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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정도전, 지금까지의 공민왕은 모두 잊어라

어설픈 퓨전사극에 질린 시청자들에게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제작된 '정도전'은 방송 전부터 여러 팬들의 주목을 받던 기대작입니다. 유명 사극전문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창작된 역사가 아닌 정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공언 은 많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죠. 정현민 작가는 상대적으로 사극팬들에게 생소한 인물이지만 정도전 역에 조재현, 이성계 역에 유동근, 이방원 역에 안재모, 정몽주 역에 임호, 이인임 역에 박영규 등 출연배우들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였습니다. 우선 첫회를 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입니다. 전체적으로 '정도전'은 사극 보다는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던 작가와 제작진답게 기존 사극의 전개 방식은 벗어나 있습니다. 지루하고 평범하다는 사극에 대한..

'황금무지개' 이희진의 천천히 연기 전략

2013년 MBC 연예대상으로 주말 드라마가 결방했더군요. 무심코 다운로드 받으려했더니 '황금무지개'와 '사랑해서 남주나'가 방송 목록에 없더라구요. '황금무지개'는 전체적인 내용은 제가 별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만 연기자들을 보는 재미로 종종 시청합니다. 토요일 방송분에는 박화란이란 이름의 새로운 캐릭터로 이희진씨가 등장했더라구요. 사채업자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가로챈 윤영혜(도지원)와 대립하는 역할로 사납고 독한 캐릭터더군요. 이희진도 2013년 한해동안 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같습니다. 1997년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이희진이 연기자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 의외였습니다. 팀의 막내였던 윤은혜는 '베이비복스' 때부터 워낙 나이가 어렸고 해체된 후에 새로 시작하기 편했지만 이미 '베이비복스..

미스코리아, 오지영의 불안한 선택이 아름다운 이유

지방에도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전통적인 미용실들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미스 유니버스 순위권에 들었던 87년도 미스코리아 진 장윤정은 유명 미용실에 갔다가 미스코리아로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밝힌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직 아이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17살의 어린 나이로 수영복 한번 입어보라는 미용실 원장의 말에 선뜻 응했다는 장윤정. 장윤정을 기억하는 팬들은 80년대 미스코리아들은 성형수술도 받지 않고 그렇게 예뻤다며 전설처럼 그 시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요즘 미스코리아 중에도 자연미인이 많지만 성형수술로 완성된 미인도 당연시되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용실 내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워킹 훈련을 받고 관리받는 일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이제..

미스코리아, 싼티나는 여자의 순정과 속물 남자의 세레나데

이연희가 연기하는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은 여러모로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아는 분은 오지영의 캐릭터를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싼티난다'라는 단어를 골라내더군요. 비슷한 의미로 '경박하다'는 단어도 있지만 오지영처럼 이 남자 저 남자를 다 홀릴 만큼 웃음이 헤프고 수틀리면 욕도 곧잘 하는 불량 캐릭터는 '싼티'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저렴한 상품도 아니고 '싼티난다'는 사람에게 써서는 안되는 표현입니다만 '미스코리아'의 오지영 캐릭터를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죠.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신비한 맛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오지영이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남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닙니다. 배고파서 삶은 달걀을 몰래 먹다 징그러운 박부장(장원영)에게 괴롭힘당하고 그만뒀으..

따뜻한말한마디, 김성수 배우자의 불륜에 역지사지란 없다

부부 문제를 다룬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출 중 하나는 '부부의 진화' 를 묘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부부 사이의 모습이 변하는 건 생물학적 표현인 '진화'라는 말보다는 '발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만 정작 부부들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하는새 서서히 성숙해진다는 점에서 '진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더군요. 물론 그 과정 중에 이혼이나 별거로 '도태'되는 부부도 있고 나쁜 상황 그대로 늙어죽을 때까지 사는 부부도 있습니다. 몇몇은 불의의 사고로 짝을 잃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젊은 커플부터 나이든 커플까지 여러 부부가 등장합니다. 은진(한혜진)의 어머니 김나라(고두심) 여사는 사위나 며느리나 똑같이 자식처럼 대해주려 애쓰는 어머니입니다. '헬리콥터 맘'이란 표현까지 쓸 정도로 자식을 애지중..

미스코리아,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공감가는 90년대 청춘

제가 살던 곳의 백화점 개장 시간은 10시 30분 쯤이었습니다. 급하게 살 물건이 있어 아침 일찍 기다리다 보면 백화점 엘리베이터 언니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싸구려 사탕을 나눠주었고 오픈한 뒤에는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제는 코미디 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올라갑니다'같은 메시지를 날리며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그네들을 볼 수 있었죠.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이힐에 반질거리는 두꺼운 화장, 90년대 백화점이 손님들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미스코리아'에서 오지영(이연희)이 보여준 모습 그대로 엘리베이터 언니들의 처우는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월급은 박봉인데 박부장(장원영)같은 느끼한 인간들에게 험한 소리 듣기 일수..

미스코리아, 남심을 자극할 이연희 캐릭터 정말 잘 골랐다

이번 수목드라마 경쟁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발연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여배우, 이연희와 전지현의 대결이라는 면에서 주목받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드라마 제작진들의 경력도 남다릅니다. '미스코리아'의 권석장 PD는 '골든타임(2012)'으로 잘 알려진 연출자고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는 '뿌리깊은 나무(2011)' 등으로 유명합니다. '미스코리아'의 서숙향 작가는 '파스타(2010)'로 잘 알려져 있고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만든 스타작가입니다. 양쪽 드라마 제작진의 경력을 수치로 비교하면 물론 '별그대' 쪽이 앞서 있고(시청률 1위 드라마가 유난히 많은 연출자, 작가죠) 어제 방송된 1회 시청률도 '별그대' 쪽이 두 배..

따뜻한말한마디, 한국인들은 왜 불륜에 쿨해질 수 없을까

얼마전 외국의 스타 부부인 미란다커와 올랜드 불룸의 다정한 모습을 인터넷 뉴스로 본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고 미란다커는 다른 남자를 사귀는 중입니다만 둘의 아이인 플린을 위해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단둘이 있을 때는 꽤나 썰렁한 모습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행복해보였다고 합니다. 부부 사이의 사랑과 아이에 대한 책임을 별개로 생각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 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사랑은 끝나도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한때 유행했던 '쿨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두 사람의 '쿨함'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요약하면 한국은 왜 이혼이나 불륜에 쿨하지 못하냐는 내용인데..

따뜻한말한마디, 불륜 협박범이 송민수라도 반전이 아닌 이유

사람들은 연애할 때, 동거할 때도 몰랐던 배우자의 모습을 결혼 후에 보게 된다고 합니다. 참을성있고 무던하던 착한 여자가 악착같은 아줌마로 변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배려심많던 남자가 뻔뻔하고 느물거리는 아저씨로 변하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도 하고 적응하는게 삶이라며 서로 위해주며 살기도 하죠. 그리고 '불륜'이라는 키워드는 배우자를 반쯤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것 입니다. 결혼해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던 권태기 커플도 불륜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립니다. 십수년 넘게 함께 먹고 잤던 세월 만큼 커지는 배신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유재학(지진희)은 자신의 아내는 너무 순해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면 울기만 할거라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앞에서 '년'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아..

시청자는 '괴물 임성한'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2013년 드라마는 화제작은 많았지만 수확은 별로 없었던 한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억대 원고료는 대수롭지 않게 받는, '비싼' 기성작가들 보다 주목받지 못하던 신인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시청률에 올인하는 방송사의 드라마 전략이 비난받았던 한해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어느새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가 되버린 임성한이 있습니다. '인어아가씨(2002)'나 '보고 또 보고(1998)'같은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설정에도 큰 호응을 얻었던 반면 '오로라공주'는 임성한의 모든 단점이 집약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5년넘게 포스팅을 쓰면서도 임성한이라는 이름을 거론한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그의 드라마를 안본다는 뜻이고 드라마 제작을 줄였으면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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