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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정도전, 이인임에 휘둘리는 최영 자신을 경계하는 이성계

고려의 최영은 '백수최만호(白首崔萬戶)'라 불릴 만큼 왜구들이 두려워하는 장수였으나 정치적으로는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고려 말기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어떤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느냐에 따라 최영에 대한 묘사가 달라지곤 합니다. '정도전'의 최영(서인석)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공민왕(김명수)이 죽음에 백발을 휘날리며 개경으로 달려온 최영은 궁의 안전을 걱정해 무장한채 어린 우왕(정윤석) 앞에 나타납니다. 그의 충심과 진심은 절대 그릇된 것이 없지만 우왕은 부월을 휘두르는 최영에게 겁먹어 오줌을 싸고 간신 이인임(박영규)은 최영을 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문무를 겸비한 완벽한 영웅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영 장군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아무리 최영이 정치인이 아닌 무장이었다는 ..

사랑해서 남주나, 안개꽃 반지 만큼이나 소박한 진심

딱히 돈밝히는 성격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사람도 어머니가 평생 고생하며 모은 재산을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독차지하면 서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부 사이의 사랑 만큼 부모 자식 간의 감정도 중요한 것이라 어머니의 것을 다른 사람이 누린다면 왠지 서글프고 섭섭할 수 밖에 없겠죠. 아버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고 속이 좁은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정유진(유호정)은 자신의 경험으로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홍순애(차화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 것을 알고 있지만 끝내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버지의 결혼을 반대하다가 한발 양보해 동거하시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다른 형제들의 반응은 입장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중재자 역할을 하는 사위 강성훈(김..

따뜻한 말 한마디, 울컥할 수 밖에 없었던 송민수의 눈물

저녁에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를 보면 별의별 희한한 관계가 등장합니다. 얼마전 종영된 '루비반지'는 여동생이 언니의 약혼자를 차지하기 위해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는 내용이었고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했더니 전남편의 불륜녀가 동서더라는 내용의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주말극이지만 '천번의 입맞춤'은 어릴 때 헤어진 엄마가 여동생의 시어머니가 되고 여동생의 남편이 지금 사귀는 남자의 사촌형이라는 복잡한 내용의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겹사돈은 기본이고 한 집 며느리들이 재혼해서 다른 집안에서도 동서 사이가 된다는 내용도 있었죠. 드라마에는 불쌍한 주인공도 자주 등장합니다. '빛나는 로맨스'에는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티는 며느리가 등장하고 '애정만만세'처럼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해 혼자 고생고생하며..

정도전, 이성계와 이인임 영웅사극의 영리한 진화

정통사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정도전'은 전체적으로 고증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대사나 상황 묘사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기존 개념의 정통사극과도 좀 다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사처리가 많은 부분 자연스러워졌고 옛날 사극에 비해 자막도 많이 활용하고 단어가 쉬워졌다는 점 인데 현대극에서 자주 연기하던 정도전 역의 조재현과 정통사극의 대명사인 이성계 역의 유동근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죠. 유동근과 조재현의 발성은 많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이성계나 임호처럼 사극 말투와 발성에 능숙한 사람들이 아니면 주인공 '영웅' 캐릭터를 소화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도전'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도전은 나라를 세운 이성계에 비해 다소 주목받지 못한 2인자입니다. 정도전이 구축한 조선의 제도와 조..

미스코리아, 이연희가 보여준 아픈 청춘 그 중간점수는?

연기의 기본은 감각과 경험의 재현이라고 합니다. 슬프고 힘든 일을 많이 겪어본 배우일수록 연기에 깊이가 있고 격하고 뜨거운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연인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고 하죠. 물론 모든 배우가 이런 감정을 다 받아들이고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또 같은 일을 경험해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닙니다. 덕분에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드라마에 따라 사랑 연기가 달라지고 시청자들이 그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거겠죠.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 나라 드라마는 저자본으로 제작 가능한 멜로물에 집중한 경향이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 수준도 높고 표현력도 뛰어난 편입니다. 다만 TV의 특성상 드라마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고 감정 표현이 격한 편인데 소위 '..

미스코리아,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찾아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반발은 1999년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90년대에는 유난히 지역미인대회가 유행했기 때문에 전국dp 군단위로 열리는 미인대회만 100개가 넘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적당한 외모에 키 170 센티미터가 넘는 여성들은 미인대회 참가해보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성형수술로 획일화된 외모 뿐 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유명 미용실이나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줘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름답다'는 명예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90년대는 자기 PR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미스코리아'의 김형준(이선균)이 공부해서 한국 최고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이혼하려던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는 이유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원룸도 있고 다가구 주택도 많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단독주택에 방 하나를 세 얻어 사는 가족이 흔했습니다. 부부 두 사람에 아이는 보통 둘에서 셋, 세수할 곳도 음식할 곳도 마땅치 않은 그 공간에서 주인집의 눈치를 보며 살림꾸리는 젊은 부부들이 그 시절의 흔한 풍경이었죠. 그렇게 '셋방살이'를 하다 보면 젊은 부부는 싸움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 아내는 아이들이 울고 뛰어노는 소리가 주인집에 들릴까 노심초사하며 청소기, 세탁기 하나 없는 집안 살림을 하느냐 녹초가 되고 남편은 8시간 근무는 커녕 12시간씩 잡아두는 직장생활에 그대로 쓰러지기 일수였죠. 뭐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시절에도 바람필 사람은 다 피우고 부부싸움할 사람들은 다 했습니다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외도 문제..

사랑해서 남주나, 반찬가게 홍순애가 보여준 진정한 어른의 지혜

가끔 나이들어 홀로 되신 동네 어르신이 재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중병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다 사별하고 재혼하신다는 분들은 그나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을 듣는데 아침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커플들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을 하거나 이혼 전부터 불륜이었던 경우, 자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대와 재혼할 경우에는 안좋은 말이 훨씬 더 많이 들려옵니다. 재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이겠지만 어느 나이가 넘고 보면 내 입장 보다 주변 눈치가 훨씬 신경쓰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부모의 재혼을 지켜보는 자식 입장에서도 할 말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는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사랑에 반대했지..

정도전, 경처 신덕왕후 난 이성계의 첩이 아니다

풋내기 정치인 정도전(조재현)의 좌충우돌은 어떤 면에선 불편한 느낌도 줍니다. 극중 서른 네 살의 정도전은 수련하는 학생이 아닌 한사람의 성인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젊다기 보단 장년층입니다. 1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게 당시 풍습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의 환갑을 축하하는 등 평균수명이 지금 보다 한참 짧았던 걸 생각하면 40대 중반의 현대인과 비슷한 위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9살에 큰아들을 낳았으니 벌써 자식도 많이 자랐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안정을 찾고 일가를 이루기 시작할 나이에 정치인들과 거칠게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도 보통 성격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정도전을 그 나이까지 끊임없이 분노하게 한 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정도전이 시대를 앞선 학자이자 과격하고 개혁적인..

미스코리아, 무거운 현실을 눌러버린 오지영의 와이키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서 된장녀, 김치녀같은 여성 혐오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만 평범한 20, 30대 여성이 미용실에서 손질한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사치스런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는 일은 흔치 않을 것 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파티 문화가 유행해도 드레스 코드는 기껏 심플한 미니 드레스 아니면 평소 보다 약간 화려한 옷이지 파티복은 거의 없습니다. 여자라면 한번쯤 입고 싶은 옷이지만 입고갈 일도 없고 가격도 부담스러운 드레스. 결혼식 때 화려한 티아라에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는 심리에는 평소 해보지 못한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심리도 있겠지요. 90년대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이연희)는 임선주(강한나)의 자격박탈로 어렵게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미스 서울 진의 왕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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