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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아이언맨, 마음 속에 칼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제 '아이언맨' 8회가 결방되었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왜 다운로드 사이트에 파일이 안 올라오나 기다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인천 아시안 게임 한국, 북한 축구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채 '아이언맨'을 기다린 것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만화적인 상징으로 보여주는 방식 - 도 마음에 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태희(한은정)의 죽음을 인정한 주홍빈(이동욱)이 손세동(신세경)에게 애정표현을 한 다음 이야기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들었을 땐 '분노'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점점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더군요. 사실 그랬습니다. 한동안 집안의 슬픈 일로 글쓰기는 커녕 드라마 보는 일 조차 손에 잡히지 않던 제게 '아이언맨..

유나의 거리, 바른 생활 사나이 창만 유나의 세계를 보다

사극이나 영화를 보면 정말 쉽게 사람을 베고 죽이지만 사람을 피나도록 때리고 상처주는 일은 생각 만큼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선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능숙하게 주먹을 주고 받지만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해 상대방을 폭행했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하물며 칼로 찌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사람들이 주먹이나 흉기를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독한 마음 먹고 민규(김민기)를 두들겨 팬 창만(이희준)은 주차장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맙니다. 미선(서유정)의 돈을 뺐고도 모자라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한 민규를 혼낼 이유야 많겠지만 모질게 민규를 때리는 순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의리가 넘치는 창만이 할 수 있..

끝없는 사랑, 참을 수 없는 80년대 정치의 가벼움

어린 시절에 '공포의 삼겹살' 혹은 '날으는 돈까스'라는 유행어를 한번쯤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별명이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곰, 멧돼지 등으로 불리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별명입니다. 가장 오래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한때 권력의 실세였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져 미국으로 망명했고 국외에서 박정희 정권의 비리를 폭로했습니다. 김형욱은 79년 프랑스에서 실종되어 생사가 묘연했는데 김재규의 명령으로 죽었고 시신이 산산조각나 찾을 수 없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지금 '끝없는 사랑'에서 빅베어(박요한)의 역할 모델이 바로 김형욱입니다. 79년에 죽은 사람인데 하고 생각해보니 김형욱의 공식 사망신고가 84년이었죠. 드라마 '끝없는 사랑'은 이렇게..

유나의 거리, 창만과 유나가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는 '의리'

어제 방송된 '유나의 거리'를 보다 보니 눈에 띄는 연기자가 두 명 보이더군요. 하나는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은주 역을 맡았던 아역배우 조은형이고 또다른 한사람은 유나(김옥빈)가 훔친 보석들을 처리해 준 장물아비 고물상 사장 역의 배우 기정수씨입니다. 아역배우는 일찍부터 등장했지만 어제서야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된거고 장물아비는 보석을 훔칠 일이 거의 없는 유나가 윤지(하은설), 화숙(류혜린)와 함께 도둑질을 하면서 만나게 된 인물입니다. 배우 기정수는 원래 성격파 배우라 예전부터 부모님이 악당 전문 배우라고 하시더군요. 드라마 '짝패(2011)'에서도 주인공 귀동(이상윤)의 아버지 역할을 했습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활동하던 배우라 작가와의 의리가 없으면 보기 힘든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어딜 ..

운명처럼 널 사랑해, 상상도 못했던 주찬옥 작가의 달팽이 멜로

올해는 어쩐지 드라마에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제 취향의 드라마가 많이 방송된 편이지만 어쩐지 흥이 나지 않더군요. 올 상반기는 4월에 있었던 대참사 때문에 드라마를 즐길 기분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근래에 보기 드문 화제작인 '개과천선'이 조기종영하는 바람에 수목드라마는 아예 흥미를 잃었죠. 이다해와 이동욱이 '호텔킹'을 찍고 권상우와 최지우가 '유혹'을 찍고 이준기와 남상미가 '조선총잡이'를 찍는 요즘에 '명랑소녀 성공기(2002)'에서 히트쳤던 장혁, 장나라가 다시 재미있을 거란 기대도 별로 안 했습니다. 로맨틱 코메디가 재미있어 봤자 거기서 거기일테고 이제는 파릇파릇한 시기를 지난 남녀 주인공이 달달해봐야 얼마나 달달하겠어 - 그때 기분이 정말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

유나의 거리, 찌질하고 폼잡지 않아도 매력적인 사람들

인터넷 검색 중 '폼생폼사'가 고사성어냐고 묻는 질문을 보고 잠깐 어이없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의 이 유행어가 의외로 꽤 오래된 말이더군요.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면 77년에 이미 '폼생폼사'란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이후 90년대 초반에 다시 유행하기 시작해 90년대 후반 젝스키스가 부른 노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폼난다' 혹은 '폼잡다'는 말은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남들 보다 멋지게 살고 싶다는 시대적 분위기가 담겨있는 말입니다. 때로는 실속도 없으면서 잘난체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뭘 좀 해보려고 자세를 취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으쓱거리고 뽐낸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TV 드라마에는 유난히 '폼나는' 캐릭터들이 참 많죠...

'닥터 이방인' 대남공작원 차진수는 없는 편이 나았다

북에서 내려온 의사가 북에 있는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한 수술로 돈을 모으고 '생명을 살리는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병원의 현실을 보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 '북의'. '닥터 이방인'이 방송된다는 소식을 들었들 때 원작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북한 출신 의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의학드라마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다소 우울하고 무게있어 보이는 소설 설정에 비해 주인공 박훈 이종석이나 재희 진세연이 너무 어린 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그럭저럭 밝은 분위기도 잘 살리고 트렌드에 맞을테니 괜찮을 거라고 계산도 했었구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뭔가 전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사건의 구성이 많이 산만하더군요. '닥터 이방인'은 꽤 여러 개의 이야기 축이 얽혀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첫번째는 돈이..

끝없는 사랑, 지독한 멜로를 부각시키기 위한 어설픈 시대극

평소 사극 만큼이나 시대극을 참 좋아합니다. 장편 드라마 특유의 서사는 현대극 만으로 소화할 수 없거니와 TV에서 쉽게 보기 힘든 시대적 상황을 묘사해서 얻을 수 있는 볼거리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극이나 시대극은 주인공들의 관계를 부각하기 위한 극적 장치거나 코스프레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시대상을 완벽히 구현하는, 소품이나 배경의 고증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드라마 속에 보이는 시대가 그 시대같다는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드라마 '매드맨(2007)'같은 드라마를 보는 것도 TV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의 드라마는 그런 드라마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죠. TV 드라마가 한시적인 소모성 컨텐츠로 제작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SBS '끝없는 사랑'은..

호텔킹, 아모네 차재완의 비극 어디까지 눈치챘나?

요즘은 가족 드라마들 중에는 복수극이나 가족 붕괴를 묘사하는 내용이 괘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생의 비밀은 기본이고 부유한 집안을 중심으로 악랄하게 남의 재산을 차지하는 악녀나 악당도 자주 등장하는군요. '호텔킹'과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왔다 장보리'같은 경우 남의 집 친딸을 대신해 그 집안의 수양딸로 들어가려는 악녀가 등장합니다. 친부모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딸도 못 알아보고 못살게 굴죠. 요새는 가족 드라마 하며 가족이 불행한 일을 겪으며 화합하는 내용이 대세다 보니 이런 식의 드라마에도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텔킹'은 그런 가족 드라마 중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을 기본으로 구성된 주말극입니다. 주인공 차재완(이동욱)은 절대로 혈연임을 인정하기 싫은 악당 아버지 이중구(이덕화)와..

출연료로 평가할 수 없는 '정도전' 배우들의 자부심

배우 박영규의 이인임 연기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메소드 연기'를 언급했습니다. 메소드 연기란 한마디로 연기자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뜻입니다. 역을 맡은 동안은 모든 일상을 그 캐릭터에 맞춰 행동합니다. 드라마 '정도전'의 이인임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실제 고려 역사 속의 이인임같다며 극찬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실제 역사속 인물과 드라마 '캐릭터'는 별개의 인물이지만 박영규는 시청자에게 또다른 이인임을 보여줍니다. 박영규 외에도 '정도전'의 배우들 대부분이 '연기의 신'들이죠.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지만 그들이 '해피투게더'에 출연한다기에 모처럼 시청했습니다. 사극 배우들이 예능에 나온다는 자체도 특이한 일이거든요. 방송 시간 내내 배우들의 카리스마가 프로그램을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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