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재산과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를 보고 혼사를 결정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소한 드러내놓고 돈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집안이 양반이냐 아니냐를 따지던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경우밝은 부모님 밑에서 예의를 배우며 자랐다던가 가진 것 없어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성실하다는 인성을 높이 쳐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좋은 집안'과 결혼한다는 말의 의미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거나 알아주는 높은 자리에 있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 보다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은 되도록 물려주고 물려받고 싶은 정신적 유산입니다. '백년의 유산'에서 이혼녀 민채원(유진)을 반대하던 세윤(이정진)의 아버지 이동규(남명렬)가 채원이 예전부터 알고지낸 국수집 손녀란 말에 호감이 생긴 것처럼 '집안'을 따진다..