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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이병훈 PD의 '자기 복제' 사극이 좋은 이유

조선 왕조에서 가장 유명한 왕인 '세종'에 대해서 궁금할 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사서를 읽어보면 됩니다. 한자로 적혀 난해하고 사관들의 조심스러운 언어 사용 때문에 헷갈리기는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기록을 통해 세종대왕이 책과 학문을 좋아하고 일중독이었으며 실리적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의외로 인자하기 보다는 성격이 급하고 고기를 몹시 좋아했으며 본부인 소헌왕후와 금슬이 좋았으나 후궁도 꽤 많이 두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세종이 면천해준 것으로 유명한 장영실의 출생과 죽음 그리고 그 성격에 대해서는 찾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그의 삶이 궁금해도 역사적 접근에 한계가 선명합니다. 마찬가지로 왕족이 아닌, 한때 민중의 영웅이었던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허균의 '홍..

마의, 어의 백광현은 왜 금천현감이 되었을까

언제나 그렇듯 50회 이상의 장편 드라마 한편을 보고 나면 계절이 달라져 있습니다. 지난 여름 끝물에 제작되기 시작해 10월 첫방송을 하고 꽃이 한참인 봄에 마지막편이 방송되었으니 정말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조선 최초의 한방외과의이자 '신의'라 불리던 의원 백광현의 삶이 방송되는 동안 알게된 것도 많고 흥미로웠던 역사적 사실도 많았습니다. 물론 극중의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이요원)의 출생이나 사랑이야기는 백프로 창작이고 한방의학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을 뺀 여러가지 부분은 과장된 것이 많습니다만 조선 시대 의술과 의료정책에 대한 묘사는 많은 부분 뜻깊었습니다. '마의'는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이병훈 PD 사극의 장점이 부각된 한편 단점도 만만치 않았던 드라마입니다. 아직까지 정통사극 대표작으로 ..

백년의유산, 방영자 안하무인 며느리를 나무랄 수 없는 이유

세상에 이렇게 악랄한 시어머니는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더니 그에 못지 않은 막장 며느리가 또 화제입니다. 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는 며느리를 괴롭히다 못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불륜까지 엮어 쫓아낸 막나가는 시어머니입니다. 자신의 소원대로 며느리와 아들 철규(최원영)가 이혼하자 앓던이가 빠진 것처럼 속시원하다며 냉큼 재벌가와 맞선을 보았고 태상그룹 막내딸 마홍주(심이영)를 새며느리로 들였습니다. 그랬는데 이 며느리의 행동이 시어머니 못지 않게 문제입니다. 못된 시어머니가 당하는 건 고소하다 싶을 정도로 통쾌하지만 윗어른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그래도 되는거냐며 말이 나왔다는군요. 사실 아무리 방영자가 막가는 캐릭터라고는 해도 '장유유서'를 배우고 자란 세대라면 며느리 마홍주의 행동을 불만스럽게..

돈의화신, 스트레스없는 이차돈의 복수극 이게 진짜 복수다

지난주 최고 화제가 된 사건은 누가 뭐래도 '성접대'와 '성상납' 파문입니다. 강원도 별장에서 대가성 성접대를 받은 각계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이 적힌 리스트가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다는 뉴스와 연예인들이 정재계 여기저기에서 성상납 요구를 받는다는 내용은 삼류 막장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했습니다. 성접대 당사자인 Y씨와 한 여성사업자의 간통 사건으로 시작된 파문은 고위층 인사들의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국가를 뒤흔드는 대형사건으로 비화되었습니다.'욕심이 있기 때문에 성상납이 생기는 것'이라는 사유리의 솔직한 의견처럼 무언가를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이 뒤엉켜 뿌리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언가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

백년의유산, 방영자의 천적 마홍주 터트릴 비밀이 더 남았나

못된 짓을 일삼던 사람이 천적을 만나 괴롭힘당하는 장면은 속이 시원합니다. 착한 며느리 채원(유진)을 가난한 집 출신이라며 미친듯 구박하던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가 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고 못살게 굴더니 부유한 집 출신의 정신병 증세가 있는 새 며느리 마홍주(심이영)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돈없는 채원과 아들 김철규(최원영)를 이혼시키려 억대의 돈을 쓰고 만만한 채원에게는 할 소리 못할 소리 안가리며 잘도 퍼붓더니 마홍주에게는 혹시나 재벌 친정에서 보복이라도 할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내버려두는 방영자. 독한 그녀가 정말 감당안되는 며느리를 만났습니다. 못된 시어머니 역에는 전부터 배우 박원숙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죠. '한지붕세가족(1986)'의 순돌이 엄마로 유명했던 박원숙은 톡..

돈의화신, 이차돈 나는 이제부터 지세광과 달라야한다

영화배우 내연녀와 바람을 피운 아버지는 내연녀의 애인에게 살해당하고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던 어머니는 살인자 누명을 쓰고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던 그들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슬픈 가족사. '돈의 화신'은 제법 유쾌하게 돈과 권력을 풍자하는 재미있는 드라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에는 불법요양원에 몰래 침투해 어머니 박기순(박순천)과 알아본 이차돈(강지환)이 간신히 만난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오랜 감금과 약물 투여로 건강을 해친 박기순은 아들 앞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박기순은 죽기직전까지 '내 아들이 복수같은거 안했으면 싶다'며 이차돈을 만류합니다. 남편 이중만(주현)이 죽고 나서 감옥과 정신병원에 갇힌채..

마의, 현대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원 백광현

천하다고 무시당하던 마의에서 조선의 지존을 치료하는 어의가 된 의원 백광현. 드라마 '마의'의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은 신분의 한계와 차별을 극복하는 영웅캐릭터입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을 모델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이미 많은 부분 사실과 다르게 판타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진짜 백광현은 몰락한 양반 백철명의 후손이었고 무관 일을 하며 중인 신분으로 살았습니다. 민간에서 명성을 떨치다 마흔살이 다된 나이에 천거로 치종교수가 되고 숙종 3년에 어의가 되었습니다. 한마리 말로 인해 의원의 길을 밟기 시작해 조선 최고의 신의가 되었다는 모티브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백프로 창작입니다. 그러나 사실 관계 왜곡에도 불구하고 '마의'는 충분히 매력있는 드라마입니다.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람을 살리려는 ..

백년의유산, 떼쓰는 아이들같은 부부 김철규와 마홍주

통속극의 재미는 뻔하고 쉽게 예상 가능한 이야기에도 있지만 한눈에 파악되는 캐릭터에도 있습니다. '백년의 유산' 등장인물 중에는 개성있는 사람은 많아도 예측불가능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는 드뭅니다. 중년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가 많이 없어 순정남 민효동(정보석)이나 오빠야를 연발하는 양춘희(전인화), 육십 노총각 강진(박영규)같은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오기는 합니다만 뜬금없이 이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그런 타입들은 아닙니다. 허세많고 속물스런 큰며느리 도도희(박준금)부터 억척 둘째 며느리 공강숙(김희정)이나 건어물녀 엄기옥(선우선)까지 한번쯤 어디서 봤을 법한 캐릭터들이 이 드라마의 재미죠. 흔치는 않아도 전형적인 마마보이 김철규(최원영)도 어디선가 한번쯤 부딪혀봤을 법한 그런 남자입니다. 한편 김철규의 ..

마의, 백광현이 찾아낸 백석구와 강지녕의 면천 방법

아무리 요즘 '사극'이 역사를 벗어난 판타지가 되었다지만 각종 인터넷 뉴스나 시청자 의견을 볼 때 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 속 시대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난 기사가 검증없이 그대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시청자 쪽에서 역사에 익숙하지 않아 드라마 내용에 반발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조선왕조에 '숙희공주'라는 작호를 받은 공주는 없으나 '마의'의 숙휘공주(김소은)를 '숙희'로 알고 있는 기자들이 다수이고 극중 강지녕(이요원)이 다시 관비가 되어야하는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링크 참고)도 많습니다. 예전에 포스팅(백광현처럼 바꿔치기해서 살아난 박팽년의 손자)했던대로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의 출생이 뒤바뀐 건 박팽년의 손자였던 실존인물 박비와 그 집안..

마의, 실존인물 백광현 보다 부각된 '출생의 비밀'

제 기억에 이병훈 PD가 찍은 드라마 중 '출생의 비밀'을 설정한 사극이 거의 없습니다. 백제 무왕의 이야기를 다룬 '서동요(2005)'에서 부여장 서동(조현재)이 자신이 백제의 왕자라는 걸 모른채 평민으로 살지만 진짜 무왕이 그렇게 살았으니 출생의 비밀(이하 출비)이라기는 힘듭니다. 이병훈 PD의 작품이 아닌 '선덕여왕(2009)'같은 사극에서 중국에서 자란 덕만(이요원)이 자신이 신라의 공주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는 걸로 설정되었으나 그 역시 덕만의 어린 시절이 '역사적 공백'이라 가능했고 선덕여왕의 폭넓은 경험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에서 출비는 자칫 왜곡 논란에 시달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대장금'이나 '광개토대왕'처럼 출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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