘 나가던 그 벤처기업은 위기가 닥치자 특이하게도 사장을 공모하기로 했고 응모했던 30여명의 지원자들 중 혹독한 면접 과정을 거쳐 단 한명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최종 면접 때는 1박 2일 가까이 식사도 걸러가며 회사 사활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정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면접을 다녀왔다는 한 분의 이야기로는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기전 지원한 모든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된 면접도 정말 살벌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이 싫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다나요. 요즘은 흔해진, 그러나 90년대까지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이른바 '압박 면접'이 이런 분위기입니다. 지원자들 대부분 IT업 쪽에서 꽤 알려진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면접 방..

아이언맨, 갑작스런 태희의 재등장과 분노의 연쇄작용

중학교 때 사회선생님이 '화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습니다. 아마 사고친 학생 문제로 교무실에서 교장선생님에게 한소리 듣고 벌개진 얼굴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으니 마음을 다스리려 하신 말씀같은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부인과 크게 싸우고 회사로 와서 회의 석상에 앉은 이사와 전무들에게 무섭게 화를 냅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상태라 이것저것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장은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이사와 전무들은 부장을 불러 보고서가 이게 뭐냐며 트집을 잡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부장은 각 부서별 과장을 불러 좀 잘 하라며 야단을 치고 과장은 근무처로 돌아와 점심 먹자는 대리들에게 '지금 밥이 넘어가냐'며 닥달합니다. 점심 때부터 기분이 잡친 대리들은 하루 ..

유나의 거리,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남자가 된 김창만

가끔씩 방송작가의 삶이 어떨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방송작가들은 골방에 틀어박혀 보조작가들이 모아온 자료로 시나리오를 쓰고 퀭해진 얼굴로 예민한 행동을 하곤 하지만 그것 역시 작가에 의해 창작된 판타지 중에 하나겠지요. 방송작가들은 평소에 어떤 삶을 살까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라면 아마도 평범한 아저씨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리의 사람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유심히 들여다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운경 작가의 시나리오는 인기 드라마 대본처럼 충격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납니다.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1994)' 주인공들은 지금 억대 출연료를..

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원작 만화 한국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기

아주 예전에 제 입장에서는 다소 경악스러운 드라마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일러문'을 실사화(일명 특촬물)한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실 수 있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화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보았던 저로서는 굳이 저 만화를 현실 속의 인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둘 수는 없는 건지 애니메이션 만으로 충분히 상상력이 극대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걸 배우들로 꼭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냥 참 놀랍더군요. 우리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기 만화 한편으로 캐릭터 상품부터 영화, 애니는 물론 오디오 시디까지 제작하는 나라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

미생, 장그래에게 자신감을 준 한마디 '우리 애'

올 여름에 나온 신문기사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49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그 주요 원인은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163시간으로 세계 2위이며 그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굉장히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하죠. 한마디로 많은 시간을 직장에 투자한 만큼 피곤하게 살고 바쁘지만 효율은 좋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 통계수치였습니다.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오늘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하겠죠.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옮긴 tvN의 '미생'. '미생(未生)'이라는 제목은 '아..

아이언맨, 유치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복숭아씨 이야기

한정수가 맡은 고비서라는 배역은 드라마 '아이언맨'에서 가장 코믹한 캐릭터인 동시에 가장 안쓰러운 배역입니다. 주홍빈(이동욱)에게 얻어맞다 낙법으로 안전하게(?) 착지하며 씨익 웃을 때나 주홍빈이 휙 집어던져서 마당으로 날라갈 땐 한없이 웃기다가도 얻어맞는 장면에선 정말 아팠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주홍빈이 여동생에게 골수를 주었다는 이유 만으로 칼에 배이고 멍이 들면서도 주홍빈 곁을 지키며 목숨을 내놓겠다고 다짐하는 고비서의 의리는 뭉클합니다. 고비서는 단순하지만 손세동(신세경)과 더불어 '아이언맨'에서 가장 정상적인 감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홍빈이 분노해 마구 폭주할 때 세동과 창(정유근)이 다칠 수 있다며 걱정해준 사람도 고비서입니다. 사실 고비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이같은 면이 있죠..

유나의 거리, 외로운 소매치기를 위한 창만의 사랑법

지평권 음악감독은 2011년 발표된 김연아의 '오마쥬 투 코리아' 즉 '아리랑'으로도 유명하지만 드라마 '짝패(2011)'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 OST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작곡을 담당한 음악감독이 남달라서 그런지 '함정'이나 '유나의 왈츠', '사랑따위로', '긴 밤이 지나면'같은 '유나의 거리' OST가 드라마와 함께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특히 '유나의 왈츠'같은 노래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드라마를 잘 살린 노래 가사에 드라마 시청이 끝나도 여운이 남곤 합니다. 혼자 외로워하는 유나의 모습이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껄끄러움이 저절로 연상되는 노래에 저절로 차분한 기분이 됩니다.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소매치기 전과 3범 강유나(김옥빈). 전설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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