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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유나의 거리'가 재벌 드라마 보다 좋은 이유 셋

김운경 작가 하면 서민 드라마의 대표 작가고 '유나의 거리' 는 그런 작가의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난 드라마지만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어딘가 모르게 '오래됐다'는 느낌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요즘 사람들인데 그들이 누리고 있는 문화나 감정은 어쩐지 80년대 사람들같다는 이런 말이죠. 극중 30세로 설정된 창만(이희준)이 부르는 '세월이 가면'같은 노래는 아무리 리메이크가 여러번 됐어도 80년대 대표곡입니다. 술에 취한 계팔(조희봉)이 부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그렇고 양순(오나라)의 '서울야곡'도 오래된 노래죠. 말이 안되는 설정이라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옛날 냄새가 난다는 뜻입니다. 수십년이 지나도 작가의 드라마 속 서울 서민들은 아주 조금만 변한 것 같습니다. 김운경 작가는 77년..

정도전, 패자 아닌 혁명가로 다시 태어난 정도전

삼봉 정도전이 죽고 난 후 이성계와 이방원에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역사에 관심없는 분들이라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성계는 개국공신들과 동생들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한 태종 이방원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신덕왕후의 유일한 소생인 경순공주를 출가시키고 궁을 떠나버립니다. 그 때문에 보내기만 하면 죽는다는 함흥차사와 태조가 태종을 활을 쏘아 죽이려 했으나 하륜의 조언으로 굵은 기둥을 설치한 덕분에 살았다는 야사가 전해졌습니다. 태종은 늙어서 기운 빠진 아버지를 걱정했다기 보다 이성계가 전국을 떠돌며 민심을 동요시키고 신덕왕후 강씨의 친척이 일으킨 '조사의 난'이 이성계의 반란이란 말까지 나오자 정치적으로 이성계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던 것같습니다. 가족을 가장 경계해야하는 이성계 집안의 비극이 시..

정도전, KBS의 제작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사극

KBS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수신료 인상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동안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던 드라마가 바로 '정도전'입니다. 드라마 제작사로서 KBS는 다른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극입니다. KBS는 국영방송으로 출발해 '수신료'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타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80년대 사극에 엄청난 공을 들여 드라마 사상 최초로 가체와 대례복을 구현한 MBC가 지금은 국적 불명의 퓨전사극만 제작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제작비 때문입니다. 더불어 수십년 동안 사극을 제작한 오랜 경험이 KBS 사극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모두가 KBS 직원이던 과거와 ..

진짜 '개과천선'이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드라마 '개과천선'과 실제 사건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김명민의 스케줄로 조기종영해야한다는 해명을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 로펌이 얼마나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지 보았던 까닭에 오히려 외압설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직설적인 드라마니까 누군가 빨리 종영하라 압력을 넣은게 아니겠느냐고 말입니다. '개과천선'에서 모티브로 삼은 사건들은 사회적 파장과 충격에 비해 재판 과정이나 결과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만큼 언론에서 사건의 원인과 영향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사건 초기의 뜨거운 관심이 지리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식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과천선'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여러 법정 싸움의 결과를 간략하게 알려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개..

정도전, 태종 이방원과 무덤없는 정도전의 600년 대결

고구려가 멸망한 후 확보한 통일신라의 영토가 조선 보다 좁았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백두산,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삼은 현재의 국경선을 확보한 건 조선 세종 때의 일(4군 6진)입니다. 한때는 거란족이 한때는 여진족이 강성하던 북방을 확보하는 일은 고려, 조선 모두의 논쟁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소위 '북벌(北伐)'은 꼭 필요한 정치적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명나라와의 사대관계가 정착된 이후 뜸해졌고 정도전의 대사대로 여진족이 번성하여 청나라가 세워진 이후 잠시 효종이 북벌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이후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극중에서는 공민왕(김명수), 최영(서인석), 우왕(박진우) 등이 강행한 요동정벌을 정도전 역시 주장하고 있습니다. 요동반도는 세종이 확보한 4군 6진 보다 좀..

정도전, 이방원의 야심 그리고 태조와 정도전의 경복궁 잔치

태조 이성계는 전형적인 무장으로 상당히 체격이 컸습니다. 아들 중에는 젊을 때부터 전쟁터를 따라다닌 이방과(정종)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아 기골이 장대했는데 이방원은 그런 글귀가 보이지 않고 문과에 급제한 것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람이 모든 것에 뛰어날 수는 없으니 이성계가 궁궐의 작명, 각종 제도와 서적 편찬을 정도전에게 맡길 수 밖에 상황이나 정종이 왕위에 욕심내지 않고 이방원에게 자리를 물려준 속사정을 이해할만도 합니다. 적어도 그들은 남에게 맡겨야할 일과 내가 직접 해야할 일의 차이를 알았던 거지요. 어쨌든 함경도 사투리쓰는 태조 이성계(유동근)는 경복궁에 훈신들을 불러모아 흥겨운 연회를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395년 10월 30일의 일입니다. 인간..

정도전, 현대인에 맞춰 해석된 정몽주의 마지막 저항

요즘같은 시국이 어수선한 선거철이 되면 미디어를 유심히 지켜보게 됩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사극'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단순히 오락을 위한 소모적인 컨텐츠로 생각하지만 드라마 때문에 '바뀐' 것도 예상외로 많습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을 현대에 맞춰 재해석한 사극의 경우 권력과 영웅, 민중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기 마련이라 한때 정치권의 사극에 대한 외압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성계의 군사 쿠데타를 통한 조선 개국을 묘사하고 있는 드라마 '정도전'도 그런 면에선 예외가 아니죠. 고려 멸망과정에서 권력이 지옥임을 깨달은 이성계(유동근)와 이상국가를 꿈꾸는, 순진한 정도전(조재현)은 지금까지의 해석과는 또다른 관점입니다. 권력자가 한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국가와 국민이..

정도전, 최영의 죽음과 지옥의 뜻을 이해한 이성계

현대 사회는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대량 학살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미사일 버튼 신드룸이라고 하던가요. 굳이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폭탄이나 인재를 통해 사람이 죽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직접 칼이나 도끼로 사람을 죽이던 과거 보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덜한 것같습니다. 실제 역사 속의 인물들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알 수 없으나 '정도전'의 캐릭터 최영(서인석)과 이성계(유동근)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왜구와 홍건적을 죽인 노련한 장수들입니다. 그들이 살인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이유는 한점 부끄럼없이 고려를 위해 적들을 죽였다는 신념 때문이겠죠. 스스로를 거골장이라 자조하는 이성계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도 입만 살아있는 정치가들은 다릅니다. 최영이란 인물이 단 한번도 사리사욕을 ..

신의 선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기동찬의 운명론

미스터리 추리극의 범인은 보통 1, 2회에 등장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의 한 축인줄만 알고 있었던 장면 뒤에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있곤 하죠.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사형제도를 반대했던 미스터 저스티스 한지훈(김태우)은 응큼한 야망을 숨긴 속물이었고 한지훈에 맞서 사형집행을 주장하던 김남준(강신일) 대통령 후보의 친구 이명한(주진모)은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한 무서운 악마였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기억이 끊기는 기동찬(조승우)은 기동호(정은표)가 이수정(이시원)을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동찬이 잠든 샛별이(김유빈)를 안고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 시청자들은 ..

신의 선물, 샛별이를 살릴 사람은 문신남이 아닐까

어제도 SBS '신의 선물 14일'이 결방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회를 의식한 까닭인지 정상 방송하더군요. 최근 세월호 참사에 시선을 고정하느냐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본방송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신의 선물'은 아동범죄 피해자와 부모들에게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 드라마 속의 묘사가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 아이가 억울하게 죽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지 않을 부모가 누가 있을 것이며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부모는 또 어디있을까요. 주인공 김수현(이보영)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과 아이의 무사귀환 보다는 시청률에 신경쓰는 방송국 아동범죄에 냉담하다 못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이 현실 속 피해자 가족이 겪는 모습과 똑같죠. 지금까지 수많은 복선과 단서가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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